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0.26 17:37
수정 : 2015.10.2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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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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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충남 서북부 가뭄 해소 위한 금강-보령댐 도수로 공사가
4대강 사업 활용했다는 보수언론 보도, 사실관계 따져보니…
충청남도가 오는 29일부터 금강과 보령댐 사이에 도수로를 놓는 공사를 시작합니다. 도수로란, 농업용수의 취수 시설에서 물을 끌어오기 위해 설치하는 수로를 일컫습니다. 이번 공사는 보령시를 비롯한 충남 서북부의 만성적인 가뭄 피해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내년 2월까지 총 625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될 예정입니다. 공사가 끝나면 보령댐은 매일 최대 11만5000t의 물을 차령산맥 너머 금강에서 공급받게 됩니다.
이 사업을 두고 보수 언론은 ‘4대강 사업의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26일치 2면에 ‘최악 가뭄에 되살아난 4대강’(
▶바로 가기)이라는 기사를 썼고, 〈JTBC〉도 지난 23일 ‘Q. 극심한 가뭄…4대강 활용론 솔솔 Q. 안희정 그동안 4대강에 부정적 입장 Q. 가뭄 계속…안희정 4대강 입장 변화?’ 등의 내용을 담은 리포트(
▶바로 가기 : [국회] 42년 만의 극심한 가뭄…4대강 물 활용 논란 )를 내보냈습니다.
그러자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
▶바로 가기)을 통해 이런 보도들에 대해 반박했습니다. 안 지사는 “이번 금강-보령댐 연결 공사는 사대강 사업과 거의 연관성이 없는 일”이라며 “보의 물이 아니라 금강 하구의 흐르는 물을 퍼오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 조사된 결과로는 백제보나 공주보의 물은 수량으로 보거나 수질로 보거나 갖다 쓰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사대강 사업을 통해 지류하천별 하수종말 처리장 사업을 한 것은 잘한 일이었으나 보를 막거나 대규모 준설 사업의 경우는 친수 공간을 이용해서 부동산 개발을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가뭄 극복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뉴스AS가 사실 관계를 따져봤습니다.
■ 600억원짜리 수도관 공사, 필요한 사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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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수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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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북부의 만성적인 가뭄 문제를 풀기 위해 금강에서 물을 끌어오자는 의견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사업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보령시를 비롯한 서산시, 당진시, 서천군, 청양군, 홍성군, 예산군, 태안군 등 충남 서북부 지역은 보령댐과 예당저수지 등에서 물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큰 강이 지나지 않은 탓에 가뭄 피해가 잦습니다. 충청북도를 지나 경기도 쪽으로 흐르는 한강은 이곳과 굉장히 멀고, 상대적으로 가까운 금강은 차령산맥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가뭄이 이어지면서 보령댐의 저수율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보령시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 보령댐의 저수율은 21%가량이며, 보령댐으로 유입되는 강수량은 전년대비 57%가량이다. 40여년 만에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재 보령댐의 제한급수는 가압장에서 수압을 20%가량 낮춰 수도관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뭄이 더 이어지면 시간을 정해놓고 수돗물 공급을 제한하는 등의 조처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령댐은 미산면, 성주면, 부여군 외산면 일대 산세로 물이 모이는 곳에 세워졌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댐 건설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물이 많은 곳이지만, 큰 강이 흘러들어오지 않아 비가 오지 않으면 가뭄 피해를 입는다”며 “전부터 지역에서 금강의 물을 보령댐으로 끌어오는 사업을 요구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상습적인 가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사업을 반겼습니다.
■ 지하에 수도관 놓는 게 4대강 사업?
그렇다면 이번 사업이 언론의 보도대로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와 직접 연결되는 걸까요? 충남도는 이번 사업에서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금강의 3개 보 가운데 가장 하류에 있는 백제보에서도 하류 방향으로 9㎞가량 떨어진 수북정 부근에 취수장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보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장소에서 물을 끌어오는 겁니다.
충남도 물관리정책과 관계자는 “백제보에 가둬놓은 물을 쓰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도로 쪽 보상 문제 등이 걸려 있어 이를 해결하다 보면 4개월로 예상한 공사 기간을 맞출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보에서 물을 끌어오려면 9㎞가량 물을 끌어오는 길을 더 만들어야 하는데, 이 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수질과 유량의 문제로 보의 물을 쓰지 않기로 했다는 안희정 도지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보상 문제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타당성을 검토해 취수 위치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수질 문제와 관련해서 “보령댐 상류의 물은 1급수이고 금강수계는 2급수”라며 “보령 지역에는 농업용수가 아닌 생활용수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금강 쪽 취수 지점에 정수장을 설치해 생활용수로 쓸 수 있는 맑은 물로 정수해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지도상 거리를 살펴 보면, 수복정 부근은 보령댐 상류와 금강을 잇는 최단지점이기도 합니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보의 위치와 관계없이 수복정 부근에 취수장을 만드는 것이 거리상으로도 가장 경제적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적어도 충남 서북부 지역만 본다면, 큰 강마다 보를 세워 물을 가두고, 강바닥을 준설해 배를 띄우고, 강변을 따라 자전거 도로를 놓은 4대강 사업은 ‘강이 없는 지역의 가뭄’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억지 4대강 사업 연결짓기,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요.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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