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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24 16:54 수정 : 2016.10.24 17:46

눈을 기대하기에는 때 이르지만 경제만큼은 한겨울이다. 2008년 이후 햇볕이 든 적이 없는 한국 경제에 어둠은 더욱 짙게 깔렸다. 과장된 듯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내년에 ‘퍼펙트 스톰’이 온다고 경고하고, 일부 민간 연구소에선 올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한다. 주력 기업들은 내년도 사업 계획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내년 세입·세출 예산안을 놓고 국회나 청와대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무래도 국민은 내년에 퍼펙트 스톰까지는 몰라도 1%대 성장 시대를 만날 것 같다. 민간 부문이 취약한 탓에. 예산이 내년 경제의 향배를 가르는 핵심 변수인데 국회와 청와대가 어처구니없는 숫자놀음이나 공방에만 빠져 있어서다. 경기 흐름과 취약한 경제 구조를 조망하는 예산안 심의는 기대조차 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년도 예산안은 당면한 경제와 안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하였습니다. 그 결과 내년 총지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하게 됩니다.”

어려운 경제를 진작하기 위해 마치 예산 폭탄이라도 터뜨린 듯하다. 진실은 뭘까? 올해 예산은 398조4천억원이다. 내년 예산은 여기서 고작 2조원 늘린 게 전부다. ‘사상 처음으로’이라는 수식어는 안 쓰느니만 못했다. 매년 경제가 성장하듯이 예산이 한해 전보다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더욱 그렇다. 당연한 것을 새삼스러운 일로 포장한 것은 국민들의 착시를 기대해선가.

박 대통령은 ‘찔끔 예산안’을 보고한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야단치거나 문책했어야 했다. “이 정도 예산으로 내년 경제 괜찮나요? 또 추가경정예산 편성하려고 그럽니까? 도대체 몇 번째입니까?”라면서. 경제 수장들이 질책받았다는 소문조차 돌지 않다 보니, “대통령이 경제 상황을 관전만 하고 있다”라는 비아냥 섞인 반응이 나온다.

야당도 엉뚱하긴 마찬가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2012년 이후 법인세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에 소득세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은 더 얇아지는 반면 사내유보금만 늘려 왔다”고 말했다. 늘어난 세 부담이 고소득 월급쟁이에 집중됐고, 그럼에도 이들의 실효세율은 다른 나라에 견줘 크게 낮은 현실은 모르쇠한 발언이다. 고소득자 세 부담을 늘린 건 ‘소득 재분배’를 강조하는 야당에선 잘했다고 정부를 칭찬해야 할 일 아닌가. 재벌대기업의 실효세율을 가장 많이 끌어올린 건 김대중 정부도 노무현 정부도 아닌 박근혜 정부이기도 하다.

“국가채무가 늘고 있다” “누적 재정적자가 불어나고 있다”라는 야당에서 나오는 발언에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국가채무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예산을 깎겠다는 이야기인지 궁금해서다. ‘세수를 늘리면 되지 않나’라고 반문하겠으나, 야당은 지금껏 한 번도 적정 수준의 예산 규모를 밝힌 적이 없다. 청와대는 관전하고 정부는 무능하며, 야당은 번지수를 잘못 짚고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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