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호섭 해군 참모총장이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북 억제 차원에서 키리졸브 훈련에 일본도 참여해 연합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아무리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해도 유감이다.(<한겨레> 9월23일치 5면) 키리졸브 훈련은 북한의 남침을 상정한 한·미 연합군의 군사연습이다. 무장한 일본 자위대가 우리 땅에 들어와 같이 훈련해도 된다는 것인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해군은 논란이 예상되자 기자들에게 “대북 억제 차원에서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같이) 일본과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는 원론적인 의미”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실언이라는 취지의 해명으로 들린다. 그러나 국회 속기록에 남는 군 수뇌부의 발언이 그렇게 가볍다는 게 놀랍다. 한-일 군사협력의 정부 정책 기조와 일본군의 한반도 훈련 사이에도 거리가 꽤 멀다. 게다가 일본이 최근 집단자위권 행사의 법적 근거가 되는 안보법제를 통과시켜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우려가 커진 상황 아닌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불과 며칠 전에도 국회에 불려나가 ‘대책이 뭐냐’는 의원들의 추궁에 “우리 정부의 승인 없이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이 없도록 하겠다”는 대답을 철 지난 레코드처럼 반복해야 했다. 그런데 군 수뇌부 인사가 일본군의 한반도 재진출 ‘멍석’을 기꺼이 깔아주겠다니,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군사적 대북 억제력이 안보정책의 유일한 잣대는 아니다. 한-일 안보협력은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삼각공조 강화의 일환이다. 또 삼각공조가 주로 중국 견제용이라는 것은 이제 상식에 가깝다. 지난달 <한겨레>의 광복·분단 70년 기획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대다수인 68.8%가 그렇게 답했다. 대북 억제력을 빌미로 외세에 손을 내밀면 언제든 우리는 거꾸로 중국 견제에 동원될 위험에 빠진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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