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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1 17:08 수정 : 2019.05.21 19:09

2019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설치된 자율주행차 시뮬레이터. AFP 연합뉴스

자동차가 처음 거리에 나왔을 때, 이 물건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온전히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물건에 대한 사람들의 경탄은 말이 끌지 않는데도 혼자 달린다는 점에만 집중되었다. 그러나 이 물건은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바꾸었다. 사람의 동선이 광역화하고 이동 시간이 단축된 것은 의심할 바 없는 혜택이었지만, 이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 사람들은 많은 것을 양보하고 막대한 재원을 쏟아부어야 했다. 큰길은 사람이 활보할 수 없는 길이 되었고, 길에는 선이 그어졌으며, 길 중간중간에 횡단보도, 지하도, 육교 등이 생겼다. 길을 가로질러 신호등이 놓였으며, 길가 상점들의 간판이 커졌다. 길을 잘못 들어도 바로 돌아 나올 수 없었고, 목적지에 다 도착한 뒤에도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야 했다. 자동차를 세워두기만 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사람이 조종하지 않아도 저 혼자 알아서 움직이는 문자 그대로의 ‘자동차’,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목전에 닥쳤다. 이 분야의 선두 주자 테슬라사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내년인 2020년부터 운전자가 없는 로보택시를 운행할 수 있으리라고 장담했다. 현대인은 이미 ‘전자동화’ 과정의 한가운데에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인간의 삶과 공간을 또 어떻게 바꿀까? 당장 버스와 택시운전기사와 대리운전기사, 탁송기사, 택배기사 등 자동차 운전을 직업 활동의 전부, 또는 주요 구성요소로 삼는 사람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크게 줄어들 것이다. 신호등과 차선 등의 도로시설물은 사람보다 기계가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체계로 바뀔 것이며, 방향 안내 표지판과 과속 감시 카메라는 자취를 감출 것이다. 교통경찰이 사라지고 차선도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며, 주차장에 자기 차를 보관하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도 확산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자동차가 무엇을 어떻게 바꿨는지 경험했다. 그런데 자율주행 자동차가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이며, 그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개인 차원에서든 기업 차원에서든 국가 차원에서든 별생각이 없는 듯하다. 도로뿐 아니라 도시계획, 건축, 보험에 이르기까지 마련해야 할 대비책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예측되는 미래에 대책을 세우지 않는 존재는 현대인이 아닐뿐더러 인간도 아니다.

전우용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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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전우용의 현대를 만든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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