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09 15:42
수정 : 2017.08.0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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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시의 미군기지 ‘캠프 롱’은 지난 2010년 폐쇄된 뒤 미군은 모두 떠났고 34만㎡(10만평) 부지에 미군이 고용한 경비원만 남아 한국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캠프 롱’ 정문 풍경. 원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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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저녁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민간 환경단체 대표 17명과 만났다. 상견례 성격 행사에서 환경부는 “지난 정부에서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첫 만남이기에 덕담도 오갔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환경영향평가, 미군기지 환경오염, 4대강 사업 등에 제 목소리를 못내온 과거 환경부의 태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한겨레> 디스커버팀은 두달여 주한미군 기지이전 실태를 기획 취재했다. 그 중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와 관련한 취재 과정에서 의아했던 것 중 하나도 환경부의 소극적 태도에 관한 것이었다.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 문제를 거론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던 환경부는 <한겨레> 보도 뒤에는 책임 회피를 위해 ’거짓 해명’ 자료까지 내놨다. 정부가 바뀌었는데도 환경부의 업무 태도는 여전히 소극적, 방어적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환경부는 미군이 공개를 반대한다며 폐쇄된 지 오래된 미군기지라 할 지라도 반환 전까지 오염 정보를 비밀에 부쳐왔다. 지난 6월23일, 환경부는 용산미군기지 내부의 환경오염 2, 3차 조사자료를 공개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새 정부에 기대를 걸었던 환경단체들은 “어느 나라 환경부냐”며 격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환경부는 1차 조사결과를 공개하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결국 대법원 판결까지 나고서야 고작 두 장짜리 요약본을 공개했다. 정작 지난 4월 미국 정부는 한국 시민단체의 요청에 너무도 쉽게 용산미군기지 내 84건의 기름유출사고 내역을 공개했다. 미군은 자신들이 공개한 것이 아니라며, 가볍게 넘겼다고 한다.
이전 정부 때와 비슷한 일 처리는 반환 협상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취재 중 환경부가 폐쇄 7년째 반환 협상을 끝내지 못하고 있는 강원도 원주의 미군기지 ’캠프롱’에 대해 환경 협상이 미합의된 상태로 외교부가 주관하는 특별합동위로 논의를 넘기려 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는 2015년 반환돼 한국이 정화비용을 덤터기 썼던 다른 미군기지 두 곳과 같은 경우로 사실상 미군에 환경 오염 책임 묻기를 포기하는 조처다.
이런 내용의 <한겨레> 보도가 나가자 환경부는 해명자료를 냈다. “환경부 과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 시 ‘환경협의 미합의 상태로 8월 중 개최 예정인 차기 환경분과위에서 다음단계인 특별합동위로 넘기는 방안 고려’한다고 언급한 바 없음”이라는 내용이었다. <한겨레> 보도를 전면 부인한 이유를 환경부에 묻자 “특별합동위로 넘기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말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차기 회의에서 꼭 하기로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모호한 표현을 써서 <한겨레> 보도를 오보로 몰아간 것이다.
이것은 ’무능’일까 ‘무관심’일까 ‘무기력’일까. 지난 6월8일 서울시 주최 ‘용산미군기지의 온전한 반환과 정화를 위한 환경포럼'에도 환경부는 불참했다. 미군기지 환경협상을 담당하는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과 사무관, 주무관은 다른 업무로 바빴다. 며칠 뒤 사무관은 아예 다른 업무를 맡게 돼 미군기지 담당 사무관 자리는 공석이 됐고 곧이어 온 지 3개월 된 주무관은 또 인사가 나 교체됐다. 업무량이 많은 토양지하수과는 인사이동도 잦다.
환경부는 매번 미군기지 문제는 국방부와 외교부의 입장도 있고 상대가 미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환경부가 환경 문제에 목소리 높이지 못한다면 환경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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