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부산고법이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010년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점거농성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최병승(39)씨한테 22일 유죄 판결을 내렸다. 죄목은 형법의 ‘업무방해 방조’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최씨한테 적용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나오자, 항소심에선 이례적으로 ‘업무방해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파업 등 노동자의 쟁위행위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처벌하겠다는 검찰의 집요함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검찰의 이런 행태가 처음은 아니다. 파업 노동자들이 업무방해죄로 줄줄이 처벌받던 때가 있었다.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이 지나치게 침해받는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대법원은 2011년 무분별한 업무방해죄 적용에 제한선을 설정했다.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는 기준을 내놓은 것이다. 절치부심하던 검찰이 새로 개발한 논리가 “파업 목적이 불법이면 회사로선 파업을 실제로 하리라는 걸 예측할 수 없으니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바닥은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대법원은 2014년 8월 20일·26일, 이명박 정부의 ‘철도 선진화 방안’ 등에 반대해 2009년 파업을 벌인 전국철도노조 간부들한테 “사전에 파업을 예고했더라도 파업 목적이 불법이면 회사가 예측할 수 없다”며 업무방해죄를 인정해 검찰 손을 들어줬다. 22일 부산고법에서는 최씨만이 아니라 송전탑 고공농성이나 희망버스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회사와 크고 작은 다툼을 벌였다며 기소된 또다른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46명이 재판을 받았다. 그들의 요구는 하나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른 불법파견 정규직화. 검찰은 지금껏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지 않은 반면, “법대로 하자”는 이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예외 없이 기소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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