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순 희망제작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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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노란테이블’ 기획자
이진순 희망제작소 부소장
시민들 모여 안전에 대해 토론
“486 기성세대, 욕하고 끝나지만
우리의 핵심은 실천계획 세우기”
18일 노란테이블 ‘천개의 행동’ 시동 돌이켜보면 2012년 대선 직후에도 비슷했다. 변화를 열망하던 ‘열혈시민’들이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선 ‘뭐라도 해야 한다’며 비장한 각오를 펼쳤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나는 하려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안움직인다”는 것이 주된 핑계였다. 이 부소장은 “주위 핑계대지 말고 내가 먼저 어떻게 행동하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질문한다. 왜 그동안 세월호 참사와 같은 공적 영역에서의 분노가 일상 생활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을까? “우리가 경험한 공적 참여는 투표, 촛불들기, 그리고 기껏해야 인터넷 카페에서 울분을 토해내는 것 정도에요. 뭔가를 해야겠다는 의지는 강하지만 어떻게 할지를 모르다보니, 그 분노가 일상 생활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죠.” ‘일상의 파편화’는 정치적 관심과 참여의식이 높은 ‘열혈시민’일수록 더 심각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자기 분열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노란테이블은 뭐라도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안전문제를 주제로 토론하고 나부터 실천하고 행동을 다짐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재난이 발생하면 예산 늘리고, 법 만들고, 부처 통폐합하는 게 주된 대책이었어요.” 재난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건 시민들인데, 막상 재난 대책에 시민들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제부턴 “시민들이 직접 정부에게 뭘 해달라고 요구하고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논지다. 그래서 노란테이블에서는 전문가가 주인공이 아니다. 시민이 주인공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참여에 의한 난상토론이 진행되고, 토론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각자가 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을 말하고 공유한다. “노란 테이블의 핵심은 실천계획 세우기”다. 민주주의에서는 격의없는 자유로운 토론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토론은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내기보다는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배틀’에 가까웠다. “노란테이블은 10대에서 80대까지, 고등학생·대학교수·비정규직 노동자 등 나이와 직업에 관계없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공감하고 경청하는 자리다.” 이를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당장의 실천을 상상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보자는 것이다. 노란테이블에서 시민 개개인이 다짐한 ‘나의 실천’, ‘나의 행동’은 인증샷으로 찍혀 페이스북에 올라온다. 그러다보면 비슷한 실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연결되어 서로 격려하고 구체적 실천과 해법을 위한 아이디어도 생길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시민들은 각자의 일상에서 또다시 ‘노란테이블’을 펼치며 ‘나의 행동’을 다짐하는 자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이 부소장이 생각하는 행동 프로그램이다. 그는 “제가 제일 거북하게 생각 하는 건, 이른바 486이라고 하는 기성세대들이 술자리에서는 당장 세상을 뒤집을 것처럼 정치권 욕, 재벌 욕을 거칠게 하면서도 막상 아무것도 안하는 것, 그 자리가 파하고 나면 잊어버리는 것이에요”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인지와 행동의 불일치가 힘있는 사람들의 횡포나 불합리를 방조하고 묵인함으로써 결국 공범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젊은 친구들과 얘기를 해보면 문제를 알면 실천방안도 금방 나와요. 이게 당연한 거에요. 기성세대는 문제의 인지와 실천 및 행동이 별개일 때가 많아요.” 그 이유로 이 부소장은 기성세대는 구체적인 실천을 통한 해법을 생각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소장은 “작은 것이라도 내가 행동하고 실천하면 즐거워지고 행복해진다”며 천개의 행동이 나비의 날개짓처럼 세상을 바꿔갈 수 있다고 말한다. ‘노란테이블’은 이달 18일 오후 6시30분부터 서울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다. 참가신청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 www.makehope.org,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홈페이지 www.civilnet.net에서 할 수 있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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