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잔액 0원, 물도 끊긴 아파트에 텅 빈 냉장고, 1년 넘게 연체된 공과금. “봉천동 탈북 모자”로 불리게 된 이들이 죽음으로 세상에 나오면서 우리 사회의 극단적 궁핍과 단절도 드러났다. 2014년 생활고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이후 복지 사각지대 대책이 시행된 지 5년째 되는 해에 벌어진 일이다. 두달에 한번씩 위기가구를 찾아낸다는 빅데이터 시스템도 이들을 비켜갔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긴급복지지원제도, 한부모가족지원제도도 작동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발 빠르게 관악구청을 현장방문해 소득인정액이 없는데도 다른 복지급여가 연계되지 못한 원인을 파악한다고 발표했다. 한 언론은 고인이 단절된 삶을 살았다고 썼다. “이웃과의 왕래가 없었다”며 그래서 이들의 사정이 파악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휴대폰을 갖지 못했지만 고인이 세상을 등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관악구에 전입신고를 했다. 전입신고 내역으로 아이와 둘이 사는 한부모가정이라는 사실을 공공기관에 알린 셈이다. 아동수당을 신청했고, 당시 신청 기준에 따라 소득이 없다는 사실도 적어냈다. 보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아이가 있지만,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대신에 받는 가정양육수당을 신청했다. 이로써 6살 아동의 93%에게 이루어지는 보육·유아교육에서 벗어나 있음도 드러냈다. 무엇보다 정부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 사회복지제도의 곳곳에 분명한 흔적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혜택에서 비켜나 있었고 세상을 뜬 지 두달 만에 발견되었다. 우리는 또다시 ‘사각지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복지 사각지대 대책은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적극적인 발굴주의로 나섰다.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사회보장급여 제공만이 아니라 ‘지원 대상자’ 발굴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로 정했다. 일반적으로 사회보장급여는 필요한 당사자가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수급자격이 부여되는 신청주의에 기반한다. 그러나 새 사회보장급여법은 신청을 기다리지 말고 적극 발굴하라 했다. 사회보장정보망이 한국전력공사, 도시가스사, 교육부, 신용정보원 등에서 각종 공공정보를 연계하여 29개 변수로 위기가구를 선정했다. 이 명단을 지자체로 보내면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이 직접 방문하여 조사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맞춤형 복지” “찾아가는 동 복지”가 펼쳐졌다. 지난 4년간 80만6070명의 ‘발굴 후보자’가 찾아졌다.(2018년 국정감사 정춘숙 의원실 자료) 이 가운데 1.8%만이 기초생활보장제도로 지원됐다. 약 1만5천가구가 기초보장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그 외 사회보장지원으로 연계된 가구는 약 18만가구. 민간지원 연계까지 다 합해도 실제 지원을 받은 가구는 24.2%에 그쳤다. 단전, 단수, 보험료·전기료 체납, 기초수급 탈락·중지, 전세금 1억원·월세 30만원 이하, 실업급여 수급자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 위기가구들이다. 열에 여덟을 지원할 수 없었다는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시스템이 엉터리가 아니라면 기껏 발굴해도 지원할 수 없는 제도를 우리가 갖고 있다는 거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에서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는 주요 원인은 제도 그 자체에 있다. 가짓수는 많지만 대상의 포괄성과 급여의 충분성을 갖고 있지 못한 사회복지제도 말이다. 그래서 사각지대를 없애는 핵심적인 작업은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하는 것이다. 사각지대가 제도를 몰라 신청하지 않기에 발생한다는 진단도 완전히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상별 사업별로 칸막이가 심한 사회복지프로그램 모양새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미신청의 이유가 정보 부족이 아니라 포기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임완섭 박사의 연구(2017)에서 일선 공무원 600명 가운데 52.2%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발생의 주된 이유를 선정 기준이 엄격한 데서 찾았다. 한 사회의 사회보장제도는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을 지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시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하는 만큼 시민으로서 기본생활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회보장제도는 시민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인 책임이고 약속이 되어야 한다. 이 기본적인 보장을 튼튼히 했을 때 사각지대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칼럼 |
