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15 11:59
수정 : 2017.09.1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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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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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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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고래들 싸움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는 동북아에서 우리는 정교하고 치밀한 통상 ‘책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폐기’ 언급까지 나오면서 위태로운 지경에 빠져들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향후 전망에는 “이건 국운이 따라야 한다”고 짧게 말했다.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 조처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제소는 지금 국면에서 취할 카드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우리가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서 당장 기업의 어려움이 풀린다면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이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중 간의 어려운 문제는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며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이 ‘세계무역기구에 왜 당장 제소하지 않느냐’고 통상당국을 종용하고 있지만, 사실은 제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조차 아니라는 뜻이다. ‘국운’을 언급한 김 본부장과 ‘어려움’을 호소한 청와대 대변인의 말에는 미국발 한-미 자유무역협정, 중국발 사드, 북한발 핵·미사일 파고가 한꺼번에 덮친 새 정부의 좁은 처지와 고뇌가 한숨처럼 배어있다.
사드보복에 맞선 세계무역기구 ‘제소 카드’ 행사에 통상당국은 왜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무엇보다 한번 제소 국면으로 사태가 빨려들어가면 이후 전개될 상황은 ‘예측 불허’다. 통상당국이 가장 경계하는 것도 이점이다. 한·중 양국이 경제보복으로 맞대응하며 치고받으면서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송기호 변호사(민변 통상위원장)는 “사드 문제는 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절차 위탁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한다. 제소해 승소한다해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중국산 김치 수입관세율 인상처럼 중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물리거나 한국인의 중국관광 금지같은 맞대응 경제보복조처를 허가받는 정도로 알려진다. 보복철회나 피해 원상회복이 아니라, 세계무역기구로부터 허용받은 ‘대중국 경제보복’뿐이라는 것이다. 김 본부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세계무역기구에 제소만 하면 뭐하나? 승소한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을 할 것인가? 제소 카드가 플랜에이(A)라면, 그 후에 벌어질 일에 대한 플랜비(B), 플랜씨(C)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승소는 할 수 있는가? 현재로서 승소는 확신이 아니라 ‘가능성’일 뿐이다. 게다가 사드는 안보문제다. 중국은 “안보는 한-중 자유무역협정 이행의무에서 예외로 인정되는 조항”이라고 주장할 게 뻔하다. 한·중 자유무역협정문 제21조2항(필수적 안보)은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21조와 ‘서비스교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 제14조는 이 협정에 통합되어 그 일부가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두 국제통상규범은 자국의 ‘중대한 안보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통상규제 조처를 취할 수 있다는 무역 ’예외조항’을 담고 있다. 제소 뒤에 이를 둘러싼 법리다툼을 벌이느라 오랜 시간이 걸릴 공산도 크다. 김 본부장은 “통상협상에서 한번 쓴 카드는 이제 더 이상 카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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