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신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살리자! 대한민국 문재인 정권 순회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85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로 야권 공조 아연 ‘활기’
‘야권 통합’ ‘보수 통합’ 조건과 전망
① 명분이 없다···자유·공화·민주 가치 모두 흐릿
② 주자가 없다···황교안 대표 정치적 역량 의문
③ 희생이 없다···양보를 모르는 ‘기득권’ 유전자
내년 총선서 밀리지 않기 위한 ‘정치공학’에 불과
‘어떻게’ 없는 보수 통합은 냉장고에 코끼리 넣기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신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살리자! 대한민국 문재인 정권 순회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다음 날인 9월 1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독선과 정권의 폭주를 막아내려면 결국 자유 민주의 가치 아래 모든 세력이 함께 일어서야 한다. 조국 파면과 자유 민주 회복을 위한 국민 연대를 제안한다”고 밝혔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곧바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를 찾아가서 만났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야권 공조의 주도권을 쥐려는 정치 행보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손학규 대표나 정동영 대표와 가까운 사이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정치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를 위한 야권 공조가 내년 총선을 앞둔 정계개편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조국 태풍’이 불기 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야권 통합 움직임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우리는 오늘 대한민국이 누란의 위기로 치닫고 있음을 직시한다. 이 위기는 안팎의 전환기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무능하고 위험한 대응에 의해 촉진되고 있다. 실정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하늘을 찌르지만, 폭주하는 정권을 강력히 견제할 야권 역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혁신의 부족과 사분오열, 비전과 대안의 부재 등으로 국민의 목마름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강력한 대안적 수권세력을 구성하는 것이 국민의 명령임을 자각하고 야권의 통합과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비장한 내용의 이 결의문은 지난 8월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서 ‘통합과 혁신 준비위원회’ 명의로 채택한 글입니다. ‘통합과 혁신 준비위원회’는 박형준 전 의원, 박인제 변호사 등이 주도하는 야권 통합 추진 기구입니다.
저는 두 차례로 나누어 진행된 8월 20일 토론회(‘위기의 대한민국과 보수의 성찰’)와 8월 27일 토론회(‘야권 통합과 혁신의 비전’) 발제와 토론을 전부 지켜보았습니다.
토론회에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각각 참석해서 야권 통합에 대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안철수 전 의원부터 우리공화당에 이르기까지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이 모두 같이하는 게 진정한 반문(재인) 연대”라고 했고, “큰 집인 한국당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자유 우파가 통합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했고, “내려놓으면 통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가요? 나경원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 말대로 하면 야권 통합이 잘 될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유한국당 지도부나 야권 통합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희망 사항’(wishful thinking)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realistic possibility)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야권 통합을 추진하는 단 한 가지 이유는 2020년 4·15 총선 때문입니다. 2016년 4·13 총선 패배, 2017년 5·9 대선 패배에 이어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으로서는 2020년 4·15 총선에서 어떻게든 이겨야 2022년 대선에서 정권 탈환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공학적 연대일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야권 통합의 당위에 대해서는 이른바 보수 논객들도 적극적입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친박이든 비박이든 자유한국당이든 바른미래당이든 우리공화당이든 무조건 힘을 합쳐서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 정권을 혼내줘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6월 18일 치 ‘2020 총선 시작됐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보수 우파층 유권자들이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진로다. 현 분위기로 보아 총선 향배는 민주당 쪽보다 많은 변수를 가진 야권의 행보에 달렸다. 야권의 전개 양상이 불분명하고 불투명하며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중 백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처신이다. 그는 이미 측근 변호사를 통해 문 세력보다 한국당 내의 탄핵파에게 더 원심(怨心)을 가졌음을 공공연히 토로했다. 홍문종 의원의 한국당 탈당과 신당 창당 선언이 '박근혜발(發)'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가 지금 이 시기에 그런 결정을 할 정치적 그릇이 아님을 아는 사람들은 이미 박의 복수심이 깃발을 올린 것으로 본다.
여기에 정부 쪽이 그의 석방으로 맞장구를 친다면 총선 구도 면에서 한국당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한국당이 내부는 물론 미래당과 맺은 관계도 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친박 세력의 신당까지 출현한다면 야권 후보 난립은 불 보듯 뻔하고 선거는 필패를 면치 못할 것이다.
특히 친박당의 출현이 집권 세력 견제보다 한국당의 몰락을 겨냥한 것이라면 한국 보수 정치는 여기서 올스톱할 수밖에 없다.”
