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11 22:14
수정 : 2018.07.1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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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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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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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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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의 보도 내용은 국정원 개혁에 저항하는 적폐세력이 강고함을 방증한다.”
11일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자신의 아들이 2014년 국가정보원에 지원했다가 최종 신원조사 과정에서 탈락한 데 대해 국정원에 여러차례 ‘시정’을 요구했다는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 이렇게 입장문을 냈다. ‘자녀가 국정원 채용에서 탈락한 뒤 정보위 간사로서 이 과정을 조사해달라거나 (채용인사) 기록을 시정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국정원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를 국정원 적폐세력의 저항이라고 규정했다. 취재 과정에서 한 국정원 관계자가 했던 말이 스쳐갔다. “국정원에 지원해 떨어진 수많은 사람들은 왜 떨어졌는지 궁금하고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콕 찍어서 김 의원의 아들에 대해서만 신원조사 결과를 다시 보고 불합격 취소까지 검토했다. 이게 ‘적폐’가 아니면 무엇인가.”
김 의원의 입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자신의 아들이 2014년 국정원 채용 신원조사 과정에서 떨어진 것을 “아버지 때문에 (아들이 채용에서) 탈락한 신판 연좌제”라고 전제한 뒤, “아픈 가정사를 의혹 수준으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인사처장을 지낸 그는 국정원이 자신을 해직한 것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것이 아들 탈락의 원인이라 본 것이다.
김 의원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는 별도로 밝혀져야 할 문제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본질은 국정원을 감시하는 정보위 간사가 자신의 아들 채용 문제를 지속적으로 국정원에 제기한 부분이다. 김 의원이 2016년 총선에 당선돼 정보위 간사가 된 뒤 “아들의 불합격 처분이 취소되는지 여러차례 검토했고, (국정원 직원이) 의원실에 가서 설명까지 했다”(2016년) “신원조사에서 왜 떨어졌는지 알아봐달라고 해서 보고서 검토 등 관련 조사를 했다”(2017년)는 등의 내용은 모두 국정원 내부에서 나온 증언이다. 김 의원은 정보위 야당 간사였다가 정권이 바뀌고 여당 간사가 된 뒤에도 국정원에 대한 부적절한 시정 요구를 멈추지 않았다. 정보위 간사는 여야 어느 소속이든 국정원에 영향을 미치는 자리다. 특히 그는 국정원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출신이라 국정원이 상당히 신경 쓰는 의원이었다.
하지만 김 의원이 낸 입장문에는 자신이 감시하는 기관을 상대로 아들의 채용 탈락 문제를 계속 제기한 데 대한 해명이 없었다. 그는 이미 지난해 5월 <한겨레>와 만나 “(2014년 아들의 탈락과 관련해) 부당한 것을 밝혀달라, (국정원에) 우리 애에 대해 재검증을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국정원 적폐세력을 언급하며 개혁을 끊임없이 외치던 김 의원은 정작 자신의 잘못을 간과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빠진 것은 아닐까. 이 사건의 핵심은 그의 말처럼 ‘아픈 가정사’도, 국정원 적폐세력의 저항도 아니고, 국회의원으로서 공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 아닌가라는 데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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