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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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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37
이른바 보수가 경제 정책 노선을 비판하는 이유
문재인 대통령 “빨리 아니라 함께 가야 더 멀리 간다”
자유한국당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강행하겠다는 선전포고”
조선일보 “경제를 실험했다” “정책도 역주행 인사도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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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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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부총리 및 정책실장 인사를 두고 벌어지는 경제 정책 노선 대결을 보고 떠오른 생각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제 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을 새로 임명했습니다. 경제팀 핵심 두 자리를 교체한 것입니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에게 인사는 ‘만사(萬事)’입니다. 매우 중요한 정치 행위입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합니다. 이번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의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바람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경제 부총리와 정책실장 교체를 먼저 요구한 것은 야당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론을 비난하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정책실장 교체를 집요하게 요구했습니다. 정의당도 교체론에 가세했습니다. 신뢰를 잃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를 다 받아들일 이유는 없습니다. 인사는 대통령이 하는 것입니다. 교체 조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언론의 보도를 통해서였습니다.
<중앙일보>가 10월 11일 치 1면 머리로 ‘김동연·장하성 투톱 연말 동시 교체 검토’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앙일보 기사는 오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이 아무런 근거 없이 이런 기사를 1면 머리로 싣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청와대에서 ‘오보’라고 하는데, 언론이 기사를 더는 쓸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또다시 <경향신문>이 10월 30일 치 1면 머리로 “김동연·장하성 투톱 교체 논할 시기 지나”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청와대가 동시 교체로 가닥을 잡고 후임을 인선 중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들어보지 못했다”거나 “나는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전에 ‘오보’라고 말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언론의 관심은 후임자가 누구냐에 쏠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의 인사 기사는 한 가지 차이가 있었습니다. 교체의 ‘이유’였습니다.
<중앙일보>는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을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공약 실천 등 정책 기류의 변화 가능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반면에 <경향신문>은 주로 경제난국 타개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이른바 보수 성향의 언론들은 줄기차게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중앙일보>의 기사도 이런 논지의 연장선이었습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투톱을 교체한다면 경제 정책의 기조를 유지할 것인지, 조금이라도 바꾸기 시작할 것인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월 1일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에서 이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이제 우리는 경제적 불평등의 격차를 줄이고, 더 공정하고 통합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이라고 믿습니다.
지난 1년 6개월은, ‘함께 잘 살기’ 위해 우리 경제와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평범한 국민의 삶에 힘이 되도록 사람 중심으로 경제기조를 세웠습니다. ‘함께 잘 살기’ 위한 성장전략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추진했습니다.”
“‘함께 잘 살자’는 우리의 노력과 정책 기조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거시 경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정책 기조 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보완적인 노력을 더 강화하겠습니다.
저성장과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 저출산·고령화, 산업구조의 변화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우리 경제 체질과 사회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물은 웅덩이를 채우고 나서야 바다로 흘러가는 법입니다.”
정책 기조를 조금도 바꾸지 않겠다는 확실한 선언이었습니다.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사람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한겨레>에서 청와대를 출입하는 김보협 기자는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고 했으니 사람은 바꿀 수 있다는 뜻”이라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한겨레>는 11월 2일 치 신문 1면에 ‘경제 부총리 홍남기 청와대 정책실장 김수현 유력’이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경제 투톱을 동시에 교체하기로 확정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1주일 뒤 그 내용대로 인사가 이뤄졌습니다.
이번 인사는 부진한 일자리 성적표와 투톱의 끊임없는 불화 때문에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길게 보면 결국 야당의 경제 사령탑 교체 요구가 관철된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과 언론에 ‘밀려서’ 인사를 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정기국회 예산심사 도중에 경제 부총리 인사를 한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김동연 경제 부총리가 지금부터 국회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걱정입니다. 혹시라도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에 반기라도 든다면 정치적으로 대형 사고가 나는 것입니다.
절차의 문제는 내용과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경제 부총리와 정책실장 교체에 대해 이른바 보수 정당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런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인사의 기본 원칙조차 무시한 문재인 정부에게 경제성장과 협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청와대가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시에 경질하고, 경제부총리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하고, 청와대 정책실장에는 김수현 사회수석을 임명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을 주도해 온 김수현 사회수석을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계속 강행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마찬가지이고, 국회 예산심의 기간 중에 경질한 것은 경제부총리도 없이 2019년도 예산심의를 받겠다는 것으로 국회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이다.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잘못된 정책으로 경제의 3대 축인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침체되어 나라의 경제가 위기상황인 가운데 이번 경제라인 인사는 비경제전문가를 발탁한 것이어서 더욱 우려스럽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수석대변인도 비슷한 논평을 냈습니다.
