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21 09:55
수정 : 2018.12.2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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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2019년 국방부 업무계획 보고’가 열린 국방부 청사 회의실에 들어서자 기다리던 국방부 간부들이 박수로 맞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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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 복무, 1년 범위 조정’ 문구, 보고 전날 수정
정책 취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질문에 허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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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2019년 국방부 업무계획 보고’가 열린 국방부 청사 회의실에 들어서자 기다리던 국방부 간부들이 박수로 맞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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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국방부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하루 앞둔 19일 황급히 자료를 수정했다. 국방부가 기자들에게 미리 배포한 업무보고 자료를 설명하면서 대체복무제 관련 문구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자 아예 문구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대통령에게 보고할 문서를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정부의 최종안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는 투의 답변이 날아왔다.
이날 소동은 국방부가 대체복무 기간을 36개월로 설정하되, 제도가 정착하면 복무기간을 “1년 범위에서 조정 가능하도록 법률안을 마련”한다는 단서를 붙인 데서 비롯했다. 일부 기자들이 “그렇다면 복무기간이 24개월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냐”고 묻자 국방부 당국자는 “복무기간이 1년까지 줄 수도, 늘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복무기간이 48개월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당황한 듯 답변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복무기간을 1년까지 늘릴 수도 있다는 국방부 당국자의 말은 생뚱맞다. “‘제도 정착’은 (양심적 병역거부) 대상자들이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없어진다는 판단이 있을 경우를 말한다”고 설명한 것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책의 취지를 지키지 못하고 허둥대다 자기모순에 빠진 셈이다.
이번엔 대체복무제를 담당하는 당국자가 내려왔다. 그러더니 ‘1년 범위’라는 문구를 넣은 것은 실수라며 이를 ‘일정 기간 범위’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문구를 복수안으로 고려하고 있는 ‘27개월 안’에도 넣겠다고 답했다. 단서 조항을 붙인 것은 현행 병역법의 정원 조정 규정을 따온 것이어서 ‘27개월 안’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복무기간이 15개월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얘기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가 1시간도 채 안 돼 누더기가 되는 순간이었다.
복무기간을 36개월로 하되 1년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국방부가 마련한 대체복무제의 핵심이다. 국방부가 지난달 초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설명한 병역법 개정안 초안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그렇게 논리를 굳히고 대통령에게 보고할 자료에까지 담은 정책을 실수라는 말로 얼버무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국방부를 찾았다. 장관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은 문 대통령이 회의장에 들어서자 뜨거운 박수로 맞았다.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를 바꾸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당국자들도 그 자리에 있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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