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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16 13:55 수정 : 2018.09.16 14:49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성한용 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28

북핵, 한반도 평화는 ‘여-야’ 보수-진보’ 뛰어넘는 의제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 임기중 북 핵실험
이명박 “북핵 포기하고 개방하면 남북협력 새 지평”
박근혜 “남북 신뢰 쌓아 풍요로운 통일시대 기반을”

원로 자문단 청와대 간담회서 의미 있는 조언 쏟아져
박지원 “손흥민처럼 트럼프가 골 넣을 수 있게 도와야”
정동영 “기업인들이 중국 개혁 개방의 경험 전달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 동안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세 번째 정상회담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할까요? 어떤 성과를 내야 할까요?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까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는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어 대한민국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염원하는 의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 13일 청와대에서 원로 자문단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두 시간 동안 했습니다.

원로들의 면면은 전직 국무총리, 장관, 국정원장, 언론인, 언론사주 등 화려합니다. 이념의 스펙트럼도 꽤 넓은 편입니다. 이들의 조언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이 시대 현인(賢人:wise man)들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풍부한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요지를 서면 브리핑 자료로 내놓았습니다. 언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느라 여유가 없었는지 원로들의 조언은 거의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꼭 읽어봐야 할 것 같아서 소개합니다.

박재규(경남대학교 총장) : 문재인 대통령이 반드시 큰 성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오랫동안 기다리다 북의 지도자를 만났으나 정과 진심을 나눌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두 차례의 성공적인 만남을 통해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다.

문정인(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 북의 비핵화를 순서대로 다 하자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남북한이 비핵화 TF를 함께 만들어 논의한다면 파격적인 대안이 나올 것이다.

황원탁(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 종전선언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긍정적인 언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전선언에 대해 불안해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주한미군의 범주 안에 유엔사의 장래 문제도 포함시켜 그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김정수(한국여성평화연구원장) : 남북정상회담에 여성들이 더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수레의 한쪽 바퀴는 여성이 밀고 간다.

백종천(세종연구소 이사장) :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의 실천적 방안을 찾기로 한 것은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시한을 2020년 말로 확정 지었으면 좋겠다.

김영희(중앙일보 대기자) : 우리의 최종 지향점은 한반도 평화지만 미국과 중국 일본이 긍정적으로 참여하는 동북아 평화체제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그 틀 안에서 제대로 된 비핵화도 이뤄지고 체제 보장도 이뤄진다.

홍석현(한반도 평화 만들기 이사장) : 방북 전에 미국으로부터 유연성을 받아내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북에 가서 미국의 분위기를 잘 설명해서 북으로부터 답을 얻은 뒤 그걸 기초로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좋겠다. 방북 전에 여야 정당대표들을 초청해서 대화하는 게 판문점 선언 비준에도 도움이 된다.

박지원(민주평화당 의원) : 문재인 대통령은 손흥민 선수가 돼야 한다. 북미회담 무산될 위기에 모든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 돌려 위기를 넘겼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을 돌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골을 넣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홍구(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 :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비핵화 결심과 비핵화 조처에 대해 국제사회가 잘 인정하지 않는 걸 보고 불만인 모양이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사회의 반응을 얻으려면 핵 물질과 설비에 대한 신고와 검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의 종전선언이 나올 것이다.

장상(세계교회협의회 아시아 대표공동의장) : 몇 달 전 기독교 관련 국제회의에 참가한 적이 있다. 교황이 찾아와 “내가 한반도 위해 계속 기도하고 있다. 승리하라”고 하시더라. 한반도 평화가 세계 평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

심재권(국회 외교통일위원장) : 문재인 대통령이 대단히 어려운 과제를 안고 방북 길에 오른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둘이 함께 갈 때만 가능하다. 어느 것도 먼저고 어느 것이 나중일 수 없다.

이재정(경기도 교육감) :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미국의 언론을 포함해 세계 언론을 움직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정상회담 뒤 여러 나라에 특사를 보내서 설명해야 한다. 특히 유럽과 동남아에도 보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수행단에 고등학생 중학생을 포함시켜 청소년들의 평화 통일 참여 폭을 넓혔으면 좋겠다.

이종석(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NLL에 평화수역을 설치하는 문제가 궁극적으로 합의가 안 되면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 14km만이라도 공동어로에 합의해 합의문으로 발표됐으면 한다. 군비통제연구반을 남북 공동으로 만들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한 2주씩 합숙을 해가며 머리를 맞대면 국민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다.

이현숙(여성평화외교포럼 명예대표) :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을 전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해서 배포해달라는 민주평통 회원들의 건의가 있었다.

하영선(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세 가지 복병을 만날 위험성이 있다. 북의 비핵화 진전 여부, 남북과 북미 협상의 속도 차이, 우리 정치권의 문제다. 복병 회피 전략을 잘 구사해야 한다.

최완규(신한대학교 석좌교수) : 국가 주도의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용서와 화해 평화의 담론이 진전을 이룰 필요가 있다.

