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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2.25 19:46 수정 : 2015.02.25 19:46

현장에서

“인사파행을 자꾸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데 확대해석하거나 소설적인 게 너무 많아요.”

25일 낮 박민권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점심 상견례에서 출입기자들에게 꺼낸 말이다. ‘밀실인사’ 논란을 빚은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겸 단장이 전날 갑자기 사의를 밝힌 배경에 대한 질문이 잇따르자 항변하듯 털어놓은 것이다. 그는 “시점은 적절치 않지만, (한 단장 사의가)나름 감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어떻게 풀 것인지에만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김태훈 대변인은 한술 더 떴다. “별거 아니에요. 과거 정부의 문체부 인사에서는 그보다 더한 일도 많았는데…”

짐짓 태연한 척 하는 것인지, 정말 별것 아니라고 여기는 것인지 헷갈린다. 한 단장의 사의로 끝난 밀실인사 논란은 전례없는 사건들로 채워졌다. 청와대 등 이른바 ‘윗선 비호설’을 제기하며 음악계 인사들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결성해 사상초유의 퇴진 집단행동에 나섰고, 한 단장의 이탈리아 연주 경력 조작 의혹 등에 대한 비대위의 자료가 문체부에 전해졌다. 또 에스엔에스에 한 단장의 이혼한 전 남편 육성과 그를 오페라단장에 추천한 배후에 대한 갖은 의혹이 떠돌아다녔다.

문체부는 한 단장 임명 당시 배포자료에 상명대 산학협력단 특임교수 경력을 실제보다 11년이나 더 재직한 것으로 잘못 기재하는가 하면, 한 단장이 기재한 이력 내용도 검증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 1차관과 김 대변인은 이날 동떨어진 해명만 내놓았다. 두 사람은 비대위가 공개한 각종 의혹 자료들을 ‘찌라시’라고 불렀다. 김 1차관은 “여러 사람들 추천으로 인맥 학맥에서 자유로운 인사를 선정했는데, 일부 한계가 있었다”고는 했다. 그러나, 추천인사가 누구인지, 음악계 비판여론은 제대로 들어봤는지 등을 묻자 “성악계 원로들을 만나 의견을 듣겠다”는 답만 돌아왔다. “문화계 의견을 사전 수렴해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구축해달라”는 음악인들의 목소리를 그들이 정말 귀담아 들었을까.

노형석 기자
문체부는 숱한 인사파행으로 부실인사의 1순위 부처로 낙인 찍혔다. 박 대통령 취임 직후 산하 예술의전당 사장에 친박인사 고학찬씨가 취임한 것을 시작으로, 산하기관장은 물론 부처 보직들도 상부 ‘낙하산’과 ‘내리꽂기’ 의혹으로 계속 시끄러웠다. 문제는 이런 내리꽂기식 인사가 의혹과 설만 무성하고, 그 배경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후임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진룡 장관을 전격 경질한 것이나, 지난 1월 김희범 1차관이 취임 6 개월만에 갑작스럽게 사표를 낸 것, 최근 국외 문화원장으로 나갈 예정이던 한 유력 간부가 산하 예술기관으로 발령나며 낙마한 이유도 청와대와 연관됐다는 소문만 나돌 뿐 안개에 싸여있다. 일선 과장급 인사도 상부 입김이 강하게 닿는 것 같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문체부 한 국장급 간부는 “능력과 정황에 따라 예측가능한 인사를 해야 공무원도 자기 진로를 계획하고 더욱 정부에 충성할 수 있는데, 지금 정부는 그런 단순한 원칙도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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