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허무맹랑한 주장…대응할 가치조차 못 느낀다.” 18일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잘라 말했다. 정부가 떠들썩하게 발표한 ‘집단 탈북’에 대해 북쪽이 ‘유인 납치’라며 반발하는 데 대한 공식 반응이다. 열흘 남짓 만에 정부의 태도는 달라져 있다. 총선을 닷새 앞둔 집단 탈북 공개 브리핑, 총선 사흘 전인 일요일 잇단 통일부·외교부 고위당국자의 동시다발 백그라운드 브리핑, 총선 이틀 전 지난해 ‘고위급’ 탈북자들에 대한 ‘사실’ 확인…. 탈북자 관련 정부 공식 방침과 상충하는 이례적으로 요란한 행보였다. 청와대가 주도한 ‘신종 북풍’은 어설펐고 더는 표심을 뒤흔들 수 없음이 드러났다. 총선이 마무리되자 정부는 ‘침묵 모드’로 들어갔다. 이렇게 잊어선 안 된다. 북이든 남이든 ‘사람’이 달린 일을 이토록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한 개성공단 폐쇄에 이어 청와대가 밀어붙인 ‘집단 탈북’ 긴급 공개는, 남북관계가 아닌 총선을 염두에 둔 국내 정치적 행보에 가깝다. ‘집단 탈북’이, 이틀 안에 이뤄진 ‘신속성’과 입국 하루 만에 사진과 함께 내용이 공개된 ‘전격성’은 총선 일정을 빼고 설명할 수 없다. 북한 여권 소지자 13명이 중국 닝보에서 말레이시아를 돌아 이틀 만에 인천공항까지 주파하는 동안 외교부·국가정보원 등의 적극 개입이 없었으리라 상상하기 어렵다. 여러 정황과 증언은 이번 소동의 ‘기획자’로 청와대를 가리킨다. 공무원의 총선 개입은 헌법 유린 행위이다. 누가 왜 어떻게 개입했는지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할 때다. 청와대 내부의 과잉충성인지, 또다른 라인의 개입인지 드러내야 한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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