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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06 15:44 수정 : 2016.07.06 17:39

[뉴스AS]

Leemarej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만화가이자 그래픽 아티스트가 지난해 11월 파리테러 뒤 자신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leemarej.artist/photos)에 올린 작품. 그는 이 작품이 '테러리즘을 불공평하게 다루는 세계 언론에 반대'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eemarej 페이스북 갈무리

이슬람 금식월 `라마단’의 막바지를 바라보던 지난주, 이슬람국가(IS)는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을 타격했습니다. 3명의 이슬람국가 대원들은 국제선 출국장 입구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한 뒤 입고 있던 폭탄 조끼를 터뜨렸고, 적어도 45명이 숨지고 230여명이 다쳤습니다.

세계 언론은 연일 이 사건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아타튀르크 공항은 유럽과 중동을 잇는 허브로, 지난해에만 약 6100만명이 이용한 세계 11위 규모의 국제공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은 방글라데시 다카였습니다. 총과 흉기로 무장한 괴한들은 1일 저녁 외국 공관이 밀집해 있는 한 식당을 덮쳤습니다. 이들은 이슬람 경전 <코란> 구절을 외우게 하는 방법으로 35명의 인질을 구분해 암송에 실패한 사람들을 골라 살해했습니다. 사망자 20명 가운데 대다수가 이탈리아인과 일본인이었습니다. 미국인 대학생들도 희생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슬람국가 테러가 중동과 유럽을 넘어서 무차별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서구인들은 이제 아시아의 무슬림 국가에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3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중부 카라다 지역의 차량 폭탄 폭발 현장에 소방대원들이 출동한 모습. AP 연합뉴스
그런데 이틀 뒤 이라크의 심장부 바그다드에서 250명의 목숨을 앗아간 차량폭탄 테러가 또 일어났습니다. 역시 이슬람국가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테러가 발생한 지역은 이라크 중동부에 위치한 시아파 거주지 카다라로 시장과 상가, 식당 등이 밀집한 곳이었습니다. 테러 발생 시각은 새벽 1시께로 심야였지만, 라마단의 끝을 기념하는 축제를 맞이하는 사람들로 붐벼 인명 피해가 컸습니다. 이라크 정부는 이번 테러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래 최악의 테러라고 말합니다.

5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카라다에서 자살 폭탄 테러 사망자에 대한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사정이 이런데도 바그다드 테러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사건의 경중을 인명 피해의 숫자로 따질 수는 없지만, 바그다드 테러는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희생자 130명, 3월 브뤼셀 테러로 숨진 희생자 32명, 지난달 올랜도 총기 테러 희생자 49명을 모두 합한 숫자보다 많은 사람들이 숨지고 다쳤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이라크에서 테러가 발생하면 늘 그렇듯 사건 개요와 피해 규모 정도만 짧게 보도했습니다. 눈물겨운 피해자 사연이나 목격자가 전하는 끔찍했던 순간들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소셜미디어도 조용합니다. 프로필 사진을 이라크 국기 색으로 바꾸는 이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프로필 사진에 입힐 수 있는 필터를 제공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추모와 연대를 표하기 위해 벨기에와 터키의 국기 색으로,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던 에펠탑도, 이라크 테러에는 무심했습니다. ‘#바그다드를 위해 기도하자’(#prayforbaghdad)는 운동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사우디 위성방송 <알아라비야>에 칼럼을 기고하는 언론인 마리아 두보비코바는 이 상황을 지적하며 아래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바그다드 테러 사망자는 최소 200명이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꼬집습니다.

Maria Dubovikova @politblogme 트위터 갈무리

네덜란드 통신사인 BNO News의 창업자 미하엘 판 포펠도 지난 4일 “바그다드 폭탄테러로 213명이 숨졌다. 올랜도, 브뤼셀과 파리 (테러 희생자)를 합한 수보다 많다. 하지만 세상의 대부분은 무반응”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한 여성은 트위터(@ miriamcosic)에 “250명이 숨졌고 사망자는 늘고 있다. 수도 없이 다쳤고, 슬픔에 빠져 있다. 이번에는 세계의 연대는 어디있나?”라는 글을 남겼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왜 이 생명들은 #올랜도총기난사 또는 #파리테러처럼 중요하지 않은가???”(@ RandeepHooda) 라고 제기하는 누리꾼도 있었습니다.

서구인들의 희생이 더 주목받아온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지난해 1월 세계 정상들을 비롯해 수백만명이 거리로 나서 프랑스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할 때, 나이지리아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에 의해 많게는 민간인 2000명이 살해된 일이 있었지만 이를 보도하는 언론은 거의 없었습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략살상무기와 알카에다 응징을 명분으로 미국이 시작한 이라크 침공 이후 13년동안 테러와 군사공격으로 민간인 16만명이 숨진 이라크에 대한 세계의 무관심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비비시>(BBC)방송이 전하고 있는 이라크에서 올해 발생한 이슬람국가 연관 테러 일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6년 2월28일: 사드르시 시장에 연쇄 자살폭탄 테러 발생 70명 사망

2016년 3월6일: 힐라시 중심가 인근 검문소에서 유조차 폭발로 47명 사망

2016년 3월26일: 이스칸다리야시 중심가의 축구 경기장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32명 사망

2016년 5월1일: 사마와시 남부에서 잇단 차량폭탄 테러로 최소 33명 사망

2016년 5월11일: 사드르시의 시아파 거주지 시장에서 (터진 차량폭탄 테러로 숨진) 64명을 비롯해 차량폭탄테러로 바그다드에서 93명 사망

2016년 5월17일: 바그다드에서 네 건의 폭탄테러로 69명 사망. 이 가운데 3곳은 시아파 거주지.

2016년 6월9일: 이슬람국가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두 건의 자살폭탄 테러로 바그다드 안팎에서 최소 30명 사망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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