<김동연 교체로 인한 예산심사 영향과 경제부총리 및 정책실장, 환경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대한 유감>
“청와대의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 임명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을 계속 고집하겠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구나 국회에서 한창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진행 중에 책임자인 경제부총리를 경질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예결위를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국회 무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의 책임이 있는 김수현 수석을 정책실장에 임명한 것은 또 어떤가? 경제 투톱을 교체할 경우 돌려막기 하지 말고 시장경제를 잘 아는 인재를 널리 찾아서 임명하라는 바른미래당의 고언을 철저히 외면한 '내 사람만 고집한 인사'다.“
이른바 보수 언론의 평가는 훨씬 더 가혹했습니다. 인사 다음 날인 11월 10일 치 신문 제목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조선일보>
1면 : 시장에서 뭐라 하든 ‘내 사람, 내 정책’
2면 : 경제성적 뚝뚝 떨어지는데···성장보다 공정경제에 방점
3면 : 김수현, 소득주도·부동산·탈원전 사실상 주도···전면에 나선 실세
4면 : 18개월 불화 끝에 퇴진···김 “아쉽지 않다”, 장은 대통령과 만찬
강천석 칼럼 : ‘경제를 실험했다. 실패했다’
사설 : 정책도 역주행, 인사도 역주행, 불통 너무한다
<중앙일보>
1면 : 홍남기 원톱 새 경제팀 시장 분위기는 “글쎄요”
3면 : 대선 공약에만 얽매이지 말고 이젠 시장친화 정책 펴라
사설 : 시장과 민심에 맞서는 경제팀 인사
<동아일보>
1면 : ‘원톱’ 부총리와 ‘실세’ 청 실장의 동거
사설 : 무색 홍남기·이념 김수현, 경제 살리기 적임 맞나
<세계일보>
1면 : 소득성장 ‘마이웨이’···홍남기 ‘원톱’
3면 : ‘J노믹스’ 고수 재확인···재계 ‘반기업·친노동 정책 가속’ 우려
사설 : 사람만 바꾸고 실패한 정책 고수하면 경제 실정 계속될 것
어떻습니까? 제목만 살펴보아도 살벌하지 않습니까? 이들 신문의 분석과 전망이 맞는다면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이제 망하는 길로 들어선 것입니다.
이른바 보수 야당이나 이른바 보수 언론이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해 여러 가지 우려를 하는 것은 타당한 일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보수의 시각으로는 정부의 정책이 분배에 치우쳐 성장 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논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정책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를 정치적으로 흔들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이른바 보수 세력의 논리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단순화하면 정부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다 풀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주장입니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라는 시장 만능주의입니다.
민간 분야, 특히 대기업의 역량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만 하지 않으면 경제성장률도 끌어올리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들의 주장은 물론 허구입니다. 완전한 시장은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고 역사적으로 존재한 적도 없습니다. 정부가 시장의 규칙을 정하고 끊임없이 감시해야 합니다. 정부 없는 시장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오늘날 정부는 국가 경제의 주역으로 지위가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산업 정책을 통해 국가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차세대 자동차 산업에서 미국, 독일, 일본 등이 앞서가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원천기술을 제공하고, 관련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의 역할을 조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입니다. 정부가 민간에 개입하는 것은 무조건 나쁘다고 주장해 온 경제학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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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전략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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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설명도 가능합니다. 자본주의는 1원이 한 표입니다. 민주주의는 한 사람이 한 표입니다. 자본주의를 통제하지 않고 방치하면 돈의 가치가 사람의 가치보다 더 커집니다.
민주주의 없는 자본주의에서는 사람 목숨을 돈으로 살 수 있습니다. 돈만 있으면 사람을 노예로 소유하고 부릴 수 있습니다. 가난한 집 어린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공장에서 일해야 겨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급여가 너무 적어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역사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일입니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로 통제해야 비로소 지속할 수 있는 체제입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부 시스템도 물론 자본주의 체제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어느 정부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른바 보수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끊임없이 비판하는 이유가 뭘까요?
저는 이른바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과 언론이 사실은 기득권 세력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득권 세력이 ‘보수’의 가치 뒤에 숨어서 기득권을 유지하고 강화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그들의 이익을 지켜줄 수 있는 정치세력의 재집권을 위해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부추겼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라고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포용국가(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사람 사는 세상’과 ‘사람이 먼저다’를 정책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존립 이유입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념과 정치 논리에 빠진 좌 편향 경제 기조”라고 비난하는 이른바 보수의 논리는 정권을 내놓으라는 요구와 같은 것입니다.
이른바 보수의 이념 공세와 반정치주의를 경계해야 합니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좀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합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경제 부총리와 정책실장 인사를 하던 날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경제 전략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정부와 기업의 역할에 관해 매우 인상적인 발언을 한 것이 있습니다. 부분적으로 인용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청와대 누리집에서 전문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직 ‘공정경제’가 제도화되고 경제 민주주의가 정착되기까지 갈 길이 멀지만,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기 위해 국민과 기업이 주역이 돼 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국민들이 경제적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입니다.
경제주체들은 자율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공정경제’를 당연한 경제 질서로 인식하고 문화와 관행으로 정착시켜야 할 것입니다.”
“우리 경제는 이제 ‘빨리’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하고, ‘지속적으로 더 멀리’ 가야 합니다. 경제 민주주의는 모두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집니다. ‘공정경제’가 우리 경제의 뿌리가 되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정부는 경제인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원하겠습니다.”
정부는 질서와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고, 국민과 기업, 경제인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고 성장시키는 주역이자 주체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은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인식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과 ‘저주’를 구분하시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좌파’ ‘이념’의 딱지를 자꾸 붙이는 사람들과 세력이 누구인지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그들이 어떤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지 꼭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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