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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20 16:52 수정 : 2017.02.20 17:19

18일 미국 플로리다 멜버른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지지 집회에 참석한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성들’ 회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멜버른/UPI 연합뉴스

[정의길의 세계만사]
트럼프, 18일 멜버른 지지자 집회 참석
‘시엔엔 엿 먹어라’ 언론 비난 구호 난무
임기초 최악의 지지율에 지지자 결집 나서
같은날, 건너편에서 반트럼프 집회도 열려

18일 미국 플로리다 멜버른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지지 집회에 참석한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성들’ 회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멜버른/UPI 연합뉴스

지난 18일 저녁 미국 플로리다 멜버른 스페이스코스트의 공항 격납고에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 포스 원’이 미끄러 들어가자, 해리스 포드가 주연한 영화 <에어 포스 원>의 주제가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주변의 9천여명 군중들 사이에서는 환성이 터져나왔습니다. 곧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가 비행기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가수 리 그린우드의 <하느님이 미국을 축복하소서> 노래가 울려퍼졌습니다. 멜라니아는 주기도문을 가지고 남편 트럼프를 군중들에게 소개했습니다.

군중들 사이에서는 ‘시엔엔(CNN) 엿 먹어라’, ‘진실을 말하라’, ‘하수구를 청소하라’ 등 구호가 연호됐습니다. 트럼프가 전날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8%로 역대 대통령의 임기초 지지율로로는 최악을 기록하자, 자신의 지지자들을 찾는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트럼프가 다음 선거 1354일을 남겨놓고 재선 운동을 시작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역시 이날 미국 대통령이라기 보다는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자로서의 언행을 보였습니다. 그가 이런 언행을 보인 것은 이날 모인 군중, 즉 그의 지지자들의 행태를 보면 납득할만 했습니다. 불원천리 달려온 지지자들은 모두 트럼프를 비판하는 미국 언론들과 워싱턴의 기성 세력들을 격렬히 욕하며, 트럼프만이 미국을 구할 수 있다고 열광했습니다.

그들은 트럼프의 당선 뒤 자신들이 존중받고 다수가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취임 한달만에 트럼프가 그 이전보다도 더 심한 공격을 받자, 이렇게 모였다는 것입니다.

미국 플로리다 멜버른의 올랜도-멜버른 국제공항에서 열린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 지지 집회에 참석한 한 트럼프 지지자. 멜버른/UPI 연합뉴스
뉴저지에서 태어나 현재 플로리다에서 살고 있는 50대 여성 패트리샤 멜라니(56)는 언론들이 대통령에 대해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고 책임을 돌렸습니다. 그는 트럼프가 이곳에 오기 전인 15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엔엔을 포함한 대부분 언론사들의 기자들을 면전에서 욕했던 장면에 대해서도 기자들이 “심신이 불안했고”, 트럼프는 “아주 침착하고,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올랜도에서 자동차매매업을 하는 토니 로페즈(28)는 “그가 언론에게 하는 것을 보는 것이 즐겁다”며 “언론의 문제는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내서 그를 나쁘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건 통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사람들에게 막바로 말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곳에 모인 트럼프 지지자들의 다수는 그가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카메룬에서 온 미국 귀화 시민인 패트리샤 나나(48)는 흑인으로서는 드물게 이날 집회에 참가해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했습니다. 광부인 그는 트럼프가 이틀 전에 서명한 광산규제완화 조처로 자신의 일자리가 보존됐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는 석탄 광산의 쓰레기를 인근의 하천에 버리지 못하게 한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나나는 “만약 그가 당선되지 않았으면, 7만명의 광부들이 실직했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그 규제는 실질적으로 광산업 일자리를 없애지도 않고 오히려 환경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조처가 미국의 일자리를 지키고 만든다고 선전하고, 지지자들은 이를 진심으로 믿습니다. 트럼프를 둘러싼 지지와 반대의 속살은 사실 여기에 있습니다.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와 정책이 미국에서 ‘잊혀진’ 사람들의 일자리를 지키고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대자들은 이미 경쟁력을 잃은 미국 내 사양 산업이나 한계 기업들에게 나랏돈을 퍼부어서, 새롭게 일자리를 만들내야 할 분야의 발전 기회를 갉아먹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이날 트럼프는 연설의 대부분을 언론을 욕하는데 할애했습니다. 그는 “국민들은 이 나라를 다시 찾기를 원하고, 그리고 자신의 삶도 다시 찾기를 원합니다”라며 “그들은 그들 자신의 의제가 있고, 그 의제는 여러분의 의제가 아니다”고 언론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보도한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들은 우리는 예비선거에서 패배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대선에서 패배시키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계속 폭로할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계속 승리, 승리, 승리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플로리다 멜버른 올랜도-멜버른 국제공항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대통령 전용기에서 트럼프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멜버른/UPI 연합뉴스
그는 자신의 취임 뒤 증시가 오른 것을 자랑하며 “미국에서 새로운 날이 오고 있다. 여러분들은 이걸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일자리가 이미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기염을 토했습니다. 트럼프는 “우리는 다시 승리할 것이다. 나를 믿어달라”며 연설을 마쳤습니다.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이 열광하던 건너편에서는 반대 집회도 열렸습니다. ‘괴뢰를 탄핵하라’, ‘러시아가 보인다’ 등의 구호가 넘실됐습니다. 사우스마이애미의 부시장 로버트 월시(63)는 소련을 풍자하는 비틀즈의 노래 <소련으로 귀환>이라는 노래를 틀어주는 스피커를 어깨에 메고 있었습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고마워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도 들고 있었습니다.

거리를 사이에 둔 양쪽은 서로에 대해 사실과 정보를 조작하고 있다는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트럼프를 지지하러 온 태미 머슬러(48) 여인은 자신의 가족들도 현재 트럼프를 놓고 갈라졌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는 ‘미국이 다시 단결할 수 있을까’라는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질문에 “그러기를 바란다”면서도 “나는 모르겠다. 우리는 다시 재단결시키는 유일한 것은 아마 주님이 재림일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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