9월 10일 치 칼럼에는 이렇게 썼습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과 그의 세력은 자위하는 것이 있다. 좌파 지지층 '40%'의 응집력만 있으면 세(勢)를 꾸려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실제로 '똘똘 뭉친 좌파 40%'는 '느슨한 우파 60%'를 이겨왔다. 문 정권은 국민 다수를 통합적으로 이끌고 가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40%의 결속을 믿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 성난 국론을 거슬러 조국을 임명한 마지막 계산법일 것이다. 국민 분열과 국론 대결로 세상을 내몰고는 '끼리'만의 권력 집단으로 똘똘 뭉친 꼴이다.”
혹시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유한국당에 힘을 보태지 않고 친박 신당을 만들어 내년 총선에 나서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는 ‘초조감’, 그리고 ‘좌파 40%’를 제외한 ‘우파 60%’가 뭉치기만 하면 문재인 정부를 꺾을 수 있다는 ‘절박감’이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야권 통합은 집권 세력을 향한 증오와 선거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절박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야권 통합의 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 개헌 이후 넓은 의미의 야권 통합은 모두 네 차례 있었습니다.
첫째, 1991년 야권 통합입니다. 김대중의 신민주연합당과 이기택 노무현 김정길 김상현 이부영 유인태 김부겸 등의 ‘꼬마 민주당’이 합쳐서 민주당을 만든 것입니다. 1991년 야권 통합은 거대여당 민자당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확실한 명분이 있었습니다.
둘째, 1997년 디제이피 연합입니다.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와 김종필의 자민련이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대선 후보 단일화를 했습니다. 정당을 통합하지 않고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셋째, 2008년 통합민주당 사례가 있습니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가 패배한 뒤 2008년 2월 두 정당이 합당해 통합민주당(손학규 대표)을 만들었습니다. 무너진 야당 재건이 명분이었지만 2008년 총선에서 81석에 그쳤습니다.
넷째, 2011년 민주통합당 사례가 있습니다. 민주당, 시민통합당, 한국노총이 통합해서 민주통합당을 출범시켰습니다. 시민통합당은 문재인 문성근 등 친노무현 세력 중심의 ‘혁신과 통합’이 만든 정당이었습니다. 2012년 4월 총선 승리와 12월 대선 정권교체를 명분과 목표로 삼았지만 둘 다 실패했습니다.
이처럼 역대 야권 통합은 모두 다 현 집권 세력인 민주당 계열이 추진한 것이었습니다.
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에 이르기까지 현재 야당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세력은 다른 정당과 통합을 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조순 두 사람이 손잡은 ‘이조연대’가 있었지만 그걸 통합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른바 보수에는 통합의 역사도 유전자도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1990년 3당 합당이라는 통합의 ‘끝판왕’이 일찌감치 있었기 때문입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기득권 세력’, ‘주류(메인 스트림)‘, ’절대 강자‘의 지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다른 정당과 굳이 통합할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최근의 야권 통합을 ‘보수 통합’이라고도 하는데, ‘보수 통합’이라는 말은 어쩌면 ‘네모난 동그라미’처럼 그 자체로 ‘형용 모순’인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1990년 3당 합당 이후 이른바 보수의 역사는 끊임없는 분열의 역사였습니다.
1992년 대선에서 보수는 김영삼과 정주영으로 분열했습니다. 다급했던 보수 진영은 “정주영 찍으면 김대중 된다”는 선동으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1995년 민자당에서 김종필의 자민련이 떨어져 나왔습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는 이회창과 이인제가 분열해 정권을 잃었습니다. 2000년에는 한나라당과 민국당으로 분열했습니다. 2002년에는 이회창과 정몽준으로 분열했습니다. 2008년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이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를 만들어 출마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16~2017년 탄핵과 대선을 계기로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이 떨어져 나왔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잘 나가던 이른바 보수가 이제는 야권 통합을 추진해야 하는 궁박한 처지에 빠졌습니다. 더 이상은 ‘주류(메인 스트림)’, ‘절대 강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야권 통합, 보수 통합을 실제로 성사시키려면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첫째, 명분입니다.
정치에서 명분이 없으면 국민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최근 자유한국당이나 ‘통합과 혁신 준비위원회’ 등에서 추진하는 야권 통합 정계개편의 가장 뚜렷한 명분은 ‘반문연대’, ‘반문재인 연대’입니다.
그러나 반문연대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도 상당수 국민은 자유한국당을 기득권 세력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기득권 세력과 싸우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절대로 찍지 않을 정당을 묻는 ‘비호감도 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이 1위로 나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명분의 다른 이름은 깃발입니다. 보수 통합의 깃발이 무엇일까요? ‘통합과 혁신 준비위원회’는 “야권 통합은 자유·공화·민주의 헌법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모든 세력이 함께해야 한다”고 결의했습니다. ‘자유’, ‘공화’, ‘민주’의 삼색기가 보수 통합의 새로운 깃발인 셈입니다.
