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7.17 20:48 수정 : 2015.01.15 14:47

박형주 교수

[짬] 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 박형주 교수

한국 수학계의 ‘바람’이 5년 만에 ‘현실’이 되고 있다. 2009년 4월 국제수학연맹(IMU)이 서울을 세계수학자대회(ICM) 개최 후보도시로 선정했을 때, 국내 수학계와 언론은 “한국 수학의 도약”이라며 떠들썩했다. 지난 110여년 동안 근대 올림픽의 역사와 나란히 4년마다 이어진 지구촌 수학의 최대 행사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은 빠르게 자란 한국 수학이 세계 무대에서 번듯한 지위를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중견·원로 수학자들은 당시 대회 유치를 “뜻밖에 찾아온 감격”으로 회상하곤 한다.

서울 대회 유치위원장에 이어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박형주(사진) 포스텍 교수는 5년 전의 감격과 쉽잖은 준비 과정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는 “서울 대회가 신흥국 수학자들과 함께하는 나눔의 자리, 일반인과 함께 수학 문화를 향유하는 대회로 세계 수학 역사에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 있는 조직위원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달 13일부터 코엑스서 열려
학술강연·토론·문화행사 등 다양
“한국수학의 질적 도약 계기될 것”

신흥국 수학자 1천여명 참가 지원
전세계 참여자 5천명 ‘역대 최대’
여러 경로 통해 북한 초청 시도도

1897년 스위스에서 첫 대회가 열린 이래, 지구촌 수학을 돌아보고 내다보는 세계수학자대회는 이제 117년 역사를 지나고 있다. 그 27회째 대회가 새달 13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전세계 수학자 5천명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인 서울 대회를 준비하는 일은 만만찮은 일이다.

“지난 9일 서울 대회 자원봉사자 발대식을 치렀습니다. 애초 대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200명을 모집하려 했는데, 730명 넘게 응모하는 바람에, 개인별 자원봉사 시간을 줄이고 인원을 336명으로 늘렸어요. 왜 고교생은 안 뽑냐는 항의도 받았고요. 하루 종일 면접을 하면서 젊은 열정을 보았고, 우리 수학자들도 많이 배웠습니다.”

박 위원장은 “10일 현재 참가 등록을 한 수학자들이 벌써 4100명을 넘어 최대 규모 대회 목표가 이뤄질 것 같다”며 “참가자 국적을 따지면 130개 나라가 넘는다”고 말했다. 4천명 안팎이던 역대 대회에 비하면, 말 그대로 ‘지구촌 수학 축제’의 기대가 무르익는다.

사실 인류 문명의 지고한 자산인 수학은 선진국 중심으로 발전해왔고, 그러다 보니 수학자대회 역시 수학 선진국들의 잔치가 되곤 했다. 한국은 50년대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뒤늦게 출발해 빠르게 성장했으니, 세계 대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드러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신흥국 수학자 1천여명을 대회에 참가하도록 지원하고 나선 서울 대회의 ‘나눔(NANUM) 프로젝트’가 큰 몫을 했다.

“신흥국 수학자들이 서울 대회에 참가하고 돌아가서 세계 수학자들과 만난 경험을 아이들한테 들려준다면 그게 그 나라에 새로운 작은 씨앗이 될 거라 믿어요.” 그는 “우리 세대도 80년대 초반만 해도 국제사회 지원을 받아 수학자대회에 참석했던 소수 학자들의 얘기를 들으며 상상도 하며 꿈도 꿀 수 있었다”며 “이제 우리가 나눠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북한 수학자들이 서울 대회에 참가할지도 중요한 관심사다. “국제수학연맹은 ‘국경 없는 수학’의 정신을 강조하기에, 그동안 북한 참가에 깊은 관심을 두어 왔고, 우리 조직위도 여러 방법과 경로를 통해 북한을 초청하고자 애써 왔습니다. 북한이 아시안게임 응원단까지 보낸다는 소식도 들려오니 서울 대회 참가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 위원장의 기대는 커 보였다.

수학자대회에서는 ‘노벨수학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들이 발표되고, 수학 분야별 연구의 흐름, 그리고 지금 던져진 수학 난제들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관한 학술 강연, 토론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학술행사이지만 그 둘레에는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대중 강연, 문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그는 “교사, 학생과 일반인도 수학의 새로운 면모를 경험하고 수학 문화를 향유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중 강연, 문화 행사의 참가 신청은 서울 대회 누리집(icm2014.org/kr)에서 할 수 있다. 일반인이 학술대회에 등록해 수학교육의 날, 수학사의 날, 수학대중화의 날 학술행사(8월18~20일)에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대회 사상 첫 시도다.

그는 무엇보다 이번 대회가 한국 수학의 질적 도약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왜 한국에선 필즈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느냐는 물음을 자주 듣습니다. 개인적으로, 유능한 한국 수학자들이 자기 능력보다 훨씬 쉬운 문제만을 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직장, 승진에 필요한 성과를 내야 하기에 결과가 확실한 문제에 매달리는 거죠. 세계 수학의 화두를 붙잡는 그런 문제는 위험이 크니까요. 서울 대회는 젊은 수학자들한테 세계 수학을 경험하며 눈높이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겁니다.”

오철우 기자

heolwo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