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3.23 19:51 수정 : 2016.03.23 19:51

현장에서

정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기업 활력 제고 특별법(원샷법) 시행령’이 재벌의 악용 가능성을 막기 위해 법안에 포함된 ‘안전장치’를 무력화시킬 위험성이 크다는 보도(<한겨레> 3월22일치 20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가 22일 설명자료를 냈다.

하지만 산업부의 자료를 보면 설득력이 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안전장치의 핵심은 신청 기업의 ‘사업 재편 계획’이 생산성 향상보다 경영권 승계나 계열사 지원을 목적으로 할 경우 심의위원회가 불허하는 것이다. 또 심의의원회가 하는 승인·변경 승인·시정 요청·이행 점검·종료 평가 등의 주요 내용을 공표해서 시장 감시가 이뤄지도록 했다.

한 예로 산업부는 설명자료에서 사업재편계획 승인 불허 사유인 ‘계열사 부당지원’의 유형을 ‘일감 몰아주기와 총수 일가의 사업 기회 유용’(공정거래법 23조의 2)으로 지나치게 축소했다는 우려에 대해 “법에서 열거한 수준으로 반영했고, 승인을 받았더라도 사후적으로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면 취소(시행령 15조)할 수 있어 충분히 방지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는 23일 논평에서 안전장치 취지상 재벌 계열사 간 부당지원 유형을 폭넓게 담고 있는 공정거래법 규정(23조 1항 7호)까지 승인 불허 사유에 넣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또 사후 취소 규정은 사전 승인 여부를 다루는 조항과는 다르다며, 산업부의 안이한 태도는 정부와 재벌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샷법은 공급 과잉 산업에 속한 잠재 부실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합병·분할 등 사업구조를 개편할 때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의 절차·규제를 간소화해주고 자금·조세 지원을 해주기 위해 제정됐다. 당시 정부는 ‘재벌의 악용 위험성’을 우려한 야당에 대해 원샷법이 경제 살리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악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된다며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야당에 대한 ‘총선 심판론’까지 제기했다. 또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은 서명운동으로 야당을 압박했다. 결국 야당도 기업 구조조정의 시급성과 정부의 안전장치 약속을 고려해 반대 뜻을 거둬들였고, 원샷법은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원샷법의 탄생 배경이 이런데도 정부가 시행령에서 ‘문구 장난’으로 여야 합의의 산물인 안전장치를 무력화시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가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산업부는 “꼼수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한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당장이라도 시행령을 여야 합의에 맞춰 손질하는 게 옳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현장에서]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