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지난 6월30일.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유능한 경제정당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문재인 당 대표는 이 위원회를 “당의 집권 엔진”이라고 했다. 다가올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내세울 필승의 카드로 ‘경제에 유능함’을 앞세우겠다는 뜻이다. 경제 정책을 집행·수립할 권한이 없는 야당에겐 유능한 경제 정당의 면모를 대중에게 보여줄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기회가 왔다. 이달 초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나라살림을 다루는 재정정책은 경제정책의 핵심이다. 추경 논의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그간 감춰왔던(?) 유능함을 유감없이 드러낼 수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대안이나 비전 제시는 없었고, 과거 잣대를 들이댄 정책 비판만 넘쳤다. 경기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뭄 등 일시적 요인이 불거지기 전에 이미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의 ‘낙관적 경제 전망’을 집중 질타한 걸 보면, 새정치민주연합도 이 사실은 알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여전히 낙관적 인식 아닌가?” “추경 규모가 너무 적지 않는가?” 반대로 단기 부양책의 부작용을 더 우려했다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저성장의 구조적 원인을 짚어내며 정부를 추궁할 수도 있었다. 병의 뿌리를 들어내야 한다며, 저성장을 당분간 감내해야 한다고 국민을 설득하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좀 더 유능하다면 구조적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빚은 해롭다’거나 ‘성장은 좋다’ 같은 우리 사회의 오래된 인식에 맞서가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볼 수도 있었다. 사실 미국과 일본, 유럽은 물론 국제기구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과거의 처방과 인식에 대한 재반성을 토대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중이다. 시장개방·규제완화·부채축소만 노래하던 국제통화기금(IMF)마저 금융 규제 강화, 소득 불평등 완화, 정부 지출 확대, 균형 성장을 주장한다. 당이 유능함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이, 소속 국회의원들은 자잘한 ‘장사’를 했다. 노무현 정부 때보다 박근혜 정부 때 재정적자(혹은 부채)가 더 늘었다거나,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가 없었다면 세수 부족도 없었다는 주장으로 정부와 여당을 질타했다. 지지층 결속에는 도움이 됐을지 모르나, ‘유능함’보다는 ‘식상함’을 느끼게 했다. 우리경제가 당면한 과제를 풀겠다는 진지한 고민은 묻어나지 않았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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