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극 전문 공연단체 큰들문화예술센터 전민규(맨 앞) 대표와 상근 단원들이 경남 사천시에 있는 자체 연습실에서 창단 30돌 정기공연 작품 <마당극 이순신> 연습 뒤풀이를 하고 있다. 28일 오후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정기공연에는 소리꾼 장사익씨도 특별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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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창단 30돌 ‘큰들문화예술센터’ 전민규 대표
‘사내 커플’ 5쌍에 2세들까지
40여명 가족·생활 공동체 이뤄
1500명 후원회원과 살가운 소통
“함께 먹고 자며 연습하니 편안”
‘마당극 이순신’ 연습뒤 막걸리 한잔 “큰들 이름이예? 맨처음 단체를 꾸릴 때 사무실이 있던 동네 이름에서 따온 거라예. 별 뜻 없어 미안합니데이.” 역시나 싱거운 대답이 돌아왔지만 그 내력은 간단치만은 않다. 큰들의 뿌리는 1984년 경상대 동아리 풍물패와 마당극패 출신들이 모여서 꾸린 ‘극단 물놀이’였다. 그런데 <진양살풀이> 창단 공연을 한 뒤 이듬해 두 패로 나뉘었다. 그때 ‘울림터’라는 이름으로 갈라졌던 다른 패는 일찌기 서울로 진출해 ‘문화마을 들소리’로 역시 지금껏 활동중이다. “그때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어서 갈라진 속사정은 잘 모르겠고예 89년 내려와서 합류했을 때꺼정 일부 앙금이 남아 있었어예. 그래서 공연을 제대로 하려면 단원들 마음부터 한 데 모아야겠드라 말입니더.” 84년 경희대에 입학해 탈춤반 활동을 했던 전 대표는 방학 때마다 내려와 교류하다 큰들과 인연을 맺었고 87년 대선 패배 이후 야권과 민주화진영의 내부 갈등과 분열 상황에 실망한 나머지 낙향을 했던 상황이었다. “진주 일대는 옛부터 비옥한 농경지대여서 정월대보름 지신밟기며 농악놀이며 어릴 때부터 자주 봐서 친숙했다”는 그는 다같이 풍년을 기원하고 먹을거리를 나누는 공동체 정서를 우리 전통놀이의 진정한 정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연 대금으로 밥값이나 차비만 겨우 받을 수 있었던 열악한 조건에서 앞날이 창창한 젊은 단원들을 붙잡아두기 어려워 극단은 늘 불안정했다. 환경단체 간사 등으로 일하며 짬짬이 공연 활동을 하던 그는 97년 큰들 상근대표를 맡으면서 단원들에게 안정된 잠자리만이라도 제공하기로 마음먹었다. “마당극이 집단예술 아닌가예? 한 데 모여 먹고 자고 생활을 함께 하면서 연습을 해보니 마음도 편하고 비용도 덜 들고 좋습디더.” 그렇게 하나둘 모인 상주단원이 현재 35명, 그 가운데 ‘사내 커플’도 5쌍이 나와서 자녀들까지 40여명이 현재 가족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20~30대 독신 단원들 20여명은 기숙사에서 공동 생활을 하고, 결혼과 함께 독립 주택을 제공받은 단원들은 출퇴근을 한다. 저마다 연기부, 연출부, 소품의상부 등으로 나눠 공연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자체 해결한다. 전 대표의 두 자녀, 찬율과 새별이는 정규 교육 대신 공동체에서 배우고 자라 각각 음악감독과 배우가 됐다. 2세 대물림이 되고 있는 셈이다. 진주와 창원에는 큰들풍물단 2팀 40여명도 활동중이고, 해마다 정기공연 때는 두 지역에서 130명씩 시민풍물단도 협연을 한다. 2008년 광주 ‘5·17 전야제’ 때 우연히 인연을 맺은 일본의 노동자음악협의회(로온)의 초청으로 2010년·2012년·2013년 세차례 한달동안 일본 전역 순회 연주를 하는 등 국제 문화교류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4~5년 전부터는 농사팀을 꾸려 논·밭 농사와 닭·염소도 키우며 자급자족 채비를 하고 있다. “올 봄에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모든 공연이 취소되는 바람에 춘궁기가 심했는데 단원들이 양파 수확과 포장 등 품앗이로 일당을 벌어 고비를 넘길 수 있었어요.” 기획실장 진은주씨는 “공연 연습보다 훨씬 힘든 노동이어서 단원들이 농민들의 어려움을 체감하는 좋은 경험도 됐다”며 웃었다. 뒷편 야산에서 방사하는 토종닭들이 “꼬키오~” 합창으로 새벽을 깨워 뒷풀이 자리를 파할 무렵에야 전 대표는 ‘비결’을 살짝 털어놓았다. 바로 큰들의 가장 큰 자산인 후원회원 1500명과 소통하는 방법이었다. “진정성이랄까요. 재정적인 도움도 크지만 외로움을 덜어주는 고마움이 커서 생일 때 단원들이 손편지도 보내고 직접 만든 인형 같은 거도 드리고 안부 전화도 종종 합니더.” 진주/글·사진 김경애 기자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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