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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07 15:38 수정 : 2017.08.07 20:28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 후보인 정부서울청사 본관. 정부청사관리본부 제공

[현장에서]
광화문 서울정부청사보다 세종시 이점 많아
막힌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물꼬 트일 것
이중적·비효율적 행정부 운영도 정상화
경호 유리·집값 안정에 역사적 의미까지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 후보인 정부서울청사 본관. 정부청사관리본부 제공
6일 행정안전부는 ‘대통령 광화문 집무실 이전 계획이 전혀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 없다’는 설명자료를 냈다. 이날 아침 <연합뉴스>가 ‘대통령 집무실을 2019년 정부서울청사 본관으로 옮긴다’는 기사를 낸 데 대한 해명이었다.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며, 지난달 발표된 100대 국정 과제에도 포함됐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는 것보다는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대통령 집무실은 함부로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이번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세종시가 광화문보다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기에 나은 이유는 많다. 먼저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시로 옮기면 문 정부의 주요 과제인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물꼬가 트일 것이다. 2016년까지 세종시 건설로 58개 중앙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의 1만8천여명, 혁신도시 건설로 115개 공공기관의 4만여명이 일터를 지방으로 옮겼다. 그러나 같은 기간에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옮긴 인구는 이들 기관의 공무원, 직원 숫자보다도 적은 5만명 정도다. 왜 이들은 가족과 함께 지방으로 이사하지 않았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있다는 이유다. 여전히 서울이 수도고 중심이기 때문에 이들이 주거지를 지방으로 옮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시 이전은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고 서울에서 지방으로의 이동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세종시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일대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세종청사의 모습.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또 정부 운영도 정상적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현재 50개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33개(66%)는 세종과 대전 등에 있어 서울과 과천에 있는 기관 17개(34%)의 2배에 이른다. 그러나 세종에 있는 기관의 장차관과 실국장 등 고위 공무원 대부분이 서울에 상주한다. 대통령과 국회가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과장급 공무원들도 서울과 세종을 오가느라 길에 시간과 돈, 체력을 낭비하고 있다. 세월호나 메르스, 조류독감, 구제역 등 국가적 재난 때 정부가 허둥지둥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가운데 하나는 이렇게 행정부의 머리와 몸이 140㎞나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국가적 재난에 대응하는 중앙재난안전상황실도 세종시가 본부지만, 서울에도 있다. 대통령 때문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으로 옮기면 이런 이중 구조나 혼란은 모두 해결된다.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긴다면 비정상적이고 비효율적인 행정부 운영도 바로잡을 수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세종시의 대통령 집무실은 대통령에 대한 경호와 경비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하다. 정부서울청사 본관의 경우 군사적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지하벙커가 없고, 새로 마련하기도 어렵다. 전쟁이 터지면 대통령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다시 청와대 지하벙커로 황급히 피해야 한다. 더욱이 정부서울청사 자체가 고층 건물이고, 주변에 사기업 고층 건물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에 외부의 공격에 쉽게 노출돼있어 경비와 경호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현재 8만평이나 비어있는 정부세종청사 지구 중심에 대통령 집무실을 마련하면 지하벙커도 만들기 쉽고, 정부청사로 둘러싸여 경호와 경비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청와대뿐 아니라 국회까지 모두 옮길 수 있다. 행정부 공무원들이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를 걸어다닐 수 있게 된다는 점은 덤이다.

정부세종청사의 중심부엔 8만평에 이르는 빈 터가 있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를 모두 옮길 수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세종시의 대통령 집무실은 대한민국의 만성적 골칫거리인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중앙정부는 대학, 기업과 함께 서울에 사람이 몰리는 3대 이유 가운데 하나다. 대통령과 국회가 세종시로 이전한다면 이에 따른 주택 수요의 상당 부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서울의 집값 안정이나 서울의 과밀 해소에 도움이 된다. 비싼 서울 집값 때문에 주변 도시로 밀려난 사람들도 다시 서울로 들어올 수 있다.

세종시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역사적인 의미도 있다. 대통령과 국회는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붙이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5년 뒤엔 새로운 헌법과 정치 체제를 갖춘 정부가 출범할 예정이다. 그 새로운 나라를 600년 기득권의 상징인 서울이 아니라, 세종시에서 시작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현재 국민 다수도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에 찬성한다. 지난달 정세균 국회의장실에서 조사해보니, 49.9%의 국민이 헌법을 개정해 세종시로 국회와 청와대를 옮기는 데 찬성했다. 반대(44.8%)보다 5.1%포인트 더 높았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에서 찬성 의견이 50%를 훌쩍 넘겼다. 문 대통령도 지난 대선 때와 당선 뒤 “국민이 동의하면 개헌에 행정수도 이전을 포함하겠다”고 약속했다.

불통과 권위주의의 상징이 된 현재 청와대 본관의 모습. 청와대 제공
이제 15년 된 수도 이전 논쟁에 마침표를 찍고 국민 다수가 동의하고 대통령이 약속한 세종시로의 청와대, 국회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 개헌안에 세종시를 ‘수도’나 ‘행정수도’로 규정하는 조항을 넣으면 된다. 당장은 대통령 집무실의 입지로 전국에서 광화문만큼 번듯한 곳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당대의 번듯함만을 추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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