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4.04 20:31
수정 : 2014.04.05 17:39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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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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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위: 이러한 부류의 대상을 낮잡아 이르는 지시 대명사. 또는 낮잡는 뜻으로, 이러한 부류의. ’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다.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는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에게 “너나 잘해!”라고 고성을 지른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틀 만에 사과했다. 최 원내대표는 4일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상황이야 어떻든 저도 할 말이 많지만, 여당 원내대표로서 말의 품격을 지켰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진심은 ‘사과’가 아니라 ‘저도 할 말이 많지만’에 가까워 보였다. 보수 언론까지 나서 자신의 발언을 비판하는 여론 밀린 것이 아니냐 싶었다.
최 원내대표 옆에 있던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지난 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최 원내대표가 기초선거 공천 폐지 공약 불이행에 대해) 고개 숙여서 ‘죄송하다. 사과한다’ 했는데, 그 진정성 있는 부분을 (안 대표가) ‘월권이냐, 충정이냐’ 이따위 멘트로 응수를 했다”고 말했다. ‘이따위’란 표현은 이때 나왔다. 새누리당은 지난 3일에도 안 대표의 발언을 두고 “하룻강아지가 범에게 달려드는 무모함”(박대출 대변인)이라고 공식 논평한 바 있다.
최 대표가 사과를 하는 자리에서도 그 곁의 참석자들은 야당을 무시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새민련’이라고 부르지 말아 달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요구에 대해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민련 아니냐. 뭐 잘못된 것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없다”고 맞장구를 쳤다.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이런 말은 나올 수가 없다. 상대를 ‘걸림돌’로 여기거나 ‘상대할 가치가 없는 존재’로 무시한다면 남는 건 증오 뿐이다. 의심이 생긴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 나아가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 모두를 ‘이따위’로 여기는 게 아닌지.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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