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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27 19:36 수정 : 2018.08.28 17:06

“전두환 피고인, 출석 안 했지요?”

27일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 전씨의 재판에서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가 변호인에게 물었다.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1938~2016) 신부에 대해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이라고 표현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이날은 첫 재판일이었다. 민사사건과 달리 형사사건 피고인은 출석 의무가 있다. 변호인은 이날 “전씨가 알츠하이머로 단기기억 상실 상태에 있고, 건강 때문에 주변에서 장거리 여행을 말렸다. 불가피하게 출석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전씨 변호인은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그는 “1980년 5월21일과 27일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공소 내용과 달리 헬기 조종사들이 이를 부인해 목격자와 진술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전씨 쪽은 또 “형사사건의 경우 토지관할은 ‘범죄지, 피고인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로 한다’고 형사소송법은 규정하고 있다”며 재판이 광주에서 열리는 것이 불공정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물론 전씨가 서울에 사는 점을 고려하면 광주의 재판이 다소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범죄지는 회고록이 판매됐던 광주·전남도 포함되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관할 선택과 관련한 형사소송법 규정 1~16조 가운데 ‘토지관할’(4조 1항) 규정만 내세워서도 안 된다. 오히려 헬기사격 탄흔이 발견된 전일빌딩이 있고, 헬기사격을 목격한 증인 등이 사는 광주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이번 재판은 헬기사격 여부를 재판정에서 규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헬기사격 여부는 ‘자위권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발포했다’는 전씨 쪽 신군부 논리의 허점을 드러내는 결정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전씨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여전히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고 있다.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2월7일 육군의 헬기사격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발표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전씨는 “고령이고 건강상의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법정에 나와 소신을 펼치는 것이 맞다.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면서 지난해 광주학살을 부인하는 내용이 담긴 <회고록>까지 낸 그가 투병을 내세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궁색하다. 전씨가 다음 재판인 10월1일에도 불출석해 강제구인되는 수모를 또다시 겪지 않기를 바란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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