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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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공간 무상 제공한 건물주 최인욱씨
시민단체와 함께 보존키로
다방 옆엔 ‘역린’ ‘7번방의 선물’ 등
전북서 촬영한 영화 소품관
“근대-현대 만남의 장소 꿈꿔” “처음에는 삼양다방의 현대사적 가치를 알지 못했습니다. 어느날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한옥마을을 바라보니 어린시절 뛰어놀았던 경기전, 오목대, 전동성당 등이 한눈에 보이더군요. 참 정겨웠어요. 그래서 시민단체와 함께 옛 추억을 반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 의료장비 유통업체인 지인메디컬을 운영중인 최씨는 “대단한 보존 가치가 있다는 점에 앞서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친구의 권유로 건물을 인수했지만 1층의 삼양다방이 국내 최고령의 가치를 지난 곳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 흥사단 산하 통일운동본부 이사도 맡고 있는 그는 문화예술인들의 설명을 받고 선뜻 ‘무료 임대’를 해주기로 결정했다. 삼양다방 복원작업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해 올 3월 삼양다방운영위가 발족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때부터 최씨는 동문예술거리추진단 기획팀장을 지낸 이수영 위원장 등과 끊임없이 얘기를 나누며 다방의 가치를 되살릴 방안을 고민했다. 그는 “애초 삼양다방이 생긴 내력을 알아보니, 한국전쟁이 터지자 허장강씨 등 영화배우들이 전주로 피난오면서 사교의 공간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동문 사거리는 당시 관청이 밀집돼 있었고 서울 인사동과 같은 예술인 거리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후 1980년대들어 단골 예술인들이 모임을 통해 다방에서 그림·서예·사진 작품 등을 전시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사랑방으로 각광을 받았다. 지금도 30여점을 보관중이다. 다방이 들어 있던 건물은 70년에 지은 것으로 40년이 넘어가면서 리모델링이 불가피졌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지하 2층에 지상 5층으로 증축하는 보수공사를 한 끝에 1층 원래 자리에 50여㎡ 규모로 삼양다방을 배치했다. 최종적으로 그와 운영위는 ‘근대와 현대의 만남이 적절히 조화된 공간’으로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다방과 함께 지하에는 ‘전주영화소품창고’가 들어선다. 이 창고는 영화 <역린>에서 주인공 현빈(정조 역)이 입었던 곤룡포, <7번방의 선물>의 죄수복 등 전북지역에서 촬영·제작한 영화의 소품을 관람·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무료 영화상영도 할 예정이다. 지하에는 또 보관 중인 지역 예술인 작품 30여점을 전시할 공간도 꾸밀 계획이다. 시민단체에 회의 공간으로도 제공할 참이다. “개인과 시민단체가 모여서 사회를 위해 가치있는 일을 꾸미고 성공하는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삼양다방과 더불어 건물 자체가 특별한 문화공간으로 새로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비어 있는 2~4층도 그에 맞게 꾸미는 방안을 찾고 있구요.” 최씨는 리모델링과 설비 등 모든 비용을 제공했다. 앞으로 시민단체가 운영할 삼양다방의 수익금도 문화예술 활동과 공익사업에 전액 재투자해 의미있는 곳에 쓰이도록 할 방침이다. 삼양다방은 설탕·크림이 듬뿍 들어가는 이른바 ‘다방커피’를 중심으로 계란 노른자를 띄워 먹는 쌍화탕, 오미자 화채, 미숫가루 등 추억의 메뉴를 계속 제공한다. 지난해까지 삼양다방을 운영했던 이춘자 사장의 도움을 받아 집기류와 전시품 등도 그대로 사용했다. 물론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기존 입주 상인들에게 점포를 옮기도록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하지만 다행히 곧 이해를 구할 수 있었다. 삼양다방 복원에 앞장서온 이수영 위원장은 “추억과 역사의 공간들이 개발과 상업논리에 밀려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최 대표와 지역 예술인들의 협력 덕분에 일상의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삼양다방을 전주의 역사문화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도시재생의 모델로 성공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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