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10.24 16:32 수정 : 2014.12.11 11:03

카카오톡 감청 논란에 답하는 검찰총장 김진태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광범위한 카카오톡 감청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뒤편 오른쪽은 오세인 대검 공안부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뉴스 AS] 김진태 총장, 카카오 감청영장 거부 선언에 “직접 감청하겠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23일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다음카카오의 감청영장 집행 거부 선언에 대해 “(다음카카오가 영장집행에) 협조 않으면 직접 감청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답도 반복했습니다. (▶관련 기사 ) ‘직접 감청’, ‘나름의 수단’ 듣기에 따라선 무한한 상상이 가능한 말들입니다. 김진태 총장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요? 우선 발언 전문을 상세히 보고 판단을 해보겠습니다.

먼저 김진태 총장은 카카오톡에 대한 실시간 감청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넷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는 게 법적·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국민은 ‘검찰이 감청할 수 있는 시설이나 장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노철래 새누리당 의원)
“여러 차례 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검찰에 장비가 없습니다.”(김진태 총장)
“전혀?”
“네.”

그런데 검찰에 장비는 있습니다.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대검찰청은 총 175대의 감청장비를 갖고 있습니다. 이중 레이저를 통해 유리창 진동을 측정해 대화 내용을 감청하는 레이저 장비와 특정 장소의 대화를 감청해 무선 송신하는 무선송수신기 등의 첨단장비도 65대가 포함돼 있습니다. 검찰도 이 사실은 인정합니다. 다만, 이 장비들로 카카오톡을 실시간 감청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 설명입니다.

‘기술적으로 카카오톡에 대한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하다’고 답하자 ‘그럼 어떻게 할거냐’는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집니다. “방법을 연구해보겠다”로 시작된 김진태 총장의 답변이 “긴급감청 제도를 활용하겠다”로 확대됩니다.

“(일단)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감청영장을 보낸 뒤 협조를 요청하겠다). 기술적으로 실시간 감청이 가능한지는 연구해보겠다.”, “법 집행에 대해 불응하겠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끝까지 불응하면 검찰로서도 어떤 조치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김진태 총장)
“어떤 조치가 있나.”(노철래 의원)
“긴급감청제도도 있고, 경우에 따라 압수수색(도 가능하다). 구체적 사안에 따라 저희들이 적절하게 대응하겠다.”

긴급감청제도란 영장 없이 감청을 하고 나중에 법원 허가를 받는 겁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음모행위, 직접적인 사망이나 심각한 상해의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범죄 또는 조직범죄 등 중대한 범죄의 계획이나 실행 등 긴박한 상황에 있을 때’에 한해 이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긴급감청을 한 뒤 36시간 이내에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다음카카오는 대화 저장 기간을 2~3일로 줄여 사실상 대화 내용을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영장 발부 단계를 건너뛰면 다음카카오의 ‘묘수’는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다음카카오의 불응에 검찰이 대응하겠다’고 한 발언도 오해를 사기에 충분합니다. 의원들의 질문이 집중됩니다.

“감청영장을 회사가 거부할 경우 제재조항 없는데 어떤 방법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인가.”(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민주국가가 민주시민이 법에 의해서…(집행되는 영장을 거부하면 안 된다)”(김진태 총장)
“법에 규정이 없는데 어떤 식으로 하겠다는 것인가.”
“인간으로서 윤리도 있고 한 기업으로서, 개인으로서 윤리가 있지 않습니까.”

급기야 김진태 총장이 ‘윤리’를 들고 나왔습니다. 검찰 업무에 협조하지 않으면 ‘비윤리적’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답변이 이어집니다.

“사업자의 협조를 구했는데 응하지 않을 경우, 윤리나 이런 것에 의존하겠다는 뜻인가요?”(이상민 의원)
“나름대로 수단을 강구하겠다. 다만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그렇고…”(김진태 총장)
“법률적으로 실효성을 담보할 수단이 없어서 곤란함을 느낀다고 답을 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
“민주국가에서 행위규정만 있고 제재규정 없는 것이 많다. 제재규정 전혀 없다고 해서 안 해도 되는 것이냐. 그건 아니라고 본다.”
“언뜻 들으면 검찰이 위압적으로 힘을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검찰이 요구하는데 사업자가 응하지 않겠냐’ 이런 거냐?”

실언했다고 느꼈는지 김진태 총장은 발언 수위를 낮춥니다. 하지만 밤 9시가 넘어서 김진태 총장은 ‘폭탄 발언’을 하고 맙니다.

“업체가 협조 안 하면 기술적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노철래 의원)
“협조가 안 되면 직접 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문을 안 열어주면 열쇠공 불러다 문을 따는 것처럼 직접 하는 수밖에 없다.”(김진태 총장)
“직접 할 수 있는 시스템 가지고 있느냐?”
“연구를 하고 있다.”

경찰로부터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받은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등 시민단체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사찰받은 내용을 공개하며 공권력의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설득해보겠지만 협조하지 않으면 사업자 협조 없이 직접 서버 내용을 파악하겠다는 엄포입니다. 업계에서는 김 총장의 이 발언에 대해 ‘국내 아이티(IT) 산업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는 반응입니다. 엉성한 일처리로 ‘사이버 망명’ 사태를 초래한 검찰이 기업들마저 망명 대열에 합류하라고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뉴스AS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