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엔지오대학원장 전북교육청의 상산고에 대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취소로 교육부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의 13개 자사고 재지정 결과도 관심거리다. ‘사재를 털어’ ‘우수학생 육성’을 위해 운영해온 학교를 지방 교육청이 ‘높은 선발기준’을 세워 지정 취소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반론도 들린다. 그러나 고교 교육을 정상화한다는 교육적 고려에 기초한 전북교육청의 결정을 교육부가 번복하지 말아야 한다. 입시학원에 가까운 학교를 ‘자율형’ 사립고라 일컫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나 자사고 모두가 이름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데, 이들이 교육의 수월성과 학교의 다양성이라는 취지를 걸고 설립되었으나, 실제로 과학·외국어 영재 교육과는 거리가 먼 입시 명문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좋은 학교’가 반드시 ‘좋은 교육기관’은 아니었지만, ‘입시'라는 용광로는 모든 교육적 고려를 녹여버렸다. 이름과 내용의 불일치는 자사고, 특목고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역점을 둔 전문계고, 즉 특성화고 등도 마찬가지다. 취업한 전문계고 졸업생의 65%는 전공과 취업 현장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답하고, 반 이상은 일의 수준이 배운 것보다 낮다고 답한다. 수많은 전문계고 학생들이 실습현장에서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 뒤에야 사람들은 알게 되었지만, 사실 이들의 실습은 거의가 위험한 단순노동에 학생들을 몰아넣는 일이었다. 대학도 이름과 실제가 불일치한다. 다수의 ‘전문’대학 졸업생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4년제 졸업생보다는 고졸자들과 더 비슷하다. 4년제 ‘대학’ 역시 고졸자라는 사회적 낙인을 피하기 위한 ‘간판’ 발급 기관이지 학문과는 거리가 먼 곳이 된 지 오래다. 대학이 줄줄이 문 닫게 될 일이 훤히 보이지만, 지금도 상당수 4년제 대학에서는 수학능력이 없는 고졸자와 한국어를 제대로 못하는 중국 학생들을 마구 입학시켜 적당히 졸업시키는 비교육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수업시간에 아예 책상에 엎드려 자는 수학포기자(수포자), 5만명 안팎의 학업중단 아이들, 밤새 알바 하느라 강의실에서 잠만 자는 대학생들에게도 학교는 고통을 주는 곳이지만, 실습이 아닌 사실상 위험한 노동현장에 들어갈 것을 알면서도 취업률 때문에 아이들을 회사로 보내는 전문계고 교사들, 공부에 대한 관심도 수학능력도 없는 학생들을 매일 대면해야 하는 교사와 교수들의 자괴감도 깊다. 모든 구성원이 불행한 ‘교육 없는 교육현장’이다. 학생들이나 교사·교수 모두 수월성이니 전문성이니 경쟁력이니 하는 말이 현실과 거리가 있는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 거대한 신화가 남아 있는 이유는 대학 서열에 따른 임금 격차나 지위획득 기회 차별이 엄존하고, 사회적 낙인을 받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대학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공교육의 최대 과제는 입시관리가 아니다. 즉 시민성 함양, 미래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숙련 인력과 높은 전문성을 가진 집단 육성이 고교 교육정책의 최대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사실 특수목적, 특성화, 전문계 등은 고등학교에 적용될 명칭이 아니라 대학에 적용되어야 한다. 대다수 고교는 일반 시민 교양과 대학 수학능력 함양을 위한 기초 학습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국가가 제조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래 산업과 연관성이 높은 실업고·마이스터고 등은 전문대학 진학과 연계하여 더 많은 지원을 해서 4년제 졸업자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기능인을 길러내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실 고교 최우수 학생들이 전국의 모든 의대를 싹쓸이하는 것은 심각한 국가 실패이자,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현상이다. 기초과학, 공학, 그리고 인문사회과학 연구에 뜻을 가진 학생을 전폭 지원해주고, 전문대학에 대한 더 과감한 지원을 해서 양질의 기능인이 높은 사회적 대우를 받도록 해주는 일이야말로 진정으로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공부에 흥미는 없지만 기술, 문화, 예술에서 재능을 발휘할 잠재력을 가진 청소년들을 버려서는 안 된다. 수학·과학·어학 영재를 교육한다면 사립이라도 국가가 더 지원해야 하고, 그 사립이 특별한 교육철학을 실천한다면 국가는 그런 학교에 최소한으로만 간섭해야 한다. 그래서 자사고가 일반고가 되는 것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일 뿐이다. 자사고가 아니라 버려진 90퍼센트의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공교육의 주요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칼럼 |
