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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9 05:00 수정 : 2019.12.1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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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초유의 ‘국회 본청 난입사건’ 전말

“16일 8시 국회 각 정문을 포위하라”
‘태극기 카톡방’ 격문, 폭발적 공유
한국당, 즉각 당원들에 ‘참가 호소’

“의원실에 간다거나 당원이라 해라”
구체적 복장·행동지침까지 올리고
당일엔 ‘실시간 진입 정보’ 퍼날라

황교안, 난입 인파에 “이겼다” 자축
보수언론은 카톡방 내용 ‘칼럼’ 응답
국회 진격 ‘부채질’ 계획적 행동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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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즉시 330만 당원들에게 문자와 성명을 발표해, 16일 (오전) 8시에 국회의 각 정문을 포위하라고 지시하라.” 15일 오후 2시께 ‘자유○○’이란 아이디를 쓰는 한 태극기부대 멤버가 올린 격문이 보수성향 시민들이 모인 ‘태극기 카톡방’을 흔들었다. 태극기부대의 국회 난입 사건이 있기 하루 전이었다. 시민단체의 초유의 국회 본청 난입 사건은 ‘충동적’ 사건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의 글은 하루 앞서 14일 열린 자유한국당 집회에 대한 비판도 담았다. ‘(한국당이) 막연하게 패트(패스트트랙) 악법 저지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미동적(미온적)으로 움직여선 패트 악법을 확실하게 폐기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자유○○의 글은 태극기 카톡방에서 폭발적으로 공유됐다. 그에 앞선 움직임도 있었다. 보수성향 시민들은 여러 버전으로 각색된 ‘국회 점거’ 글들을 공유하며 “국회를 점거하러 가자”는 격정을 나눴다. 자유○○ 등 보수성향 시민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선거제 개혁안을 ‘민주당 장기 집권 음모’라고 주장했다. 카톡방에서 1년여 공유된 의견이다.

태극기 카톡방이 동요된 뒤 곧 한국당 지도부도 움직였다. 한국당 서울시당은 당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좌파독재 완성 플랜에 입각해, 헌법과 국회법도 무시한 채 언제 날치기가 일어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비상상황입니다. 당원동지 여러분의 결기와 힘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성원과 동참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중앙당을 중심으로 열리는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 시기와 장소도 명시했다. ‘16일 월요일 오전 11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회가 원천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국회 본청 앞 계단’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에도 국회 주변 집회는 금지됐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한국당의 집회 공지 이후 여러 보수단체들은 집회 참여를 호소하거나 명령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육군3사구국동지회, 해병대전우구국동지회, 나라지킴이고교연합 등 수십개 단체가 각각의 입장을 담은 ‘집회 집결 요망 안내문’을 발표하고, 태극기 카톡방에 공유를 호소했다.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서, 돔 형식으로 된 국회의사당 본관 건물 앞으로 오라’는 지침이었다. 몇몇 단체는 ‘시위대 복장이나 등산복 복장으로는 출입이 어려울 수 있으니, 캐주얼 복장을 입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반드시 태극기와 피켓은 손가방에 숨겨 오라’고도 했다. 불법적인 집회 안내와 참여 계획이 치밀하게 공유되는 데 불과 몇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후 한국당 직능국은 15일 밤 9시를 조금 넘긴 시각 ‘중앙위원님께서는 (오후) 10시40분까지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반드시 참석하여주시기 바란다’는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이 문자도 태극기 카톡방에서 폭발적으로 회람됐다. 밤 10시가 넘어서는 30여개 단체 명의로 된 집회 포스터가 온라인에 공유됐다.

국회 난입이 있었던 16일 아침에는 태극기 카톡방의 움직임이 더 숨가빴다. 카톡방은 집회 정보를 공유하면서, 국회 진입 정보를 실시간으로 나르는 창구였다. ‘국회 7개 문이 모두 봉쇄됐다’는 소식이 올라온 건 16일 오전 8시께였다. 이후 ‘정문에서 오른쪽 길로 가는 벚꽃길로 계속 가다 보면 사람 하나 들어갈 수 있는 쪽문이 있으니 그리로 들어오라’는 지침과 함께 ‘국회 본관 앞에 한국당과 광야교회(전광훈 집회 모임)가 함께하는 애국집회 장소가 있다’는 알림이 모든 방에 계속 공유됐다. 이날 초유의 ‘국회 난입 사건’이 처음부터 기획됐다는 의혹을 주는 부분은 아래와 같은 대목이다. 태극기 카톡방은 국회 출입문에서 막히거나 할 경우에 대한 지침을 쉴 새 없이 공유했다. “한국당 행사 참석 또는 국회 사무처장(한국당 사무총장) 박완수 의원실 간다고 하라” “한국당엔 별도의 당원증이 없으니 한국당 당원이라고 하라” “의경은 국민이 국회 가는 걸 막을 권한이 없으니 관등성명 확인하고 채증하라” 등의 지시였다.

이렇게 난입한 태극기부대들은 현장 상황을 중계하는 극우 유튜버 방송인들과 함께 승리를 선언했다. 한 보수 유튜버는 “애국 여성들이 압사 직전의 상태에 내몰리며 경찰 방패를 뚫고 국회 문을 열었다”며 자축했다. 16일 국회 난입 사건으로 사회적 논란이 일었는데도, 한국당은 이어 17일과 18일에도 줄곧 태극기부대의 국회 집결을 요구하는 문자를 당원들에게 대량 발송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이런 시각은 이제 태극기 카톡방에만 머물지 않는다. 태극기 시민들의 호소에 한국당은 ‘동원 문자’로 응답하고, 보수언론은 칼럼으로 응답한다. 한 보수언론은 ‘선거제 개편이 북한 주도 통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태극기 카톡방의 시각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사회의 마지노선을 짓밟은 일에 대해 누구도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국회에 난입한 태극기부대를 향해 외쳤다. “여러분 (국회) 들어오신 거 이미 승리한 겁니다. 이긴 겁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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