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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05 20:05 수정 : 2017.07.05 22:06

4일 박유천 성폭행 고소 여성 ‘무고’ 재판서
“화장실 크기 작은데 성폭행 당할 수 있느냐”
방청석서 실소, 재판장이 제지하기도
여성단체 “성폭행 가해자가 말하는 방식”

“(성폭행을 당했다는데) 피고인은 왜 화장실 문을 열고 도망치지 않았죠?” “피고인은 ‘얼떨결에 성교를 당했다’고 했는데, 성폭행이라면서 ‘얼떨결’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가수 박유천씨한테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 신고한 혐의(무고) 등으로 기소된 송아무개(24)씨의 국민참여재판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4일 자정을 넘어 5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송씨를 향한 검사의 질문이 이어지는 동안, 방청객들 사이에선 “미치겠다”, “말이 되느냐”는 실소와 탄식이 터져 나왔다.

검사는 송씨가 동료에게 ‘(성관계 사실을) 쪽팔려서 말 못해요’라고 보낸 문자메시지를 두고 “완력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이렇게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00만원을 준다고 해서 동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도 이어졌다. ‘왜 박씨를 신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송씨는 “사건 직후 당혹스러워 다산콜센터에 전화하고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유명인의 이름을 말하기 두려웠다”고 항변했지만, 검찰은 그의 처지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화장실 크기가 작은데 성폭행을 당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검사 발언을 재판장이 “화장실 크기 같은 얘기는 그만하라”고 제지할 정도였다.

송씨의 변호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송씨의 고소가 객관적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허위인지, (부분이 아닌) 전체를 봐달라”고 최후변론을 했고, 배심원의 판단도 같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나상용)는 이날 새벽 국민을 대표하는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 의견에 따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허위 사실을 신고하고, 박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김미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검찰 쪽 신문 태도에 대해 “성폭력 가해자가 말하는 방식 그대로였다”며 “성폭력은 수치스러움 때문에 피해를 밝히기도, 신고하기도 쉽지 않은데 이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검사에겐 유죄 입증의 책임이 있지만, 그렇더라도 잠재적 피해자에게 모욕을 주는 값싼 방식의 입증은 곤란하다. ‘검사윤리강령’엔 “검사는 인권보호 수사준칙을 준수하고 사건 관계인의 주장을 진지하게 경청한다”고 규정돼 있다. 비단 수사 과정에서만 적용되는 준칙은 아닐 것이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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