정세현(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 지난번 자문단 회의 때 남북정상회담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평양에서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함께 간 수행원들이 그 의미를 잘 설명해줘야 한다. 해외 동포들이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둘러싸고 갈등이 심하다. 남북 정상이 동포사회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도록 언급을 해줬으면 좋겠다.

정동영(민주평화당 의원) : 북한이 경제발전의 꿈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방북 길에 대기업 총수들이 함께 갈 필요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환담 일정을 잡는다든지, 중국 개혁 개방의 경험을 이들 기업인들의 입을 통해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한완상(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서 아시아철도공동체의 필요성을 설명해 달라. 6+1, 7개국은 세계 GDP의 50%를 넘게 차지한다. 미국 중국 일본이 동반자로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문 대통령 임기 안에 대표부로 승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임동원(한반도평화포럼 공동이사장) : 남북 언론의 교류가 중요하다. 남과 북의 통신사들이 서로의 건물에 들어가 상주하며 활동을 하도록 하자. 지방자치단체 교류도 중요하다. 독일의 경우 동서독이 62건의 도시 간 협력사업을 벌이며 청소년 학생들 교류를 했다.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원로 중에는 2000년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2007년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을 별도로 만난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이 뭐라고 말했는지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명을 받아 남북정상회담 사전 밀사로 활약했던 사람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북한의 당국자들을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그는 이념적으로 ’중도개혁’이지만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전향적인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일 것입니다.

박지원 의원은 이번 청와대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할 말을 미리 정리해서 가지고 갔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저는 지난번 간담회에서 미국을 위한 ‘대리운전 ’도 , 우리 의욕만 앞세우는 ‘과속 운전 ’도 안 된다 , ‘안전 운전 ’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대통령님께서 방북 특사단을 적기에 파견하셔서 돌파구를 마련하셨고 북미대화가 다시 가동되고 있습니다 .

이제는 대통령님께서 손흥민이 되셔야 합니다 . 1차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을 때 , 대통령님께서는 ‘길잡이 , 모든 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 ’고 하셔서 1차 북미정상회담을 성사 , 성공을 시켰습니다 . 마찬가지로 지금도 트럼프에게 공을 돌려 트럼프가 골을 넣도록 해야 합니다 .

제가 알기로 , 트럼프는 김정은 친서를 통해 정상회담 의지를 확인하고 ,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 즉 ‘1차 싱가포르 회담보다 더 확실한 진전이 없으면 2차 북미정상회담은 없다 ’, 그래서 폼페이오 방북도 확정하지 않습니다 .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잘 푸셔야 합니다 . 대통령님께서 가교 역할을 잘하셔서 핵 리스트 제출 , 종전선언 접점을 만들고 , 북미 접촉 , 최종적으로 북미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일괄 타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는 한반도 평화 , 비핵화를 위한 두 바퀴입니다 . 이 두 바퀴가 잘 돌아갈 때 우리는 평화 驛 , 비핵화 驛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 대통령님께 미국과의 공조를 거듭 말씀드립니다 .

대통령님께서 야당과 대화하시려는 모습을 높이 평가합니다 . 지난 10년 간 야당은 남북관계에서 반대만 해 왔습니다 . 대통령님께서 조금만 더 섬세하게 계속 설득하신다면 야당도 협조할 것이고 , 그것이 국민 통합의 길입니다 .

대통령께서 국회와 함께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는 모습도 높이 평가합니다 . 지금 국회의장단 및 당 대표 방북 동행 추진을 국회의장 특사단 , 그리고 6.15 정상회담 때처럼 각 당 정책위의장 방북으로 전환하면 국회의 협조를 더욱 잘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에 명시된 경제협력 지원 사업은 북미 관계가 개선되어 UN 안보리와 미국의 제재 , 5.24조치가 풀려야 가능합니다 . 비준안이 통과되더라도 제재가 해제될 때 관련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시거나 , 국회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부대 의견을 명시해 줄 것을 요청하시면 국회의 협조를 받으실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아울러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과 관계없는 군축 등 군사적 긴장 완화에 관한 남북 합의가 도출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동영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고 2005년 북한을 따로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던 사람입니다. 남북관계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깊은 식견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한반도 평화를 남북의 경제발전으로 연결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날 청와대 오찬 간담회 직전 때마침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평화당 대표 자격으로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습니다. 언론에서 별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동영 의원의 연설에는 한반도에 대한 그의 평소 철학과 비전이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좀 길지만 중요한 부분만 간추려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아마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같은 취지로 얘기했을 것입니다.

“다음 주 평양에서 3차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5개월 만에 남북 정상이 세 차례나 회담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역사적입니다. 거대한 전환입니다. 70년 동안 대결하고 적대했던 시대를 접고, 협력하고 공존하는 평화의 시대로 가는 대전환의 길목입니다.

내일은 개성에서 남북공동 연락사무소가 문을 엽니다. 이 역시 분단 7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남북 간 교류협력의 거점과 가교 역할을 기대합니다.

