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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31 09:39 수정 : 2017.05.31 09:47

지난해 10월17일, 철도공사는 노사합의 없이 도입된 성과연봉제를 철회하라며 파업 중이던 철도노조 조합원 7천여명의 10월 임금명세서를 각 조합원의 자택에 일반우편으로 발송했다. 명세서 발송 나흘 전 부산철도차량정비단장은 파업 참가 조합원의 ‘가족’에게 일반우편으로 편지를 보내, 파업 참가에 따른 임금 손실 예상액을 설명한 뒤 “몸담을 직장이 있어야 가정에서 존경받는 남편, 사랑받는 아빠가 될 수 있다”며 “무조건 정든 일터, 가족의 생계를 이어주는 직장으로 복귀하는 것뿐, 더이상 다른 길은 없다”고 밝혔다. 조합원 가족들에게 조합원들이 파업에서 복귀하도록 설득해 달라는 취지다.

지난달 25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공사의 이런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지노위는 “(조합원들에게 보낸 편지가) 파업에 대한 단순한 비판적 견해 표명에 머무르지 않고, 노조 조합원과 가족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위협으로 전달됐을 개연성이 크다”며 “공사가 노조 활동에 지장을 주거나 위축을 줄 의도로 급여명세서를 발송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철도공사는 임금명세서 우편발송이 “조합원들의 임금 문의가 쇄도하고, 임금과 연계된 금융거래에서 노동자들이 입을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한 ‘선의’의 조처였다”고 항변했지만, 급여담당 부서의 통화량은 예전 수준이었고, 공사는 ‘문의가 쇄도했다’는 주장의 근거를 내놓진 못했다.

철도공사가 헌법상 기본권인 노조의 파업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철도공사는 노조의 파업마다 파업 참가자를 무더기로 직위해제 했는데, 최근 대전고법은 이 직위해제가 위법하다고 보고 조합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공공부문이 ‘착한 사용자’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사관계에서, 적어도 지난해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공공부문 ‘사용자’들이 보인 모습은 노조와 ‘노조 할 권리’를 무시하는 ‘나쁜 사용자’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10%에 불과한 노조 가입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선거 때 공약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선 노사관계에서도 공공부문 사용자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노조 활동을 했다고 해서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노조를 대화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는 행위는 적어도 새 정부에선 없어야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 과정에서 정규직 노조의 ‘양보’가 필요하다 느낀다면 더욱 그렇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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