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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19 20:39 수정 : 2014.03.19 20:39

현장에서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2011년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시절 기획한 <문용린 교수님과 함께하는 정약용책배소 이야기>(정약용책배소)라는 7권짜리 동화책이 맨처음 다루는 덕목은 정직이다. 이 책은 ‘용’과 ‘린’이란 이름의 두 유치원생이 정직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린다.

서울시교육청은 7일 문 교육감 취임 뒤 본청과 지역청, 직속기관이 구입한 교육감의 저서내역을 밝히라는 박혜자 민주당 의원한테 480만원어치만 구입했다고 보고했다. 교육청은 정직하지 않았다.

애초 <한겨레>가 박 의원실을 통해 자료를 요청한 이유가 이 책 때문이다. 이달 초 한 유치원 교사가 서울지역 11개 교육지원청 가운데 7곳이 지난해 이 책을 관내 모든 유치원에 배포했다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통해 제보해왔다. 기자가 확보한 한 교육지원청이 유치원에 공문에는 <정약용책배소>이 있는데, 교육청이 박 의원실에 보고한 내역에는 그게 없었다. 교육청 담당자는 기자에게 “기획저서는 교육지원청에서 모를 수 있다”는 이상한 말을 했다. 애초 박 의원실은 4일 교육청에 보낸 공문에서 문 교육감의 “저서와 기획서”를 명시해 제출하라고 한 터다.

결국 교육청은 문 교육감의 책을 2425만원어치 구입했다고 고친 내역을 제출했다. 애초 보고한 액수보다 5배 많다.

정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 교육청 담당자와 문 교육감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문 교육감은 기자와 통화하며 교육지원청의 책 구입과 관련해 “보고받은 적도 없고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하지만 지난해 4월 문 교육감은 박은주 김영사 대표와 만나 “(김영사가) 관련 도서 구입에 대한 편의를 (유치원에) 제공한다”는 문구가 들어 있는 업무협약서에 직접 서명했다. 이 협약서를 근거로 김영사가 지난해 서울 시내 유치원에 배포한 2종의 걸개그림 1000부엔 출판사 로고도 붙어 있다. 지난해 9월 유아교육진흥원이 문 교육감의 책 600권을 교사와 학부모한테 나눠줄 때, 문 교육감은 그 자리에 강사로 섰다. 그런데도 교육지원청의 책 구입 사실을 모른다고 할 수 있을까.

문 교육감과 교육청 공무원들이 잠시 짬을 내 ‘용’·‘린’이가 정직을 배워가는 동화를 읽어보길 권한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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