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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1.06 15:27 수정 : 2014.11.26 14:01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한겨레 자료 사진

공허한 철학 치부되던 해법들, 과학에 의해 입증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수칙들엔 어떤 게 있을까

정의길의 세계만사 ②

제가 2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면서 독자들로부터 가장 열화와 같은 반응을 받은 기사가 있습니다. 사회를 뒤흔든 특종이 아닙니다. 8년 전에 외국 심리학자들이 연구한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방법에 관한 기사였습니다. 저는 그저 재미있는 소품 기사 정도로 생각하고 썼는데, 당시 편집 간부들은 이 기사를 1면에 배치했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행복해지는 과학적 방법 있다’는 제목의 이 기사를 보고서 많은 이들이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고 수많은 메일과 전화를 주셨습니다. 어떤 교사 분은 이 기사를 복사해 수업자료로 쓰겠다며 관련 자료를 문의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독자들의 이같은 반응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행복감에 목말라 하는가’를 절감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각박한 삶에서 탈출하기를 원한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사실 그 기사의 내용은 별게 없습니다. 그저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일상에서 한순간의 만족감이라고 계속 반추하고 되새기는 연습을 하면, 그게 바로 행복감을 증진시키는데 실제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각종 실험과 연구로 입증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의 결론은, 행복해지려는 노력의 대부분은 부질없다는 이제까지의 학설을 뒤집는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말했습니다. 대다수 과학자들은 여태껏 인간의 심리조절장치가 행복감을 증진시키려는 어떠한 의도적 시도도 무력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즉 사람이 악취에 둔감해지듯이 인생 길흉사의 심리적 효과는 시간과 함께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였습니다. 그 기사에서 인용된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의 소냐 류보미르스키 교수는 “행복학은 로켓을 만드는 과학은 아니다”라면서도 “‘행복지려는 것은 키 크려고 하는 것만큼 부질없다’는 기존의 관념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흔히들 공허한 철학적 해법이라고 치부하는 이런저런 행복 수칙들이 실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과학자들이 조금씩 입증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 ‘행복한 눈물’. 한겨레 자료사진
심리학계와 신경정신학계 등 관련 학계들은 최근 들어 이런 행복과학을 더욱 발전시켜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여러 행복과학 수칙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8년 전에 제가 소개했던 수칙들보다도 더욱 구체적이고, 실천하기 쉬운 것들입니다. 오늘은 이런 것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여기서 소개되는 내용들은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행복연구소’(Happiness Institute)는 곳에서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모은 것들입니다. 이 연구소의 사이트블로그를 방문하면 개별 상황에 맞춘 수백개의 행복수칙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무기력, 우울증, 공황에서 탈출해 긍정적이고 만족감 있는 생활을 돕는 방법들입니다. 모두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다만, 이런 방법들을 믿고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이런 행복수칙들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간단합니다. 행복도 연습이고, 실천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간단히 행복과학 수칙을 소개합니다.

행복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정의하면 일련의 긍정적 감정이겠지요. 이런 긍정적 감정은 반드시 물질적 소유나 외모, 지능과 관계있지 않다고 현대 과학은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통해 입증하고 있습니다. 물질적 소유, 즉 소득이 전혀 관계없는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득이 일정 정도 이상이 되면 행복과는 관련성이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행복과학의 제일 원칙은 행복은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형이라는 것입니다. 행복은 미래에 경험할 것이 아닙니다. 행복은 오직 현재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행복은 당신이 더 많은 돈과 물질 등을 가질 때 경험할 것이 아니라, 현재 당신이 가진 것을 인정하고 감사할 때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행복의 두번째 원칙이 나옵니다. 바로 현재의 나를 인정하고 감사해하는 것이고, 행복과학 수칙들은 바로 이를 위한 것들입니다. 현재의 나를 인정하고 감사해한다고 해서, 새롭고 더 나은 미래를 포기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현재의 나와 나의 상황에 대해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태도와 감정을 갖는 것이 미래를 개척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말입니다.

먼저 부정적 감정을 털어내고, 긍정적 감정을 갖는 ‘ABC 원칙’입니다.

A 원칙은 ‘활동하라’(Keep Active)입니다. 노동이나 운동 등 육체의 활동이 감정상태를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제 모든 건강 수칙이기도 합니다. 몸을 움직이는 놀이와 운동은 건강뿐만 아니라 감정 고양에도 필수약입니다.

B 원칙은 ‘긍정적이어라’(Be Optimistic)입니다. 긍정적·낙관적 태도야 말로 우울감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이자 행복의 추동력입니다.

C 원칙은 ‘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결정권을 가져라’(Decide to Take Control of your life)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는 법입니다.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통제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행복감을 더 느낀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현대의 심리학과 정신신경학 등에 바탕한 최근 행복과학들은 수많은 상황에 대처하는 여러가지 행복과학 수칙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지금 당장 행복감을 더 느끼는 8가지 과학적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소개드리는 수칙은 최근 급증한 SNS 등 스마트폰과 온라인 환경을 감안한 처방입니다. 8가지 방법 모두 과학적 실험과 연구를 거쳐서 전문학회지에서 발표된 논문에 소개된 것들입니다.

