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11 19:32
수정 : 2019.09.17 13:51
노사 올해 임금협상서 평행선
포괄임금제 시행으로 주지 않던
시간외근로 수당 제대로 주면
임금 인상률 1.8% 정부 기준 넘어
병원 “지침 어기면 다음해 불이익”
노조 “수당 총인건비서 제외해야"
|
지난 6일부터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국립암센터 누리집(홈페이지) 화면
|
‘2019년도 임금 인상률 1.8%에 시간외근로 수당을 포함할 것이냐, 말 것이냐.’
2001년 암 환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문을 연 공공기관인 국립암센터에서 사상 첫 파업이 지난 6일부터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조합원 약 800명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국립암센터지부와 암센터는 올해 여름부터 11차례 단체교섭,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치며 임금 협상을 해왔으나 최종 결렬되면서, 노동자들의 쟁의 활동(파업)이 시작됐다. 시간외근로 수당이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인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야간·휴일 근무 등에 대해 지급하는 수당을 일컫는다. 근로기준법상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수당을 둘러싸고 왜 노사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일까?
11일 보건복지부·암센터·노동조합 관계자 말을 종합해보면, 갈등의 뿌리는 개원하던 해 도입된 연봉제 및 포괄임금제(법정수당을 따로 계산하지 않고 월급에 포함해 지급)이다. 최근까지 암센터는 매달 시간외근로 48시간에 해당하는 수당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다. 법정 근로시간을 일한 뒤 48시간까지 추가 근무해도 월급엔 변화가 없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다 올해 7월 포괄임금제가 완전 폐지되면서, 시간외근로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고 있다. 7~8월 지급 수당을 기반으로 암센터가 필요하다고 예측한 올해 임금 인상률은 3.3%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사쪽은 시간외근로 수당을 합쳐 1.8% 임금 인상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2019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 편성 지침에서 규정한 인건비 총액 인상률은 1.8%인데, 이러한 정부 가이드라인을 어길 경우 위반한 금액만큼 다음해 인건비 예산이 깎인다는 것이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은 10일 “파업이 지속돼 암 환자와 국민에게 송구하다”며 “시간외근로 수당 인상을 임금 인상률 1.8%와 별도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들도 시간외근로 수당을 별도로 한 임금 인상률 1.8%를 조정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
지난 10일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 강당에서 임직원들이 파업으로 인한 환자 불편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제공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병원 노동자들이 일한 시간만큼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던 환경을 정상화하면서 발생한 일”이라며 “정부가 미리 이러한 상황에 대비했다면 환자들의 불편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9일 성명을 통해 “정부 가이드라인은 고용노동청의 노동관계법 위반 시정지시 이행 등으로 인한 인건비 지급분을 특이소요분으로 분류해 총 인건비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위법한 포괄임금제 폐지로 발생한 시간외근로 수당을 총 인건비와 별도로 지급하도록 승인하면 파업 사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보건복지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김기남 질병정책과장은 “이번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기준 응급실과 중환자실 운영은 평소와 다름없지만, 수술과 검사 기능은 파업 전에 견줘 50~60%만 이뤄지고 있다. 항암주사실, 방사선치료실, 병동 및 외래엔 최소한의 인력만 배치돼 환자들의 불편이 큰 상황이다. 이날 오후 노사는 교섭을 재개했지만 1.8% 가이드라인의 벽을 넘어야 한다.
박현정 김양중 기자
saram@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