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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29 18:59 수정 : 2016.11.29 22:01

현장에서

1년 전 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국정 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확정 고시했던 교육부는 지난 1년 동안 편찬기준, 집필진, 편참심의위원 모두 비공개로 교과서 집필 절차를 진행해왔다. 내용의 공정성과 개발 과정의 투명성을 우려하는 문제제기에는 눈을 감았다. 특히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 시점(지난 28일)이 다가오자 교육부는 수차례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질 높은 국정 교과서를 만들었고 내용이 공개된 뒤에는 우려와 논란이 줄어들 것이다. 내용에 자신있다”고 말했다. 이준식 교육부장관은 25일 국회에서 “공개되는 교과서를 보시면 친일에 대해 비판적으로 기술했다는 사실을 아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편찬기준과 현장검토본이 공개된 뒤에는 이같은 말을 반복하기 어려워보인다. 편찬기준에는 ‘친일파 청산’이란 표현이 사라지고 ‘친일 청산’이란 추상적인 표현으로 교체됐으며, 교과서에도 ‘친일파’와 ‘친일 세력’이란 표현을 중복 사용하며 그 의미를 상당부분 중화했다. <한국사> 검정교과서(최종판 기준)를 출판사별로 보면 ’친일파’란 단어가 리베르 18회, 금성출판사 15회, 비상교육 15회, 미래엔 12회, 천재교육 11회, 교학사 9회 등장하는 것과 비교해 이번 국정 <한국사> 교과서에는 8회 등장하는 데 그친다. ‘독재 미화’는 또 어떤가. 현대사 분량이 기존 검정교과서에 비해 10쪽 가량 줄었는데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분량은 기존 5~6여쪽에서 10쪽 정도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간 교육부가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실제 국정 교과서의 내용이 허술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내용보다 국정화 자체와 추진 절차가 더 문제”라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교과서가 공개된 뒤에는 내용의 편향성과 구성의 허술함만으로도 학생들이 배우기에 ‘함량미달’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김미향 기자
학교 현장의 역사 교사들은 이미 국정 교과서가 현장에 내려올 가능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역사 교사는 “국·검정 혼용을 한다는 이야기는 사싱살 폐기라고 봐야 한다. 국·검정 혼용을 했을 때 국정교과서를 채택할 교사는 지금 거의 없다. 교장이 지시하면 간혹 채택할 수도 있겠지만 교장의 70~80%가 가입돼있는 한국교총도 반대 입장을 이미 밝혔다. 국검정 혼용을 한다면 채택률이 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술한 교과서를 만들어놓고도 그동안 그리 당당했던 이준식 교육부장관은 지금이라도 학계와 학교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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