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방짜유기로 징과 생활용기를 만들고 있는 장인 이경동씨가 경남 거창 공방에서 막 만들어낸 방짜 징을 들어 소리를 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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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전통 방짜 징·놋그릇 만드는 이경동 장인
한달동안 12개 만들어 최고품 선택
“좋은 징소리, 파장이 온몸 어루만져”
3년전부턴 서울서 생활유기도 판매
“현대에서도 사랑받는 전통 됐으면” 대학에서 토목을 전공한 이씨는 졸업 뒤 일반 회사에 취직했지만 6개월 만에 그만두고 아버지의 방짜유기 공방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농악이 발달했던 함양에서 태어난 아버지는 70여년 전 ‘함양징’의 명인 오덕수씨에게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스승으로부터 독립해 32살에 징점을 열었으나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추진되면서 전통문화는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유기 공방들은 하나둘 사라졌다. 그러나 전통을 고집한 아버지는 거창에서 징 만들기를 계속했고, 전승공예대전에서 3회 연속 수상을 하며 인정을 받았다. 그때 최우수작으로 뽑힌 그의 방짜 징은 국립국악원에 영구 소장돼 있다. 대를 이어 ‘하늘의 소리’를 찾아가기로 한 이씨는 뜨거운 쇳물과 함께 청춘을 보냈다. 흔히 놋그릇으로 알려진 유기(鍮器) 가운데 가장 질이 좋은 방짜유기는 순수 구리와 주석을 78:22 비율로 합금해 섭씨 1200도의 용광로에서 녹인 엿물로 둥근 놋쇠 덩어리(바둑)를 만들며 시작된다. 그 바둑을 식힌 다음 망치로 두들겨 얇게 편다. 망치질(메질)을 통해 거품이 빠지며 내부의 물질이 균일해지고 더 단단해진다. 바둑을 한장씩 메질하면 깨져버리기 때문에 징은 3장, 꽹과리는 12장 정도 겹쳐서 두드린다. 이를 우김질이라고 부른다. 두드려진 얇은 판을 불에 달궈가며 다시 메질해 징과 그릇의 형태를 잡아가고(부질), 찬물에 담가(담금질) 놋쇠의 강도를 높인다. 이때 천일염 간수를 이용해 놋쇠의 성질을 부드럽게 만든다. 담금질은 밤 11시에 한다. 쇳물의 색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시간이다. 이어 검게 산화한 유기의 표면을 얇게 깎아내(가질), 놋쇠 특유의 반짝거리는 광택을 찾아낸다. 이씨의 손끝은 이때부터 더욱 예민해진다. 마침내 징의 소리를 잡아내는 작업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징의 기본 모양을 잡은 뒤 망치로 두들기며 초울음을 잡는다. 징을 치는 면에 태문양을 새기고, 구멍을 뚫어 손잡이를 매단다. 끈을 매면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다시 망치로 두들겨 재울음을 잡는다. 그리고 주문자를 앞에 앉히고 마지막으로 소리를 잡기 시작한다. 한 개를 주문해도 12개의 징을 만들어 주문자가 원하는 소리와 가장 비슷한 징을 골라 세밀하게 소리를 잡는다. 그래서 방짜징 한 개를 만드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린다. 소리가 매일매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천번이 넘는 망치질을 통해 최고의 징 소리로 알려진 황소 울음소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잘 만든 징에서 나오는 소리는 음의 파장이 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어루만지고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그때 비로소 소리가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씨가 한여름 무더위와 검은 쇳가루가 날리는 공방에서 땀범벅이 되면서 즐겁게 메질을 할 수 있는 까닭은 가족의 힘 덕분이다. 부인 김순영(44)씨는 전통 놋그릇을 세련된 디자인의 생활 그릇으로 변신시켜 널리 알리고 있다. 3년 전 서울 통인동에 부부가 마련한 카페(놋그릇 가지런히)와 전시관(놋이)에는 화려하되 경박하지 않고, 은은하게 우러나오는 황금빛에 온화하고 부드러운 곡선을 살린 디자인의 식기류와 생활 소품들이 가득하다. 서울과 거창을 오가며 마케팅과 홍보를 맡고 있는 김씨의 노력으로 이씨의 작품들은 최근 화제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소품으로 등장해 중국 관광객들이 몰려오는가 하면, 항균·멸균 효과와 보온성이 뛰어난 ‘웰빙 그릇’으로 새롭게 조명받으며 신세대 부부에게도 혼수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아들 상석(19)군이 스스로 대를 잇겠다며 틈나는 대로 방짜 일을 배우고 있어 든든하기만 하다. 이씨는 “아버님의 꿈이 매일 쓰이는 생활 유기를 만드는 것이었다”며 “현대에서도 사랑받는 전통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거창/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전통 방짜유기로 징과 생활용기를 만들고 있는 장인 이경동씨가 경남 거창 공방에서 막 만들어낸 방짜 징을 들어 소리를 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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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방짜유기로 징과 생활용기를 만들고 있는 장인 이경동씨가 경남 거창 공방에서 막 만들어낸 방짜 징을 들어 소리를 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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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방짜유기로 징과 생활용기를 만들고 있는 장인 이경동씨가 경남 거창 공방에서 막 만들어낸 방짜 징을 들어 소리를 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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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이경동씨가 경남 거창 공방에서 전통 방짜유기로 징과 생활용기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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