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은 되고, 남진은 안되는…선거법 적용 ‘이중잣대’

조훈현 9단(맨 왼쪽)이 지난 3월10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입당식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뉴스AS]
새누리 비례 조훈현, 지원유세 중 바둑대국
“기부행위 금지한 선거법 위반 아니냐” 신고
선관위 “정식 대국 아니어서 선거법 위반 아냐”
남진은 지원유세 중 선거법 위반에 노래 못불러

선거에 출마한 조훈현 9단이 선거 유세 과정에서 시민과 바둑을 두면 과연 기부 행위에 따른 선거법 위반에 해당할까.

상황은 이랬다. 지난 5일 울산 동구의 한 바둑교실. 새누리당 비례대표 14번 후보자인 조훈현 9단이 원유철 공동선대위원장 등과 함께 울산 지역 새누리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조 9단은 이 과정에서 바둑교실에 있던 한 아마추어 바둑인과 대국을 펼쳤다.

그러자 “프로 바둑인이 바둑을 두며 선거운동을 한 것은 기부행위를 금지한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주민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조 9단의 행위를 신고했다.

공직선거법 제113조 ‘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을 보면,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의 장·정당의 대표자·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와 그 배우자는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기부행위(결혼식에서의 주례행위를 포함한다)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112조는 기부 행위의 개념에 대해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의 제공, 이익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는 연예인(가수)이 자신의 노래를 부르며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 마술사가 마술을 하며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 등을 선거법 위반으로 유권 해석을 한 적이 있다. 이 법에 따른 해프닝은 지난 7일 오후에도 있었다. 가수 남진 씨가 광주에서 국민의당 박주선 후보와 장병완 후보 지원 유세와 연설에 나섰다. 연설이 끝난 뒤 그의 노래 ‘님과 함께’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그러자 청중들이 이 노래를 함께 불렀다. 하지만 정작 남씨는 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어색하게 율동하며 손뼉만 칠 뿐이었다. 노래를 부르면 앞서 말한 선거법 위반이 되기 때문.

임웅균 국민중심당 서울시장 후보가 2006년 5.31 지방선거 공식 선거전이 시작된 18일 이화여대 입구에서 노래를 부르며 거리유세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06년 지방선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국민중심당 후보로 출마한 유명 성악가 임웅균 교수가 선거 유세 과정에서 노래를 부른 것. 동요 ‘퐁당퐁당’이나 ‘구슬비’, 가곡 ‘희망이 나라로’ 등 특별히 정한 곡 없이 분위기에 맞춰 떠오르는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선관위는 유세 중에 노래를 ‘끝까지’ 부르게 되면 ‘곡당 500만원의 기부행위’에 들어간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500만원은 그가 노래를 한 곡 부르면 평균 받는 돈의 액수. 이 때문에 임 교수는 노래를 ‘끝까지’ 하지 않고 메들리로 만들어 300여 곡을 불러야 했다.

그렇다면 조훈현 9단의 경우 선관위는 어떻게 판단했을까. 선관위 관계자는 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 6일 시민 제보가 들어왔는데, 심의 결과 정식 대국이 아니어서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냈다”고 말했다. 임웅균 교수도 정식 콘서트가 아니고, 남진 가수도 정식 공연이 아니었는데?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정식 대국이면 돈을 받거나 이런 게 있는데, 그게 아니어서 선거법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모든 바둑을 둘 때 돈을 받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설명을 되풀이했다.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해명. 선관위의 판단, 그때그때 달라요?

이재훈 현소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