물론 자유, 공화, 민주는 매우 중요한 헌법 가치입니다. 그러나 자유라는 단어에서는 ‘이승만의 자유당’ 냄새가 다 빠지지 않았습니다. 공화라는 단어에서는 ‘박정희의 공화당’ 냄새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민주’라는 가치는 현재의 야권보다는 현재의 여권이 지식재산권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선명해야 할 깃발이 흐릿하다는 얘깁니다.
통합과 혁신 준비위원회를 주도하는 박형준 전 의원과 권기돈 씨가 함께 쓴 <보수의 재구성>(2019, 메디치미디어)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책의 결론 부분에 ‘자유공화주의 선언’ 10개 강령을 실었습니다. 보수 통합이 실현된다면 보수 통합 신당의 강령이 될만한 내용입니다. 첫 번째 강령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자유의 나라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무엇보다 자유의 가치에 뿌리를 둔다. 대한민국은 자유를 위협하는 공산주의를 물리치고, 시장경제에 기초해 경제를 발전시킴과 동시에 자유를 왜곡했던 독재를 극복함으로써 식민지를 거친 나라 중 유일하게 자유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나라다. 이 대한민국의 역사에 우리는 무한한 자긍심을 가지며, 이 역사를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자유의 가치에 대해 이 정도로 자신이 있다면 보수 통합 신당의 이름은 ‘자유당’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보수 통합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신당의 당명을 자유당으로 할 배짱이 과연 있을까요? 자유한국당의 약칭은 ‘한국당’이지 ‘자유당’이 아닙니다. 기자들이 ‘자한당’이라고 해도 자유한국당 사람들은 무척 싫어합니다.
보수 통합의 두 번째 조건은 대선주자입니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통합은 예외 없이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유권자가 아직은 정당보다 대선주자에 더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는 누구일까요?
황교안 대표 정도가 눈에 띕니다. 그런데 황교안 대표가 과연 보수 통합을 주도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갖고 있을까요? 회의적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떨까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 통합에 나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2016년 12월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가세하지 않았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걱정하는 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보다 탄핵소추에 찬성했던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을 더 미워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보수 통합의 세 번째 조건은 희생입니다.
공동체를 위한 모범과 희생은 보수의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지켜본 영국의 귀족과 정치가들은 자신들의 지위와 재산을 지키려면 다른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권력남용 견제, 시민의 정의와 자유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 보수주의가 탄생한 배경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수의 뿌리는 분단 기득권 세력에 닿아 있습니다. 따라서 ‘희생’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보수 통합을 위해서는 누군가 국회의원 자리를 내놓고 새로운 인물을 대거 받아들여야 합니다. 가능할까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연찬회에서 의원들에게 “지금은 죽기에 딱 좋은 계절”이라며 총선 불출마와 험지 출마를 권고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런 반향이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통합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명분도 없고, 대선주자도 없고, 희생도 없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전제 조건을 갖춘다고 해도, 실무적으로 ‘어떻게’ 통합을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인지는 또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다 내려놓으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내려놓자는 것인지는 얘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 자신은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낸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 정치를 그만둬도 전혀 잃을 것이 없습니다. 다른 정치인은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안철수부터 우리공화당까지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어떻게’는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보수 통합론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과 비슷합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넣고 냉장고 문을 닫으면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린을 넣는 방법도 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빼고 기린을 넣고 냉장고 문을 닫는 것입니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8월 27일 경기도 용인 처인구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린 2019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자유한국당과 ‘통합과 혁신 준비위원회’에서는 ‘원탁회의’ 방식의 야권 통합 방안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여권인 민주당 계열에서 재야 및 시민사회와 결합할 때 쓰던 방식입니다. 잘 될까요? 남이 하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정작 내가 하려면 쉽지 않은 것이 세상 이치입니다. 지금 보수 성향 시민사회가 과연 존재하는지도 의문입니다.
조국 태풍이 몰아치면서 한국갤럽의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더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8월 넷째 주, 다섯째 주, 9월 첫째 주까지 ‘잘못하고 있다’는 49%, 49%, 49%로 변화가 없습니다. ‘잘하고 있다’는 45%, 44%, 43%로 하락 추세지만 급락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정당 지지도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41%, 38%, 40%로 오르내리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21%, 21%, 23%로 약간 오름세입니다. 바른미래당은 6%, 7%, 6%로 정의당의 7%, 9%, 8%보다 낮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원회 누리집 참고)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비판적으로 돌아선 사람들이 있지만,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등 야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무너진 이른바 보수의 정치적 기반이 아직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보수 통합의 앞날은 아직 어두운 편입니다. 이른바 보수에 지금 필요한 것은 어쩌면 통합이 아니라 좀 더 치열한 자기 성찰일지도 모릅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이른바 보수가 환골탈태를 거쳐 합리적 보수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