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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20 17:14 수정 : 2016.04.20 21:42

현장에서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장하실 계획입니까?” “영화인들이 보이콧 선언을 했는데 당장 올해 텅 빈 영화제를 어떻게 운영하실 생각입니까?” “…”

2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부산시와 영화 담당 기자들의 간담회는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표현에 따르면 “간담회가 아니라 청문회와도 같은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날 부산시가 영화제 파행에 대해 집행위원회에 책임을 돌리는 주장을 다시 한번 되풀이하면서 기자들의 질타에 가까운 질문들이 이어진 것이다.

김규옥 부시장은 “영화제 쪽 입장 변화가 없어서 정관 개정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18일 영화인들의 부산영화제 집단불참 선언이 나오면서 우려가 크다. (영화제를) 잘되게 하기는 어렵지만 망치기는 쉬운 것 아니냐”고 부산국제영화제 쪽의 변화를 촉구했다. “앞으로 170일밖에 남아 있지 않은 올해 영화제가 파행으로 운영된다면 어떤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영화제는 부산시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위원회가 한다는 게 부산시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영화제와 이견을 빚어왔던 부산시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해소할 수 있는 실제적 방안을 내놓지 않은 채 원칙론만 거듭 강조된 것이다.

이러한 부산시의 판단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나 영화계는 물론 문화 분야를 취재해온 언론인들과도 커다란 시각차를 보였다. “서병수 시장이 주관한 정기회의에서 영화제 자문위원 68명의 신규 위촉을 통과시켰으면서도 다시 그들의 자격정지를 법원에 요청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한 기자의 지적과 관련해 이날 김 부시장은 “사실 우리가 자문위원이 뭐 하는 사람들인지 잘 몰랐다”며 “그들이 총회장에 영화인 107명의 위임장을 들고 와서 의결을 요구했을 때 ‘주권이 넘어갔구나’ ‘부산영화제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고 해산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계속 “시가 영화제를 박해한다는 오해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밝혔지만, 실제론 시부터가 영화인들의 움직임을 ‘불순’하게 보고 있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부산시의 주장이 사실인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는다. “지난해 9월 초순 서병수 시장이 영화 <다이빙벨>을 보지도 않고서 영화제 상영을 반대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한겨레>의 질문에 김 부시장은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에서 서 시장을 찾아와 상영 중지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서병수 시장이 유가족을 만난 시기는 이미 영화 상영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난 뒤인 9월 중순이었다.

남은주 기자
또 김 부시장은 “(신규 자문위원인) 영화인 68명에 대해선 총회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지 영화제에 관여할 자격이 없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도 주장했지만 지난 3월2일 서병수 시장은 기자회견문에서 “영화제 운영에 크게 기여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장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수도권 대 부산시민, ‘영화 권력자’ 대 ‘양식있는 영화인’들의 대립 구도를 만들어왔다.

“소통해보자고 만든 자리입니다. 좋은 말씀 한번 해주이소.” 이날 부산시 관계자들은 마지막으로 당부했지만, 해법보단 주장만 있는 이날 자리에서 소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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