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8.27 21:12
수정 : 2015.08.28 11:06
현장에서
정부가 26일 자동차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30% 깎아주는 내용이 담긴 소비활성화대책을 발표했다. 올 6~7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탓에 침체된 소비를 살려보자는 취지인데, 일부에서는 ‘현대차 살리기용’ 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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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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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세금 감면 효과부터 따져보자. 넓은 수요층을 갖고 있는 ‘아반떼’ 는 종전보다 30~40만원 가량 덜 주고 살 수 있고, ‘싼타페’도 70만원 가까이 싸진다. 매년 말 재고 정리를 위해 현대차 스스로 하는 할인 행사에 견줄만하다. 세금감면은 모든 내수용 차를 대상으로 하기에 이번 조처를 ‘현대차 특혜’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70% 가까이 되는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을 고려하면, 이번 조처의 가장 큰 수혜자가 현대차인 건 사실이다.
이달 초 발표된 정부의 세법개정안에도 현대차를 떠올릴만한 내용이 담겼다. ‘업무용 승용차’ 인정 기준을 엄격히 한다는 법인·소득세법령 개정안이다. 개인사업자들이 개인 용도로 타면서 법인 명의로 차를 쓸 때 세금을 물린다는 내용이다. 이들이 주로 타는 차들이 고가 수입차인 점을 미뤄보면, 이 역시 현대차엔 호재다. 옛 기억이 떠오른다. 현대차 취재를 담당하던 2011년, 현대차의 한 국내마케팅 담당 임원이 넌지시 제보를 해온 적이 있다. “수입차 성장에는 개인사업자들의 탈세를 막지 못하는 세법이 있습니다. 정부나 국회, 시민단체는 뭐하는지 모르겠어요. 언론이라도 나서야지요.” 이 이야기는 다른 기자에게도 했다고 나중에 들었다.
현대차는 나라 안팎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출액 증가율은 2011년 16.1%, 2012년 8.6%, 2013년 3.4%, 2014년 2.2%로 점차 내려왔다. 영업이익률도 2011년엔 10.4%이었으나, 2012년 10.0%, 2013년 9.5%였고 지난해엔 8.5%까지 주저앉았다.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에 빨간불이 들어왔고, 추세 반전에도 실패하고 있다.
철옹성 같던 내수 시장도 허물어졌다. 수입브랜드의 내수 점유율은 2000년대까지만해도 8%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폴크스바겐·베엠베(BMW)가 인기몰이를 하며 올해 들어 수입차 점유율은 16% 벽마저 깼다. 수년 내 수입차 점유율이 30%대까지 간다는 분석들도 있다. 현대차에게는 성장통으로 치부하기엔 악재가 몰린 5년이었다.
정부가 현대차를 돕자는 생각만 갖고 두 번의 단비를 내린 것은 아닐 것이다. 침체된 소비를 살리려는 궁여지책이라 믿고 싶다. 그런데, 정말 그렇다면 현대차가 먼저 나섰어야 한다. 재고가 쌓일 때는 가격을 낮춰야 판매가 늘어난다. 현대차는 중국에서는 파격세일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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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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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이를 의식한 것일까, 아니면 현대차와 교감이 있었던 것일까? 소비활성화대책을 발표하던 날 정부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대원칙을 세웠다. 세금 감면 과실을 현대차가 누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조만간 큰 폭의 할인 계획을 현대차가 내놓을 거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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