[세상읽기] 탈북 모자의 죽음과 복지 사각지대 / 양난주 |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잔액 0원, 물도 끊긴 아파트에 텅 빈 냉장고, 1년 넘게 연체된 공과금. “봉천동 탈북 모자”로 불리게 된 이들이 죽음으로 세상에 나오면서 우리 사회의 극단적 궁핍과 단절도 드러났다. 2014년 생활고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이후 복지 사각지대 대책이 시행된 지 5년째 되는 해에 벌어진 일이다. 두달에 한번씩 위기가구를 찾아낸다는 빅데이터 시스템도 이들을 비켜갔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긴급복지지원제도, 한부모가족지원제도도 작동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발 빠르게 관악구청을 현장방문해 소득인정액이 없는데도 다른 복지급여가 연계되지 못한 원인을 파악한다고 발표했다. 한 언론은 고인이 단절된 삶을 살았다고 썼다. “이웃과의 왕래가 없었다”며 그래서 이들의 사정이 파악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휴대폰을 갖지 못했지만 고인이 세상을 등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관악구에 전입신고를 했다. 전입신고 내역으로 아이와 둘이 사는 한부모가정이라는 사실을 공공기관에 알린 셈이다. 아동수당을 신청했고, 당시 신청 기준에 따라 소득이 없다는 사실도 적어냈다. 보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아이가 있지만,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대신에 받는 가정양육수당을 신청했다. 이로써 6살 아동의 93%에게 이루어지는 보육·유아교육에서 벗어나 있음도 드러냈다. 무엇보다 정부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 사회복지제도의 곳곳에 분명한 흔적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혜택에서 비켜나 있었고 세상을 뜬 지 두달 만에 발견되었다. 우리는 또다시 ‘사각지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복지 사각지대 대책은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적극적인 발굴주의로 나섰다.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사회보장급여 제공만이 아니라 ‘지원 대상자’ 발굴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로 정했다. 일반적으로 사회보장급여는 필요한 당사자가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수급자격이 부여되는 신청주의에 기반한다. 그러나 새 사회보장급여법은 신청을 기다리지 말고 적극 발굴하라 했다. 사회보장정보망이 한국전력공사, 도시가스사, 교육부, 신용정보원 등에서 각종 공공정보를 연계하여 29개 변수로 위기가구를 선정했다. 이 명단을 지자체로 보내면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이 직접 방문하여 조사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맞춤형 복지” “찾아가는 동 복지”가 펼쳐졌다. 지난 4년간 80만6070명의 ‘발굴 후보자’가 찾아졌다.(2018년 국정감사 정춘숙 의원실 자료) 이 가운데 1.8%만이 기초생활보장제도로 지원됐다. 약 1만5천가구가 기초보장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그 외 사회보장지원으로 연계된 가구는 약 18만가구. 민간지원 연계까지 다 합해도 실제 지원을 받은 가구는 24.2%에 그쳤다. 단전, 단수, 보험료·전기료 체납, 기초수급 탈락·중지, 전세금 1억원·월세 30만원 이하, 실업급여 수급자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 위기가구들이다. 열에 여덟을 지원할 수 없었다는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시스템이 엉터리가 아니라면 기껏 발굴해도 지원할 수 없는 제도를 우리가 갖고 있다는 거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에서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는 주요 원인은 제도 그 자체에 있다. 가짓수는 많지만 대상의 포괄성과 급여의 충분성을 갖고 있지 못한 사회복지제도 말이다. 그래서 사각지대를 없애는 핵심적인 작업은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하는 것이다. 사각지대가 제도를 몰라 신청하지 않기에 발생한다는 진단도 완전히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상별 사업별로 칸막이가 심한 사회복지프로그램 모양새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미신청의 이유가 정보 부족이 아니라 포기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임완섭 박사의 연구(2017)에서 일선 공무원 600명 가운데 52.2%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발생의 주된 이유를 선정 기준이 엄격한 데서 찾았다. 한 사회의 사회보장제도는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을 지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시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하는 만큼 시민으로서 기본생활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회보장제도는 시민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인 책임이고 약속이 되어야 한다. 이 기본적인 보장을 튼튼히 했을 때 사각지대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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