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전문가를 데려와 수익률을 높이자고 말한 적 없습니다. 수익률을 올리자는 게 아니라 전문가 진단을 하자는 겁니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주최로 열린 ‘국민연금기금 관리·운용체계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원종욱 보사연 미래전략연구실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 조직 개편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금 수익률을 높이려다 위험성이 높아지면 어떡하느냐는 우려가 쏟아지자 내놓은 답변이다. 원 실장은 개편안 마련을 실무적으로 주도한 책임 연구자다. 이 개편안은 보건복지부 의뢰로 마련된 사실상 정부안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기금 위험 수준을 진단만하려고 공사를 만들고, 5년간 2400억원(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안 비용추계서)을 쏟아부을 이유가 있을까? 복지부의 조남권 연금정책국장은 토론회에서 “장기적으로 기금운용 수익률을 연평균 1%포인트 높이면 국민 보험료율 2.5%포인트 인상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기금 관리·운용체계 개편의 목적은 수익률 제고라는 말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 이날 공개된 개편안의 핵심은 두가지다. 첫째, 국민연금공단 산하 기금운용본부를 따로 떼어내 공사로 분리·독립시킨다. 둘째, 가입자 단체 대표 중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전문가 중심으로 재편해 상설화한다. 요컨대 투자 전문가 중심의 운용을 추구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500조원에 이르는‘세계 3대 연기금’이다. 2043년엔 최대 2561조원까지 쌓여 국내총생산(GDP)의 50%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에스케이(SK)와 삼성의 합병 과정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 논란 등 국내 대기업을 쥐락펴락하는 금융계의 ‘큰손’으로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국민연금은 강제 가입을 원칙으로 한 한국인의 핵심 노후 복지 기반이라는 사실이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민주적 통제와 ‘안정성’이 중요한 이유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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