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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9.23 20:03 수정 : 2015.09.24 15:21

현장에서

전경련은 지난 22일 ‘노사정 대타협 정신에 따라 경제계 청년 일자리로 화답’이라는 자료를 냈다. 13개 그룹이 올 신규 채용을 연초 계획 대비 10% 이상 늘렸다는 내용이다. 대기업들이 청년을 배려해 고용을 늘린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수치가 틀렸다면 사실을 왜곡해 전경련이 자기 이해를 대변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전경련은 삼성, 에스케이 등 13개 그룹이 연초에 계획한 신규 채용 9만3214명보다 9378명(10.1%)이 늘어난 10만2592명을 새로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채용을 늘린 그룹은 삼성(2000명), 에스케이(SK·1000명), 지에스(GS·200명), 한진(540명), 한화(3987명), 씨제이(CJ·1600명), 효성(51명)으로, 이들 7개 그룹만의 채용 증가율은 27.6%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복지팀장은 “신규 채용은 고졸 또는 대졸의 신입 및 경력직원 채용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9천여명의 채용 순증 가운데는 크나큰 허수가 숨어 있다. 전경련이 밝힌 순증 가운데 상당 부분은 연초 4700명 채용 규모를 8687명으로 3987명이나 늘렸다는 한화그룹에서 나온 것이다. 이 수치에는 한화의 면세점 진출로 인한 ‘일자리 창출’ 2000명과 채용 전제형 인턴 1000명이 들어가 있다. 여기에서 ‘일자리 창출’이란 면세점 사업과 관련한 협력업체 일자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화는 이를 ‘일자리 창출’이라고 표현했고, 전경련은 ‘신규 채용’으로 한화가 직접 채용한다는 의미로 둔갑시켰다.

결국 이런 허수를 고려하면 실제 채용 증가율은 전경련 발표보다 크게 줄어든다. 7개 그룹 기준으로는 27.6%가 아니라 18.8%이고, 13개 그룹 기준으론 10.1%가 아니라 6.8% 수준이다. 여기에 에스케이는 연초 계획보다 1천명을 늘려 8천명을 뽑는 것으로 포장됐지만, 이는 지난해 채용 규모와 똑같은 수준이다. 애초 1천명을 줄이려다가 원상회복한 것이어서, 이 또한 통계의 허수에 가깝다.

그러나 전경련은 이런 허술한 통계를 들어 “노사정 대타협의 수준이 경제계의 기대에 다소 못 미치더라도 대타협의 정신에 입각해 채용 확대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기업은 할 만큼 했으니 노동계의 양보가 더 필요하다는 태도인 셈이다. 이런 주장은 전경련의 수치 발표를 보도한 주요 언론을 통해 그대로 전달됐다.

전경련은 ‘오류’는 인정하지만 ‘수정’은 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철행 고용복지팀장은 “한화 쪽과 의사소통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틀린 것에 대한) 자료 수정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전경련은 최근 발표한 ‘30년차 근로자 임금, 1년차의 4.3배’라는 자료(<한겨레> 2015년 9월14일치 6면 참조)에서도 통계수치를 자신의 입맛대로 활용해 실태를 왜곡한 적이 있다. 전경련 자료는 평균 근속연수 6.0년에 불과한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1년차와 30년차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비교했다. 여기에서 ‘1년차’란 새로 직장에 들어온 비정규 노동자가 포함되며 ‘30년차’란 임원급이거나 정년이 보장되는 극소수 직장인이란 점은 은근슬쩍 제쳐둔 발표였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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