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창 국악 피아니스트
|
[짬] 풍류학교 교장 임동창 국악 피아니스트
올여름 4차례 무료 토크콘서트
“건강하려면 몸·마음 잘 풀어야
풀어지면 섬세한 감정 느껴 행복”
내년부턴 장구·피아노교실도 “이곳 풍류학교는 건강하고, 행복하고, 아름답고 신명나게 사는 법, 즉 풍류를 가르칩니다. 이곳에서 학생들의 재능과 꿈을 찾아주고 싶으며, 사람은 자신의 진정한 재능을 알고 거기에 몰입할 때 행복해집니다.” ‘무엇을 가르치는 학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그는 건강하려면 잘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몸을 풀면 마음이 풀어지고, 마음을 풀면 몸이 풀어진다는 것이다. 풀어졌으니 섬세한 감성을 느껴 행복해진다고 했다. 예컨대 그냥 걷다가 이름 모를 풀꽃을 보고서 멈추고 풀꽃의 아름다움에 취하면 동시에 행복지수가 높아진다고 했다. 그 감성 표현을 글로 하면 시가 되고, 소리로 하면 음악이 되며, 색깔로 하면 미술이 된다. 풍류학교 입학 자격은 전공·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사랑을 회복하고픈 열망만 있으면 된다. “나이 쉰살이 넘도록 살다 보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을 사랑하고 평화롭게 지내는 일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모든 일은 자기 탓인데,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보다 상대를 탓합니다. 물론 저 역시 뒤늦게 깨달았어요. 이런 깨달음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서 풍류학교를 열었습니다.” 완주 지역과의 인연은 전임 임정엽(55) 군수와의 만남에서 비롯했다. 수년 전 ‘전국청년시장군수모임’에 초청받아 ‘리더의 품격’을 주제로 특강을 했는데, 그때 참가했던 임 군수가 그에게 완주에 와서 풍류를 펼쳐보라고 “꼬셨다”고 했다. 그는 여러 후보지 가운데 위봉산 자락 이곳을 고집했다. 산세가 좋았고 주변에 숙박 가능한 한옥도 몇 채 있었기 때문이다. 산림청 소유의 국유지인데다 행정절차 등이 복잡해 우여곡절 끝에 3년 만에야 문을 열 수 있었다. 그는 풍류학교를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겠다는 장기적이고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북 군산 출신인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피아노를 시작했다. 젊은 시절 출가해 스님으로도 잠깐 살았다. 클래식과 국악에 정통하고 음악성과 연주, 수도승 같은 존재감 등으로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자유롭게 전국을 누비며 연주 활동을 해온 그였지만 지금은 완주군민으로 정착했다. 잠시 머무는 거처가 아니라 터를 잡고 앉아 평생토록 풍류를 하면서 사람들과 놀기로 마음먹었단다. 풍류학교는 강당(교육장)·숙소·화장실 등 한옥 3채를 갖추고 있다. 목재는 강원도에서 직접 구한 토종 소나무인 육송을 썼다. 육송은 캐나다와 러시아 등 수입산보다 두배가량 비싸지만 언젠가 한국을 대표하는 명소가 될 날을 대비했다. 완주군은 풍류학교를 위해 지난해 관련 조례까지 만들어 지원해주고 있다. 조례에 따라 결성된 ‘풍류협동조합’에서 운영을 맡고 12명의 강사가 조합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사랑방 풍류’도 완주군의 지원 덕분에 무료로 열 수 있었다. 그래도 예산이 넉넉하지는 않아 임 교장이 나서 친분 있는 예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5일에는 전북 무형문화재 제40호 가야금산조 보유자인 지성자씨가 출연한다. 12일에는 임씨와 ‘흥야라밴드’가 협연한다. ‘흥야라’는 ‘흥이로구나’를 뜻한다. 19일에는 가수 신해철씨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속살 같은’ 음악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오는 8월22일에는 풍류축제 한마당도 열린다. ‘옛것을 새롭게 한다’는 온고지신을 내세워 자신의 방식으로 공연을 풀어낼 예정이다. 그는 “올해는 시범적으로 학교를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내년부터는 일반인들에게 장구반·피아노반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풍류가 한마디로 무엇이냐고 물었다. “풍류는 무장해제입니다. 무장해제는 선입견을 버리는 것입니다. 선입견을 녹여 조화롭게 하나 돼 멋지게 사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서로 도우면서 멋있게 사는 것입니다. 그것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공유하려고 합니다.” 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