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08 19:01
수정 : 2016.08.08 22:31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대한민국(한국)의 적성국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발행한 여권과 중국 정부가 발행한 비자가 있으면 한국인은 누구든 중국에 갈 수 있다. 중국은 외교부가 지정한 여행 금지·제한 국가도 아니다. 외교부가 ‘여행 유의’(북·중 접경지역)와 ‘여행 자제’(티벳·신장위구르) 권고를 한 지역을 빼면 아무런 제한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이 방문하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방문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곳이다.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444만4천명. 지난해 가장 많은 한국인이 찾은 나라가 중국이다.
그런데 대통령과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유독 더민주당 의원들한테는 ‘중국에 가지 말라’고 거듭 만류한다. 왜? 청와대는 7일 김성우 홍보수석이 발표한 ‘입장’을 통해 더민주당 의원의 방중을 “이웃국가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8일엔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표현 수위가 7일 ‘청와대 입장’에 견줄 수 없을 정도로 강경해졌다. 대통령은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가치관과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런데 “일부 의원들이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고 “정치권 일부에서…북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하는 황당한 주장”을 한다고 비난했다. 이렇게 대통령이 직접 나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렸는데도 더민주 의원 6명이 방중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자, 새누리당 지상욱 대변인은 “의원외교를 가장한 신중국사대주의”라며 “이제 대한민국에는 294명의 국회의원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선언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더민주당 의원의 방중을 “매국”이라고도 했다.
친북, 신중국사대주의, 매국…. 말이 아주 험하다. 누가 들을까 겁난다.
말이 험해질 땐 말싸움을 피하는 게 좋다. 대신 정치공동체로서 대한민국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준수해야 할 헌법을 들여다보자. 헌법은 “복수정당제”(8조1항)를 보장한다. ‘다른 정견’의 조직·공표 행위의 헌법적 보장이다. 안보 문제라고 다를 게 없다. 헌법 60조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 파견 등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명시하고 있다. 국회는 정견이 다른 여러 정당에 속한 300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되며, 국회의원은 각자가 헌법기관이다. 대통령의 말처럼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가치관과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없다”면 헌법에 왜 이런 규정이 있겠는가? 오히려 대통령의 발언이 반헌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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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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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의원 6명이 방중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주한미군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최근의 한-중 갈등과 관련한 한국사회의 우려를 전하는 건, 국회의원으로서 권리이자 의무다. 의원외교는 활발할수록 좋다. 새누리당도 방중 의원단을 꾸리기 바란다. 여야 의원이 고루 참여하는 방중 의원단도 좋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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