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박근혜 대통령 헬스기구 구입 예산과 관련한 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종이에 적고 있다. 메모 내용에 ‘대통령께서 사용하는 생활용품이나 음식재료, 운동기구 등은 대통령의 안위에 관계되고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이라고 적혀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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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AS]
‘사생활’에서 ‘국가안보’ 문제로 커져버린 헬스기구
비합리적 해명 일관한 청와대·새누리당이 사태 자초
<한겨레>는 10월28일 대통령의 헬스기구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청와대, ‘헬스 트레이너’ 행정관 채용때 무슨 일이…)를 단독으로 내보낸 뒤 후속 보도(▶ 바로 가기 : ‘1억대 헬스장비’ 위치, VIP 집무실 있는 청와대 본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대통령의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대통령이 1억원대 헬스기구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진 않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 개인 트레이너라는 의혹을 받는 청와대 제2부속실 소속 윤전추 3급 행정관의 인적사항은 물론, 헬스기구 설치 여부에 대해서조차 입을 닫는 청와대의 극단적인 비밀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첫 보도 때만 해도 ‘윤전추 행정관은 대통령의 트레이너가 맞다. 트레이너를 3급 행정관으로 채용한 건 적절치 않았다. 양해바란다’는 해명을 기대했습니다. 모든 정황을 살펴볼 때 윤전추 행정관은 홍보·민원 담당이 아니라 대통령 트레이너라는 게 합리적 추론이니까요. 이 사안을 놓고 <한겨레>도 내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개인 트레이너를 3급 행정관으로 편법 채용하지 않았느냐”고 강력히 비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반면 “대통령 건강은 중요한 문제 아니냐. 이전 정부에서도 운동시설을 세운 바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어떤 판단이 옳든, 청와대가 당당하고 투명하게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기본 전제는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첫번째 논란은 청와대가 자초했습니다. 핵심 키워드는 ‘사생활’입니다. 지난달 28일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대통령이 쓰는 헬스기구는 있다고 하면서도 직원과 기자들이 쓰는 것처럼 살짝 언급하는 수완을 발휘했습니다. 윤전추 행정관의 역할보다는 헬스기구에 논란을 집중하고, 제2부속실의 업무분장에 대해서는 예봉을 피하려는 의도로 읽혔습니다. 게다가 대통령의 사생활이라는 말을 꺼내면서 논의의 진전을 막았습니다.
여기에 윤 행정관의 인적사항은 비밀이라는 딱지를 붙였습니다. 대통령의 건강은 사생활이니 더이상 물어서도 안되고, 그 생활을 챙기는(원래 업무분장과는 별개로) 3급 행정관의 인적사항(또는 업무분장)은 공적 비밀이니 답할 수도 없다는 논리는, 청와대는 성역이니 궁금해해서는 안된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청와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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