첫째, “페이스북을 꺼라.”(그리고, 친구에게 전화를 해라) 82명의 젊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 미시간대학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험 2주 동안 참가자들이 페이스북을 많이 사용할수록 삶의 만족감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전화나 대면 등 직접적인 접촉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 시간 동안 더 좋은 감정을 느끼게 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범람하는 각종 소셜네트워크 통신망은 결국 사람을 고립시킨다는 것입니다. 카톡보다는 전화를, 전화보다는 만남을, 그리고 만나서 같이 얘기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서로의 행복감을 높이는 길입니다.

둘째, “물질이 아니라 사람에 집중하라.” 지난해 <사이버사이콜로지>에 발표된 스웨덴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신문 등 일간 간행물들을 분석한 결과, 연예인들의 이름, 가족 성원, 심지어 ‘’나’ ‘너’ ‘우리’ 등 인칭대명사를 포함한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들이 ‘행복’이라는 단어와 같이 등장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아이폰’, ‘구글’, ‘수백만’ 등의 단어들은 ‘행복’이라는 단어와 거의 같이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지, 물질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보도물의 단어 빈도를 통해 입증한 것이죠.

셋째, “밖으로 나가라.” 지난해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실시된 시험 연구는 외부 활동과 감정 개선에 관한 연관을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의 공동저자인 자예드대학교의 파트메 알-아누티 박사는 이는 인체가 햇빛 노출에 대응해 비타민D의 생성을 늘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넷째, “행복한 생각을 하라.” 이는 “바라던 일을 이룩할 때까지 이룩한 것처럼 가정하라”는 오래된 격언과 관련이 있습니다. <긍정심리학회보>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에 지난해 발표된 연구을 보면, 두 그룹의 실험대상에게 각각 ‘행복한’ 음악을 들려줬는데, 행복감을 더 적극적으로 느끼려고 노력한 그룹이 나중에 더 좋은 감정상태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섯째, “사랑의 신 큐피드 역할을 해라.” 두 명의 친구가 있는데 이들이 훌룡한 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면? 그들을 엮어줘라. 이는 그들과 당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사회심리학과 인성과학>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에 발표된 한 연구는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을 엮어주는 일은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입증됐습니다. 즉, 본인이 다른 사람들의 관계형성에 역할을 할 때 자신과 타인들의 행복감에 지대한 기여를 한다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인생은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과정입니다. 남녀를 맺어주거나 직장에서 일이 풀리게 조정하는 것 같은 모든 일들이 따지고 보면 사람과의 관계를 푸는 것입니다.

여섯째, “수면을 더 취하라.” 미국심리학학회가 발간한 한 연구에 따르면,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장기간 수면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수면부족은 감정과 인간관계에서의 문제와 연관이 있습니다. 미국심리학회는 수면부족 상태를 완화하려면 현재보다도 60~90분 정도 더 자라고 권고합니다. 행복과 수면은 상호관련이 있습니다. 행복감은 질좋은 밤잠을 자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일곱째, “사회에 환원하라.” 사회봉사 활동을 하란 얘기입니다. 무언가를 갚는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감정을 자아내나, 사회적 차원에서 이런 활동은 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사회기부나 사회봉사도 대상을 특정해서 하면 만족감과 행복감이 더욱 커진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기부활동을 할 때, 기부자 스스로가 자신이 아는 사람이나 대상에게 직접 기부를 할 때가 익명의 기부를 해서 타인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보다 만족감과 행복감이 더 커진다고 합니다. 물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익명의 기부나 봉사도 좋겠지만, 자기가 주도적으로 사회봉사 활동을 해서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을 권한다는 것입니다.

여덟째, “패스트푸드를 피하라.” <사회심리학과 인성과학>에 발표된 한 연구는 패스트푸드 섭취와 즐거운 경험을 느끼는 무능력과는 상관관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의 공동저자인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의 샌포드 드보 교수는 “패스트푸드가 우리에게 시간을 절약시켜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하도록 해방시킨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패스트푸드는 우리의 조급함을 자극하기 때문에 삶을 즐기는 우리의 능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패스트푸드는 그 자체로 건강에 좋지 않고, 또 우리의 호르몬에도 부정적 영향를 미칠 뿐만 아니라, 조급히 식사를 하려는 우리의 태도 자체도 행복감 증진에 해가 된다는 말입니다. 어쩌다 한두번의 패스트푸드 식사야 문제가 없겠지만, 수시로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은 바로 독약을 먹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2008년 10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슬로푸드 행사에 출품된 유기농 빵. 한겨레 자료사진
소개된 행복과학 수칙들이 별게 아닐지 모릅니다. 맨날 듣는 하나마나한 공자님의 말씀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행복과학의 원칙이 바로 그렇습니다. 행복에 특별한 비밀이 없다는 것입니다. 요즘 연구되는 행복과학이 말하려는 것은 간단합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올바른 생활 태도와 마음가짐을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한다면, 그게 바로 행복을 만드는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현대의 행복과학은 이를 실험과 연구를 통해서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 이 기사의 요지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이를 믿고서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당장, 생계가 위협받고,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하고, 건강이 안좋아서, 불행한데 어떡하란 말이냐라고 질문할 수 있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행복과학의 수칙들을 실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과정이 사람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건강을 증진시키고, 그래서 결국 자신의 생계도 해결할 길을 제시할 것입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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