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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1.14 21:47 수정 : 2015.01.14 21:47

현장에서

정신애(78) 할머니의 집에 들어서자 천장이 머리에 닿을 듯했다. 채 2평(6.6㎡)도 안 되는 방에는 감기약이 수북했다. 겨울바람이 창문 틈으로 들이치는 방에서 임복례(84) 할머니는 시린 무릎을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지내왔다. “사는 게 지옥”이라는 할머니들의 말은 엄살이 아니라 엄연한 고통이다. 지난달 2일 충남 논산시 채운면 야화리·화산리에서는 이들을 위한 따뜻한 기술이 봄바람처럼 찾아들었다. 환경부의 기후변화 안심마을 사업에 공모한 충남도·논산시에서 이 마을 12가구에 생태단열 시공을 한창 하고 있었다. 주재료는 화석연료를 이용한 스티로폼이 아니라 농촌에 흔한 볏짚을 압축한 단열재다. 여기에 고운 황토로 마감을 하면 건강에도 좋고 냉난방에도 맞춤인 집으로 거듭난다.

당시 현장에서 만난 김석균 ‘흙건축연구소 살림’ 대표는 “생태단열과 같은 적정기술이야말로 따뜻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기술이 없는 철학은 철학이 아니며, 철학이 없는 기술은 기술이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적정기술을 일러 인간을 위한 기술이자 사회개혁 운동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충남 공주에 있는 두레배움터 교장을 맡아 생태단열 건축기술을 전파해왔다. 건축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그의 말은 정신애·임복례 할머니의 웃음으로 증명되고 있다.

전진식 기자
충남에는 이런 적정기술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만든 협동조합이 5개 있다.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은 수다. 여기에 2곳이 조만간 더 생긴다. 협동조합의 근본 정신인 연대의 뜻을 살려 이들 적정기술협동조합은 연합회 추진에 나서 지난 6일 기획재정부 인가도 받았다. 연합회의 미래는 사익과 공익의 균형을 맞추는 데 달려 있다. 또한 협동조합과 적정기술이 아름답게 만나는 지점인 ‘사람’을 얼마나 많이 끌어안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야만 조합원들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지역공동체, 다른 협동조합들과 협업해 사람과 환경 모두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충남의 적정기술 협동조합들이 어떤 대안을 찾아내고 공동체를 이뤄나갈지 주목된다.

올해는 ‘적정기술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경제학자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1911~1977)가 1965년 유네스코 회의에서 적정기술을 처음 제안한 지 50년 되는 해다. 그는 ‘사람은 굶지 않아도 된다’는 제목의 글에 이렇게 적었다. “보장하건대 그 길은 따뜻하고 민주적이며, 놀랄 만큼 경제적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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