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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22 21:04 수정 : 2016.04.23 09:44

영국 드라마 <햄릿>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영국 드라마 <햄릿>

셰익스피어 타계 400주기를 맞은 영국에서는 그와 관련된 다양한 추모 행사로 떠들썩하다. 그중 가장 크게 주목받고 있는 행사는 그의 타계일인 4월23일 로열 셰익스피어 극장에서 개최될 기념 생방송이다. 이언 매켈런, 주디 덴치, 사이먼 러셀 빌,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그동안 셰익스피어 연극에서 주연을 맡은 영국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총출동해 원작의 명장면을 재연하는 초대형 행사다.

이 행사의 총연출과 진행을 맡은 감독 그레고리 도런과 배우 데이비드 테넌트는 2009년 <비비시>(BBC) 특집극 <햄릿>에서 협연한 바 있다. 지난해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한 연극을 비롯해 지금까지도 여러 ‘햄릿’이 공연되거나 영상화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이들이 최고의 햄릿으로 꼽는 작품이다. 당시 <닥터 후> 시리즈로 영국의 국민배우 반열에 올랐던 테넌트가 이미 연극으로 선보이며 호평받았던 무대를 다시 티브이 영화로 옮겨 또 한 번의 격찬을 이끌어냈다.

막이 오르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폐회로텔레비전(CCTV) 시점으로 촬영된 듯한 어두운 영상이다. 의아함도 잠시, 극이 진행되면서 그것이 실제로 궁 안 곳곳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 화면임이 밝혀진다. 이처럼 엄중한 경계의 시선과 최신 총으로 무장한 방위군 등은 이곳이 원작의 12세기 덴마크가 아니라 동시대의 어느 군사독재국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갈등하는 인간 햄릿(데이비드 테넌트)의 고뇌는 이러한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선왕 유령(패트릭 스튜어트)의 ‘복수하라’는 주문도, 햄릿을 끊임없이 경계하는 현왕 클로디어스(패트릭 스튜어트)의 감시도, 햄릿의 우울을 깊게 한다. 극은 여기에 더해 거울처럼 인물들을 반사하는 세트, 깨진 거울, 패트릭 스튜어트의 1인2역 연기와 같은 장치들을 활용해 햄릿의 분열적 내면을 한층 더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다 클로디어스의 선왕 암살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극중극을 상연하는 장면에서부터는 억압의 분위기를 뚫고 데이비드 테넌트 식의 삐딱한 햄릿 캐릭터의 매력이 폭발한다. 핸디캠으로 왕의 표정 변화를 촬영하며 그를 지배하는 통제의 시선을 맞받아치거나 왕관을 비스듬히 쓴 채 맨발로 궁을 활보하는 장면들은 테넌트의 섬세한 표정 연기와 맞물려 오래도록 잊기 힘든 햄릿의 얼굴을 만들어낸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그 얼굴은 또한 <햄릿>이, 그리고 셰익스피어가 어째서 시간을 거슬러 꾸준히 사랑받는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기도 하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늘 치열하게 갈등하고 대결하는 인간의 생생한 초상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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