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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11 18:33 수정 : 2018.12.12 15:48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현장에서]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시가총액 26조원, 소액주주 8만명의 대기업 주식에 대한 거래정지가 해제된다는 사실을 알린 것은 에이포(A4) 용지 한장짜리 ‘보도참고자료’였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0일 저녁 7시 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상장적격성 심의 결과를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결과 및 상장유지 결정 안내’라는 긴 제목의 보도참고자료에 담아 전자우편으로 보냈다. 제목은 긴데 내용은 한장으로 충분할 만큼 명쾌했을까. 그렇지 않다.

거래소는 삼성바이오 경영의 투명성은 일부 미흡했지만 기업 계속성, 재무 안정성 등을 고려해 상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업의 계속성은 ‘심각한 우려가 있지 않다’고 했고 재무 안정성은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경영 투명성의 미흡한 점은 삼성바이오가 개선계획을 내어 3년 동안 점검하겠다고 했다.

도대체 우려가 없거나 크지 않다고 판단한 근거가 뭔지 거래소는 구체적인 수치 하나 공개하지 않았다. 투자자를 속인 거대한 분식회계를 만든 경영 투명성의 미흡한 점이 무엇인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삼성바이오의 개선계획도 거래소가 아닌 회사가 내놓은 거래 재개 환영 입장문에 담겨 있었다.

부실한 자료를 내놓고도 거래소는 이를 설명도 하지 않았다. ‘관행’이라거나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 차단’이라는 내부 사정만 들면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업심사위원(7명, 위원장은 거래소 임원)이나 거래소 담당자가 나와 설명하는 브리핑은 생략했다. 한쪽짜리 자료가 소액주주 8만명과 모든 주식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정보 전부였다. 기업심사위원 명단과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깜깜이 논의에 깜깜이 결정, 깜깜이 발표였다.

이번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의 특징은 전문가들의 짬짜미였다. ‘자본시장의 파수꾼’으로 믿었던 거대 회계법인이 거대 기업과 공모하면 수조원의 분식회계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내부제보가 공개되지 않았더라면 외부에선 결코 몰랐을 것이다.

거래소의 주식거래 재개 결정 과정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태에서 한국 사회가 배운 게 아직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투명한 과정과 공개 발표, 그리고 언론과 대중의 검증은 ‘내부자’와 ‘전문가’의 짬짜미 유혹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다. 투기판이 아닌 건전한 자본시장을 만들어야 할 거래소가 이를 하나도 따르지 않은 셈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4조5천억원 규모의 고의 분식회계 판정을 받아 검찰에 고발된 삼성바이오의 주식이 왜 다시 시장에서 거래가 될 수 있는지 속 시원히 알지 못한다. 이들은 그렇게 다시 시장에 불려 나와 ‘판돈’을 올리고 있다. ‘불성실 공시’를 한 거래소 탓이 크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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