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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7.20 18:38 수정 : 2015.07.20 18:38

현장에서

“1년 전만 해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예산 낭비 논란이 많은) 소치겨울올림픽을 겪고 나서, 평창에 대해 불안을 느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평창은 소치와 다르다’는 신뢰감을 얻었다고 자부합니다.”

조양호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은 20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해 7월 김진선 전 조직위원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전격 사퇴한 뒤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 무렵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개혁안인 ‘어젠다 2020’을 위해 각국 올림픽위원회(NOC)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었다. 어젠다 2020의 핵심 내용이 ‘1국가, 1도시 원칙의 폐기’임에도 평창조직위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날 간담회에서 조 위원장은 “어젠다 2020이 발표되기 전까진 분산개최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취임 후 분산개최를 검토했지만, 불가능하단 것을 알았기 때문에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엔 분산개최를 할 수 없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취임 1년의 성과’라는 자료를 통해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분산개최를 완전 종식시키고, 제반 준비사항이 일정대로 진행되면서 아이오시 등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여론은 조직위가 말한 ‘신뢰’와는 거리가 멀다. <시비에스>(CBS)가 지난 18~19일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국내 분산개최’에 대한 찬성 의견은 전체의 79.2%를 차지했다. 여론은 여전히 ‘평창올림픽이 단독개최 고집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순조롭게 대회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조직위의 자평도 현실과 거리감이 있다.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 총사업비 1226억원을 투입해 짓는 개폐회식장을 돔구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다. 이유는 개폐회식장의 입지적 요인 때문이다. 개폐회식이 열리는 평창 대관령면 횡계리 일대는 해발고도 1000m의 고지로 매년 2월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다. 지난 2월9일(평창올림픽 개막일)에도 평균기온이 영하 10.7도였고, 최저기온은 무려 영하 18도였다. 지난해 2월 한달간 평균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진 날이 18일이 넘었고, 최저기온은 대부분 영하 10도 이하였다. 이런 강추위는 관람객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고, 경기를 치르는 선수단의 건강과 컨디션 관리에도 악영향을 준다. 게다가 개폐회식은 하루 중 가장 추운 때인 저녁 7시에 시작해 밤 10시에 끝난다. 행사를 낮시간대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나, 방송 중계를 위해 한국보다 7~9시간 느린 유럽의 시간대를 고려하면 시간 변경도 쉽지 않다.

수송 계획도 만만치 않다. 3만여명이 개폐회식에 참석하려면 40인 버스로 수송해도 1000대 가까이 필요하다. 이런 운영상의 문제를 풀기 위해선 아직 착공조차 하지 않은 개폐회식장을 강릉으로 옮기는 것이 최선이다. 지난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개폐회식장의 강릉 이전을 추진했으나 ‘개폐회식장을 옮기면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강릉올림픽’이라는 논리에 포기했다.

윤형중 기자
개폐회식장을 돔구장으로 하면 최소 수백억원이 추가된다. 돔구장 논란에 대해 조양호 위원장은 “감독과 건설업자가 지혜를 모아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개폐회식을 하도록 시간을 두고 결정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래저래 횡계리의 개폐회식장은 예산 낭비의 주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회 준비가 순조롭다’는 조직위의 자평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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