정부에 한 가지 촉구하고자 합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자신의 재산인 공장 상황을 점검할 수 있도록 방북을 허용해주기 바랍니다. 공단 재가동을 위해서는 제재 완화가 필요하겠지만, 기업인 방북까지 막는 것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입니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은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의 난기류를 걷어내고, 미국이 원하는 북한의 비핵화와 북한이 원하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이루는 거래를 중개해야 합니다. 남쪽을 믿고 보다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김정은 위원장을 북돋울 필요가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의 핵심은 경제협력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는 동력은 중국과 베트남의 길을 가고자 하는 경제부국의 꿈이고, 남한 역시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동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꿈을 꾸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초당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지속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비핵화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장기 과정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했던 것처럼 정권이 달라졌다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의 남북 합의를 부정하고 파기해버린다면 북한이 과연 누구를 믿고 핵을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과거 우리 국회에도 초당적 협력의 사례가 있습니다. 제가 통일부 장관으로 일했던 2005년 12월, 여야는 만장일치로 ‘남북관계발전법’을 만들었습니다. 당초 저는 ‘남북관계기본법’을 추진했으나 야당의 요구를 절충해 ‘남북관계발전법’으로 양보했습니다.

이 법에 따라 대북특사 파견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남북 간에 체결한 합의서는 조약의 효력을 갖게 됐습니다. 이 법에 따라 국민의 재정적 부담을 수반하는 남북 합의는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게 돼 있습니다.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을 초당적 협력을 통해 뒷받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 파리의 OECD 사무국은 한국 경제에 대한 장기 전망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2030년대부터 잠재성장률이 0%로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인구가 줄고 생산성과 투자가 정체하면서 한국 경제가 뒷걸음질한다는 암울한 보고서였습니다.

반면 미국의 유수한 금융기관들은 한국이 세계 자본주의 발달사에서 예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세계의 모든 산업 국가들이 산업화 초기에 고도성장, 그다음에 중성장, 성숙한 단계에 들어가면 저성장의 모형을 예외 없이 걸어갔지만, 한국이 유일하게 예외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수준의 성숙한 자본주의 단계에서 다시 고도성장으로 뛰어오르는 예외적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평화경제입니다. 남쪽의 자본과 기술, 북쪽의 노동력과 국토, 그리고 광물자원을 결합하면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해 2030년대 후반부터 영국, 프랑스, 독일을 추월하고 마침내 일본을 넘어서게 된다는 희망찬 전망이었습니다. 남한은 1인당 국민소득 8만불, 북한은 독자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 5만불의 나라가 된다는 보고서였습니다.

우리 앞에는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분단지속과 갈등, 그리고 정체와 후퇴의 길을 갈 것이냐, 아니면 평화공존과 번영, 그리고 마침내 자본주의 발달사에서 예외 국가의 길을 갈 것이냐의 두 길입니다.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는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어 대한민국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염원하는 의제입니다.

북한의 핵실험은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졌습니다. 남쪽의 몇몇 대통령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한반도에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와야 남북의 경제가 발전하고 우리 민족이 번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 대통령은 박정희부터 문재인까지 모든 대통령입니다. 역대 모든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08년 2월 25일 취임사에서 북한 핵과 한반도 관련 대목을 찾아보았습니다.

“남북통일은 7천만 국민의 염원입니다. 남북관계는 이제까지보다 더 생산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풀어가겠습니다. 남북한 주민이 행복하게 살고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비핵?개방?3000 구상’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남북협력에 새 지평이 열릴 것입니다.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10년 안에 북한 주민 소득이 3천 달러에 이르도록 돕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동족을 위하는 길이고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의 정치 지도자는 어떻게 해야 7천만 국민을 잘살게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서로 존중하면서 통일의 문을 열 수 있는가, 하는 생각들을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이런 일을 위해서라면, 남북 정상이 언제든지 만나서 가슴을 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3년 2월 25일 취임사도 읽어보실까요?

“저는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은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북한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하루빨리 핵을 내려놓고, 평화와 공동발전의 길로 나오기 바랍니다. 더 이상 핵과 미사일 개발에 아까운 자원을 소모하면서 전 세계에 등을 돌리며 고립을 자초하지 말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함께 발전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현재 우리가 처한 안보 상황이 너무도 엄중하지만 여기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한민족 모두가 보다 풍요롭고 자유롭게 생활하며,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을 만들고자 합니다. 확실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에 신뢰를 쌓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습니다.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킬 때 신뢰는 쌓일 수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진전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떻습니까? 이처럼 역대 대통령 모두 북한의 비핵화에 강력히 반대했고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의지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실천력’에는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또 한반도 정세가 좋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라는 미명 하에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직후에는 북한 핵 문제를 풀지 못해 애를 먹었습니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4개월 뒤인 2017년 9월에 6차 핵실험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고로 강한 응징 방안’을 강구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운 법”이라고 말했겠습니까?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았고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도 각각 다른 이유로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절묘한 상황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이 “문앞을 지나는 신의 옷자락을 붙잡아야 한다”고 표현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혼자의 힘으로 지금의 화해 국면을 만든 것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지 않았거나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다른 후보가 당선됐다면 남북 및 북미 대화가 시작되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야당도 적극 힘을 모아 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원로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언했지만, 그 내용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야 보면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의 야당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야당의 전폭적인 성원과 지원 속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이 큰 결실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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