[김동춘 칼럼] 공교육, 무엇을 할 것인가 |
성공회대 엔지오대학원장 전북교육청의 상산고에 대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취소로 교육부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의 13개 자사고 재지정 결과도 관심거리다. ‘사재를 털어’ ‘우수학생 육성’을 위해 운영해온 학교를 지방 교육청이 ‘높은 선발기준’을 세워 지정 취소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반론도 들린다. 그러나 고교 교육을 정상화한다는 교육적 고려에 기초한 전북교육청의 결정을 교육부가 번복하지 말아야 한다. 입시학원에 가까운 학교를 ‘자율형’ 사립고라 일컫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나 자사고 모두가 이름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데, 이들이 교육의 수월성과 학교의 다양성이라는 취지를 걸고 설립되었으나, 실제로 과학·외국어 영재 교육과는 거리가 먼 입시 명문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좋은 학교’가 반드시 ‘좋은 교육기관’은 아니었지만, ‘입시'라는 용광로는 모든 교육적 고려를 녹여버렸다. 이름과 내용의 불일치는 자사고, 특목고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역점을 둔 전문계고, 즉 특성화고 등도 마찬가지다. 취업한 전문계고 졸업생의 65%는 전공과 취업 현장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답하고, 반 이상은 일의 수준이 배운 것보다 낮다고 답한다. 수많은 전문계고 학생들이 실습현장에서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 뒤에야 사람들은 알게 되었지만, 사실 이들의 실습은 거의가 위험한 단순노동에 학생들을 몰아넣는 일이었다. 대학도 이름과 실제가 불일치한다. 다수의 ‘전문’대학 졸업생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4년제 졸업생보다는 고졸자들과 더 비슷하다. 4년제 ‘대학’ 역시 고졸자라는 사회적 낙인을 피하기 위한 ‘간판’ 발급 기관이지 학문과는 거리가 먼 곳이 된 지 오래다. 대학이 줄줄이 문 닫게 될 일이 훤히 보이지만, 지금도 상당수 4년제 대학에서는 수학능력이 없는 고졸자와 한국어를 제대로 못하는 중국 학생들을 마구 입학시켜 적당히 졸업시키는 비교육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수업시간에 아예 책상에 엎드려 자는 수학포기자(수포자), 5만명 안팎의 학업중단 아이들, 밤새 알바 하느라 강의실에서 잠만 자는 대학생들에게도 학교는 고통을 주는 곳이지만, 실습이 아닌 사실상 위험한 노동현장에 들어갈 것을 알면서도 취업률 때문에 아이들을 회사로 보내는 전문계고 교사들, 공부에 대한 관심도 수학능력도 없는 학생들을 매일 대면해야 하는 교사와 교수들의 자괴감도 깊다. 모든 구성원이 불행한 ‘교육 없는 교육현장’이다. 학생들이나 교사·교수 모두 수월성이니 전문성이니 경쟁력이니 하는 말이 현실과 거리가 있는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 거대한 신화가 남아 있는 이유는 대학 서열에 따른 임금 격차나 지위획득 기회 차별이 엄존하고, 사회적 낙인을 받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대학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공교육의 최대 과제는 입시관리가 아니다. 즉 시민성 함양, 미래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숙련 인력과 높은 전문성을 가진 집단 육성이 고교 교육정책의 최대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사실 특수목적, 특성화, 전문계 등은 고등학교에 적용될 명칭이 아니라 대학에 적용되어야 한다. 대다수 고교는 일반 시민 교양과 대학 수학능력 함양을 위한 기초 학습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국가가 제조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래 산업과 연관성이 높은 실업고·마이스터고 등은 전문대학 진학과 연계하여 더 많은 지원을 해서 4년제 졸업자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기능인을 길러내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실 고교 최우수 학생들이 전국의 모든 의대를 싹쓸이하는 것은 심각한 국가 실패이자,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현상이다. 기초과학, 공학, 그리고 인문사회과학 연구에 뜻을 가진 학생을 전폭 지원해주고, 전문대학에 대한 더 과감한 지원을 해서 양질의 기능인이 높은 사회적 대우를 받도록 해주는 일이야말로 진정으로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공부에 흥미는 없지만 기술, 문화, 예술에서 재능을 발휘할 잠재력을 가진 청소년들을 버려서는 안 된다. 수학·과학·어학 영재를 교육한다면 사립이라도 국가가 더 지원해야 하고, 그 사립이 특별한 교육철학을 실천한다면 국가는 그런 학교에 최소한으로만 간섭해야 한다. 그래서 자사고가 일반고가 되는 것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일 뿐이다. 자사고가 아니라 버려진 90퍼센트의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공교육의 주요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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