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박병원(63) 회장이 26일 제6대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경총은 노사문제를 전담하는 전국 조직으로 사용자 대표단체다. 양대 노총과 ‘힘겨루기’를 하는 자리다보니 그동안 회장이 단임(임기 2년)으로 물러난 적이 없다. 지난해 12월께 회장직을 제안받은 박 회장은 고심 끝에 지난 12일 수락했다.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너는 쉽고 좋은 자리만 하겠다는 말이냐’는 질책성 고언을 외면할 수 없었다. 노사관계를 다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어 오래 망설였다”고 했다. 그런 박 회장에게 다음달 ‘포스코 사외이사’란 직함이 하나 더 생긴다. 포스코는 지난 16일 이사회에서 그를 새 사외이사 후보로 결정했고, 다음달 13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처리된다. 취임사에서 “감당할지 걱정이 된다”는 경총 회장에 비하면 그에겐 상대적으로 ‘쉽고 좋은’ 자리일 수도 있다. 경총 회장은 비상근 무보수인 데 반해, 포스코 사외이사는 몇차례 이사회에 참석하고 1년에 7300만원 정도 받는다. 박 회장은 이날 <한겨레> 기자와 만나 “경제5단체장 중에서 무역협회장만 유일하게 상근하는 자리다. 나는 상근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포스코 사외이사를 맡는 게 맞다”고 말했다. 경제단체장 ‘감투’를 쓰고 특정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전임 이희범(66) 경총 회장이 대한항공 사외이사를 겸직한 사례가 있다지만, 모양새가 어색하다. 권오준(65) 포스코 회장은 경총 회장단에 소속돼 부회장 직함을 갖고 있다. 박 회장과 권 회장은 경총에선 회장단 소속으로 얼굴을 맞대는 관계다. 박 회장이 포스코의 사외이사로 그때그때 ‘변신’해, 경영진인 권 회장의 의사결정을 견제·감시하는 사외이사의 독립된 지위를 가질지 의문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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