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17일 대한상공회의소 강연은 여러모로 관심을 끌었다. 통화정책을 책임진 중앙은행 수장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다, 주제가 ‘대내외 경제환경과 우리경제의 과제’여서 더 그랬다. 실제로 강연에는 유익한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30년만에’ 상공회의소를 찾은 개인적 감회가 벅찬 탓이었는지 이 총재는 공감하기 어려운 발언도 스스럼없이 했다. 이 총재는 한은 총재로 부임하기 전인 2013년 12월 자신의 <문화일보>기고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기고는) 이런 논거였다. ‘경제성장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기업이다. 끊임없는 혁신과 철저한 이윤동기에 바탕을 둔 기업가정신이 경제발전을 이끌어낸다. 분배 없는 성장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성장 없는 분배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패자를 만들지 않으려고 하다보니까 승자까지도 나오지 못하게 하는 그런 풍토에 있다.’ 그랬더니 항의가 많았다. … 국회청문회에서 또 이것이 도마에 올랐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원리가 이념대립에 의해서 간과되는 게 상당히 가슴 아프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총재는 자신의 기고 ‘논거’가 국회 등에서 비판받은 게 ‘이념대립’ 때문이라며 유감을 나타내고 있는데, 수긍할 수 없다. 우리사회에서 승자독식 추세가 짙어지고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현실을 안다면 쉽게 꺼내지 못할 얘기다. 경제성장의 주체가 기업, 사실상 기업가라고 한 점도 그렇다. 그가 기업의 다른 주역인 노동자와, 기업 바깥에서 나라경제에 기여하는 생산조직 등의 구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하면 지나칠까. 이 총재는 독일의 노동개혁인 하르츠개혁과 관련해 “(하르츠 위원회가)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됐고 그 위원장을 폭스바겐 이사에게 맡겼다. 이해관계자를 배제한 상태에서 합의안을 도출하고 선거공약으로 내세워서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쳐서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어느 정도 컨센서스는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관계 당사자가 참여해서는 합의를 보기가 어려울 거다.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채 한 합의를 정권이 바뀌어도 계승해서 추진하는 걸 우리가 배울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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